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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광고 줄어 감면…'갈지자' 보도에 독자는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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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광고 줄어 감면…'갈지자' 보도에 독자는 짜증

<조선일보> 딜레마…서서히 강도 높이는 '이명박 비판'

<조선일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논란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12일 <조선일보>는 '팔면봉'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꼬는 글을 연달아 올렸다.

"이 대통령 '요즘 잠 못자 3kg빠졌다'고. 그 무게 모두 국민들 가슴 납덩이로 얹혔습니다."
"퇴임 7개월 앞둔 부시 대통령, '사려깊지 못한 말, 후회한다'고. 이 말 경청해야 할 지도자 몇 있죠."

또 이날 '신경무 만평'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소와 함께 컨테이너 뒤에서 '군사 보호구역 대폭 완화, 통신비 감면, 미분양 주택' 등이 적힌 '민심수습책'을 '짠'하고 내보이고 '재협상' 촛불을 들고 이를 읽는 시민들은 "근데 쇠고기 민심에 왜 쇠고기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겨"라고 반응하는 내용이 실렸다.
▲ 12일자 <조선일보> 신경무 만평.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는 '대증요법'에만 집중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답답증을 드러냈다. 이날 "'6.10 촛불시위' 이튿날 쏟아진 속보이는 경제·민생 대책" 사설에서도 "경제부처들은 사상 최대의 촛불 시위가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 서울 도심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 이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정권의 둑을 넘실대는 흙탕물을 이런 자갈들이라도 쏟아부어 막아보겠다고 생각한 것일까"라고 비꼬았다.

이 신문은 "눈이 펄펄 내리는데 눈을 쓸겠다고 빗자루를 들고 마당에 나서는 인간들은 십중팔구가 바보들이거나 공연히 집 주인에게 점수를 따려고 헛 부산을 떠는 사람들"이라며 "하필이면 촛불시위로 온 나라가 아우성을 친 다음날 내놓아 얄팍한 속만 내보이고 말았다"고 했다.

또 "심기일전 대개편의 원칙 바로세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근본적 위기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이 나버렸다는 사실"이라며 "이번 개편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재기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잣대"라고 했다.

독자들 "<조선일보> 실망했다"

이명박 정부 비판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조선일보>의 사정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이날 지면 광고. 이날 <조선일보> 광고는 골프장, 토지분양, 여행사 광고가 주를 이뤘다. 기업 차원의 광고는 삼진제약, 롯데관광, 롯데우유 정도. 광고물량이 대폭 줄어들어 지면 수도 한달 전만해도 본지 기준 36면에 이르던 지면이 이날은 28면에 그쳤다. 그간 여타 신문보다 '볼 게 많다'며 '두둑함'을 자랑했던 <조선일보> 지면이 실은 '광고'로 채워졌었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 이 신문의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염증을 내는 독자도 많다. 이날 <조선일보> '독자의 소리'에는 촛불을 든 시민들을 왜곡한 보도에 실망했다는 지적과 '배후세력이 선동한 시민들에 동조하느냐'는 비판이 나란히 실렸다.

충남 서산시에 사는 교사라는 김경성 씨는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를 보면서 구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며 "지난 4월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을 때 협상 내용과 쇠고기 안전성을 문제삼는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광우병 위험을 외면한 굴욕외교'라는 비판에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협상타결을 옹호하고, 5월 들어 광우병 위험이 본격 제기되자 '비과학적', '본질을 모르는 것', '도 넘은 부풀리기'라고 호도하면서 마치 우리 정부, 아니 오히려 미국 정부의 대변지인 양 국민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려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게다가 많은 국민들의 순수한 의도에서 촉발된 시위를 '보이지 않는 배후세력'이 조종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그런 보도 행태에 분노와 좌절을 느꼈다"며 "조선일보는 사회 현실을 바로 보고, 시민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인가? 지면 어디에서도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보려는 어떤 노력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는 슬그머니 정부를 비판하고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뒤늦게 지적하고, 시위의 순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동안 죽 지켜본 바로는 정말 줏대 없는 모습으로 보였다"며 "아직 조선일보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여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균형잡힌 감각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조선일보의 참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경성 씨의 글 옆에는 "쇠고기 재협상 요구에 동조하나?"는 제목의 독자 기고문이 실렸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김영광 씨는 "최근 조선일보 논조를 보니 그 이전과 달리, 쇠고기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조선일보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미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보하라는 주장을 넘어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권은 물러나라고 하는 시위대의 주장에 끌려간다면 한미 관계는 물론 국제 신뢰도를 해칠수밖에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린애가 '떼'를 쓰는 철부지 행동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거기에 동조하는가?"라고 따졌다.

그는 "뒤에서 움직이는 세력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게 시위"라며 "시위의 확산은 순수 참가자들이 아니라, 배후에서 그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내 생각에 그들은 바로 지난 정권 때 득세했던 좌파세력이다. 이들의 최종 목적은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을 전복하려는 것"이라는 <조선일보>식 논리도 폈다.

이날 '독자의 소리'는 <조선일보>가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애초에 잘못 잡은 논조를 '줏대있게' 따라가려니 광고지면이 대폭 줄어들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조선일보 폐간 운동'이 두렵고 그렇다고 논조를 바꾸자니 <조선일보>가 '배후설'을 전파해온 전통적인 독자층이 반발하는 것. '내각 총사퇴'라는 꼼수라도 부려보는 이명박 정부를 부러워해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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