메인화면으로
자기들끼리 '가닥' 잡은 한나라당 쇠고기 방미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자기들끼리 '가닥' 잡은 한나라당 쇠고기 방미단

미국은 끄떡도 없는데…'항공료만 아깝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풀어보겠다며 미국에 간 한나라당과 청와대, 정부 등 3개 대표단의 헛발질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쇠고기업계는 이들의 방문에도 아랑곳없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월령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받아들이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 극히 일부에서 나오고는 있지만, 그 역시도 민간업자들의 자율규제에 맡긴다는 미국의 기존 방침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미 상원의원들, 한나라당 대표단에 오히려 '겁박'
▲ 황진하 의원이 이끄는 한나라당 쇠고기 대책 미국 방문단이 9일 오후 워싱턴 D.C. 미 무역대표부 (USTR)에서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와 면담을 갖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헛발질이 유독 심한 쪽은 한나라당 방미단이다. 그들은 재협상은커녕 미국의 중진 상원의원들로부터 쇠고기 협정이 안 지켜지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이 어려울 것이라는 겁박만 받고 있어 미국을 가지 않느니만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황진하 의원 등 한나라당 방미단을 만난 존 순 상원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는 그런 사정을 잘 보여 준다. 순 의원은 미국의 대표적인 쇠고기 산지인 사우스 다코다 출신이면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이다. 일단 협의 대상으로서는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보도자료 원문 바로가기)

그러나 순 의원실은 한국 의원들을 만난 목적에 대해 "한국이 한미FTA에 대한 미 의회의 비준동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개방한다는 약속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규정해 버렸다.

이에 따라 순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한국은 4월 18일 합의대로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라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굳건한 합의가 없다면 한미FTA 동의안은 미 상원에서 매우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다"라고 겁을 줬다.

그러면서 순 의원은 "한국인들이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과 품질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지지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받아들인다면 4월 18일의 협정을 재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짐짓 '유연'했던 태도는 '재협상 불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한 자락 깐' 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순 의원실은 "한국 시장을 다시 개방한다면 미국 쇠고기 업계는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얻을 것"이라며, 순 의원이 "한국 시장 개방은 사우스 다코다의 쇠고기 업자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방미에 맞춰 나온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의 발언도 방미단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쇠고기벨트 지역인 몬태나 출신 보커스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공은 한국에 넘어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합의를 체결했고 양측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사실상 금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및 청와대 방미단도 마찬가지

박덕배 농식품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들은 10일 미 농무부 측과 만나 양국 민간차원의 자율규제가 실효적으로 되도록 양국 정부가 '보증'(endorse)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 농무부는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대신 키스 윌리엄스 미 농무부 대변인은 "재협상은 없다"고 선을 긋고, "한국 정부도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으며, 한국이 이미 합의된 내용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민간 자율규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을 뿐더러, 정부 개입은 국제 무역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앞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등 외교라인에서는 한국에서의 대규모 촛불시위 등은 국내사정일 뿐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도 12일 오전 "쇠고기 관련 합의문 자체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와 별도로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단장으로 한 청와대 대표단도 백악관을 비롯해 행정부 측 관계자들과 접촉을 가졌지만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언론플레이는 화려

하지만 방미단의 언론플레이만큼은 뛰어나다. 황진하 의원 등은 11일 워싱턴 주재 특파원과 간담회를 열고 "미 행정부가 문서나 다른 방식으로 한국 국민이 안심하도록 이를 보증해 주고, 미 행정부가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미 의회도 협조해 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대표단이 수출업자간 자율규제를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일정기간 수출을 유예토록 하고, 미 정부가 이를 문서로 뒷받침하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하며 "한미, 쇠고기 자율규제 통한 단계수입 가닥" 등으로 제목을 뽑았다.

그러나 그렇게 가닥을 잡은 건 한나라당 대표단일 뿐이다. 미국 행정부는 재협상 불가와 민간 자율규제라는 쪽으로 오래 전 가닥을 계속 잡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대표단의 그같은 일방적인 요구에는 기껏해야 '문서 보증'만이 추가됐을 뿐, 재협상을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