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위력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보수 언론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생각교란전술'을 펴고 있다. '괴담' '배후' 불법' 등의 단어를 동원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 정책을 전환하기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알리는 데 더 열심이고, 수많은 부실 정책을 밀어 붙이려 하고 있다.
촛불을 든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좋은 말이고 지금은 또 그래야 한다. 특히 신뢰를 주지 못하고, 민주적이지 못하며, 전문성이 없는 정부에 대해서는 그 말이 절대로 맞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되어서는 안 되며, 종교적인 맹신이 되어서도 안 된다. 촛불을 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부를 상대로 왜 이길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희망을 가지고 촛불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국민이 정부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군부독재 시절, 개도국이었던 시절 특히 그랬다. 국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정부를 이기는 데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부를 쓰러뜨리는 데 걸린 기간) 그리고 그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무모한 싸움에도 비교되었고, 엄청난 국민의 인명과 기본권의 희생이 있었다.
이렇게 정부를 상대로 싸워 국민이 이기기 어려운 이유는 과거에는 정부가 가공할 폭력 수단을 독점했고,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정부가 국민보다 전문적이었고, 또 정보의 수집과 흐름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면서 북한 위협이라는 국가안보를 국민 억압의 명분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첫째, 지금 같이 열린사회에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과거와 같이 총칼을 사용한 무자비한 폭력을 쓰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현재의 한국은 과거와 달리 대단히 열려 있다. 언론도 인터넷과 진보언론을 통해 자유롭게 열려 있고, 한국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와 있으며, 외신도 바로 바로 뜨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정보통신기술에 뛰어난 젊은 세대는 상상이 가능한 모든 공간에서 한국과 세계의 구석구석을 열어 제끼며 고발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가공할 폭력을 사용하게 되면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게 되어 있다. 이는 곧 통치능력의 상실로 연결된다. 즉 과거와 같은 무자비한 폭력의 사용은 자살행위이다.
둘째, 정부가 무리한 폭력사용의 명분을 조작하게 되면 역풍을 크게 맞게 되어 있다. 특히 '좌빨'과 북한을 연결시키는 명분 조작은 사회가 고도로 열려있고, 교육수준이 높은 지금의 국민에게 먹히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했고, 대부분의 불만 세력을 북한과 연결시켰다. 그러나 비폭력과 안전한 먹거리 등 생활의 문제를 외치는 지금의 촛불집회, 그리고 청소년과 아줌마가 참여하는 항의에 북한을 연결시키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그런 조작은 정보검색과 인터넷에 뛰어난 젊은 세대에 의해 금방 탄로가 나게 되어 있다. 이 조작이 폭로될 경우 정부는 그야말로 가공할 민심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셋째, 정부의 전문성이 민간의 전문성을 쫒아가지 못한다. 과거 개도국의 시절에는 정부에서 전문가를 독점하고 있었지만 경제, 교육, 문화, 기술 수준이 높아진 오늘의 한국에서는 정부에 못지않게 민간이 더 많은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언스> 잡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어 낸 국민이 바로 한국인이며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사기 치고, 거짓말 하고, 조작을 해 댄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특히 인터넷과 새로운 기술의 변화, 새로운 문화의 변화에 무지한 현 정부는 이들 젊은 세대, 민간 전문가와 게임이 되지 않는다. 쇠고기 협상의 엉터리를 전부 캐낸 것이 바로 이들이고, 대운하의 허구를 캐내는 사람들이 바로 민간 전문가들이다. 정부가 어설프게 전문성을 뽐내다가는 곧바로 망신이다.
넷째, 현재의 정부가 너무나 무능하다. 국민의 저항을 막으려면 정부가 정책을 히트시키는 데 최소한 타율이 2할은 넘어야 하는데, 솔직히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그라운드에 설 실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내놓는 정책마다 실패하고, 말이 안 되고, 잘 되는 게 없다.
경제를 살리겠다길래 뽑아 주었는데 경제 돌아가는 게 한심하고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청와대도 정부도 여당도 박자가 하나도 안 맞고 업무조정도 안 되며, 전문성이 발휘되지도 않는다. 총체적 무능이다. 지금의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 촛불시위가 단순한 광우병 시위가 아니라 여태껏 쌓여온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터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섯째, 경제가 발전한 한국에서 국민은 소비자로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현 정권을 탄생시키고 지켜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보수 언론은 정치세력이기도 하지만 언론 산업이다. 국민이 소비자로서 이들 신문을 사절하고, 이들 신문의 광고주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고, 이들 신문 구독하는 식당에 안 가고, 인터넷으로 홈페이지를 폭격하면 무작정 현 정부를 옹호할 수만은 없다. 특히 그 정부가 무능력할 경우 그 배반의 속도가 빨라진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이러한 시장에서의 무기뿐만이 아니라 법률이라는 무기도 있다. 인권을 침해받았을 때 법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등 고도로 세련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회는 강권력을 사용하는 하드파워의 시대에서 지식, 문화, 기술, 전문성을 사용하는 소프트파워의 시대로 옮겨왔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소프트 파워에 있어 젊은 세대와 국민 앞에 거의 초보자 수준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시대의 힘의 균형에서 현 정부는 국민에 한참 밀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CEO 출신으로서 국민을 회사원 취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은 국민을 커다란 도박판의 판돈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미국 쇠고기 수입, 대운하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공기업 민영화, 고환율정책 등 무리한 성장정책, 기타 수많은 큰 도박에 국민을 판돈으로 걸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도박은 앞으로도 줄줄이 나올 것이고, 판돈 취급받는 국민들은 계속 촛불을 들 것이다.
선진화를 말했던 세력들, 보수의 유능함과 경제성장이라는 시대정신을 선전했던 언론들, 현실분석에 정교하고 정직하지 못했던 지식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신뢰를 못 받는 세력은 열린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힘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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