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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문화기관도 몰래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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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정부, 문화기관도 몰래 민영화?

국립중앙극장·국립현대미술관 대상에…"문화 양극화 커질 것"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틈을 타 기습적으로 '수돗물 사영화' 방침을 밝히면서 민영화 가능성이 거론된 여타 기관들 사이에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책임운영기관인 국립중앙극장, 국립현대미술관도 그중 하나. 특히 이들 기관은 정부 조직논리에 따라 '쥐도 새도 모르게' 민영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인촌 장관은 '나를 믿어달라'지만…"
  
  행정안전부는 6월까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확정하고 7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을 예고해둔 상태. 행안부는 5월 초 책임운영기관 47곳 가운데 22곳을 민영화 대상 기관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대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행안부는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각 부처에 '소속기관 법인화에 대한 의견'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각 기관의 민영화 절차를 밟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세 개 기관 법인화에 '문화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오히려 문광부는 5월 초 '기업형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되던 국립중앙극장을 '행정형 책임운영기관'으로 변경하는 등 이들 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확정한 상태다. '기업형'은 해당 기관의 '수익'에 초점을 두고 '행정형'은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는 운영형태다.
  
  문광부 관계자들은 국립중앙극장의 '행정형' 전환도 유인촌 장관이 앞서 추진한 것 등을 들어 이들 기관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유인촌 장관의 의지는 높은 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 장관은 취임 초부터 "국∙공립 공연장과 전시장에서는 예술을 해야 한다. 이들 기관의 예술성을 중시하겠다"고 선언해왔고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추진 소식에 들썩이는 내부 여론을 두고도 "내가 막겠다. 일단 나를 믿어달라"고 다독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광부나 문화계에서는 유인촌 장관의 '소신'과는 별개로 민영화 사업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로드맵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전히 불안해 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민영화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안전부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부처나 다 소속 기관에 대한 민영화는 반대한다고 한다"며 "사실 어느 부처라고 소속기관이 민영화 되는 것을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유인촌 장관은 자신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논리에 따라 민영화를 밀어붙일 경우 장관들이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공무원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효과 뿐"
  
  사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문화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문화 공공성'의 개념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달려있는 문제다. 문화관광부는 행안부에 제출한 자료에서 "국립중앙극장을 민영화할 경우 공연의 상업화로 순수 공연예술의 진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전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립중앙극장과 같은 공공극장의 주요 역할은 저렴한 대관료로 우수한 공연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하고 서민들도 저렴한 관람료를 내고 좋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의 경우에서 보듯 국립중앙극장을 민영화할 경우 비용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신종현 국립중앙극장 노조위원장은 "단순히 무대제작의 문제를 보더라도 국립중앙극장은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아웃소싱 등을 통해 외부제작한 것을 들여오는 여타 극장에 비해 30~40% 이상 저렴하게 무대를 설치할 수 있다"며 "민영화할 경우 공연장 대관료 및 부가장비 사용료 등이 올라가는 것은 필연적이며 이로 인해 영세한 공연예술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민영화의 목적과 달리 문화기관을 민영화 한다고 해도 국가 재정 부담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느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지점. 이미 민영화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 국립3단체도 대중, 상업적인 공연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국고 의존도가 여전히 46~74% (2008년 기준)으로 높고 국가재정 부담도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한 문광부 관계자는 "민영화를 한다고 해도 문화예술계의 특성상 현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인력이라는 것이 있는 만큼 공무원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결과만 낳게 될 것" 이라며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국립중앙극장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오로지 눈에 보이는 공무원 숫자를 감축하겠다는 정치적 목적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허울좋은 '무료관람' 뒤로는 민영화 추진하나"
  
  국립현대미술관을 독립행정법인으로 만들어 민영화한다는 계획도 반발이 크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5월 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전국 14개 국립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하도록 개방해면서 동시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영화를 검토하는 것은 이중적인 행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광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국립문화시설 무료관람 정책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설전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런데 당연히 관람료 인상으로 이어질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 문화향수권 증대'라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문화계에서는 "상설전시실이 무료화된 상황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민영화되면 미술관은 자연히 수익을 내기 위해 임대사업과 흥행성 위주의 기획전시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국립미술관의 민영화를 추진한 일본의 경우 민영화 이후 작품수집, 보존, 전시 등 미술관 본연의 업무가 크게 위축됐다. 일본국립미술관은 2007년 기준으로 지출의 74.5%가 인건비와 시설정비비로 사용됐으며 전시(18.9%), 조사연구(1.5%), 교육보급 사업(5%) 등은 크게 줄어들었다.
  
  또 도쿄국립박물관은 민영화 이후 기존 420엔에서 600엔으로 개인입장료가 43% 늘어났으며 교토∙나라 국립박물관은 210엔에서 500엔으로 138% 폭등했다.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노조는 지난달 낸 성명서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의 조사ㆍ연구, 보존ㆍ관리, 소외계층에 대한 다양한 미술교육 등 민간에서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을 포괄해왔다"며 "현대미술관을 장삿속 논리에 따라 돈벌이에 내몰지 마라"고 반발했다.
  
  한국미술협회도 성명에서 "미술관은 경제적 효과와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품 및 작가를 만드는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을 민영화한다면 분명히 순수한 미술관의 기능을 뛰어넘어 변질된 운영체제로 만들어 질 것이 뻔하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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