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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케냐 사태'냐, '기적의 정권교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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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케냐 사태'냐, '기적의 정권교체'냐

[분석] 무가베, 28년 철권통치 갈림길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에서 2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일단 투표가 종료됐다.

짐바브웨는 미국으로부터 세계 최악의 10대 인권위반국으로 지정된 곳이며, 연초 1000원짜리 상품이 연말에는 100만원이 될 정도로 연간 10만%가 넘는 물가상승률, 80%에 달하는 실업률로 악명이 높은 나라다. 환율도 3만 짐바브웨달러=미화 1달러로 치솟았다.

서방 국가의 기준으로 보면 이런 지표로 점철된 경제파탄을 초래한 지도자는 당장 물러났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 2월 84세 생일을 치른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세계 최고령 지도자로 28년 철권통치를 즐기며, 이번에도 6선 연임을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제사회는 짐바브웨 대선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가베가 이기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울 만큼 객관적인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운명의 대선'이 실시된 29일 부인 그레이스와 함께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야권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로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기도 뜨겁다. 이미 야권은 무가베 대통령과 여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이 정권 차원에서 대대적인 부정선거을 획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범아프리카의회 선거감시단은 이날 수도 하라레의 한 선거구에서 8450명의 유령 유권자를 발견, 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는 등 부정선거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유권자 590만 명에 투표용지는 900만 장

야권은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등록 유권자 수가 590만 명인데, 인쇄된 투표용지는 900만 장에 이르는 것을 정부가 부정선거를 획책한 분명한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무가베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짐바브웨 대선이 '제2의 케냐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지난해 말 부정선거에 대한 반발로 폭동이 일어나 지난 2월까지 1000명 넘게 사망한 참사가 빚어졌으며, 유엔 등의 중재 노력 끝에 여야가 권력분점에 합의하는 것으로 일단 매듭이 지어졌다.

무가베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도 정국의 안정이 의문시되고 있다. 짐바브웨 군 장성 출신들은 무가베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면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공언하고, 현직 경찰청장도 "서방의 지원을 받는 꼭두각시들이 짐바브웨를 통치하도록 용인하지 않겠다"고 충성맹세에 나서는 등 기득권 세력의 반발도 우려된다.

이번 짐바브웨 대선은 서방언론의 취재 자체가 봉쇄돼 결과가 신속하게 전해지지 못하고 있으며, 현지 여론조사의 예측도 발표기관마다 상당히 다르다.

결선투표에서 야당 후보 승리 가능성도 점쳐져

일각에서는 현재 무가베가 우세하지만 51%의 득표에는 실패해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등록 유권자수는 590여만 명이며, 개표 결과 51%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21일 이내에 2차 투표를 치르게 된다.

모두 4명의 후보가 나선 이번 선거에서는 무가베와 모간 창기라이(56) 민주변화동맹(MDC) 총재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후보로 출마한 심바 마코니(58) 전 재무장관이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만일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야권 후보들이 연합해 무가베를 물리칠 가능성이 높다.

'해방영웅' 무가베의 쇠락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당시 로디지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부터 28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짐바브웨는 남한의 4배가 넘는 39만757㎢의 면적에 1300여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기후가 온화하고 토지도 비옥해 한 때 '아프리카의 곡창지대'로 불리며 주변국의 부러움을 받았으나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무가베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이어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는 '해방영웅'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으나, 서방에 반발하는 노선을 걸으며 지난 2000년 농지 70% 이상을 소유한 백인들의 땅을 몰수해 흑인들에게 나눠주는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기술과 장비가 없는 탓에 흑인 농민들의 생산성이 뚝 떨어지며 결국 짐바브웨는 식량 수입국이 됐고,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마저 겹치면서 극심한 경제위기에 시달려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2년 480달러에서 2005년 340달러로 후퇴했다.

인권 상황도 열악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짐바브웨에서 야당을 공개 지지했다가는 경찰에게 죽도록 맞거나 실제로 살해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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