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0일 삼성전자가 프레시안에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1월 26일 프레시안이 보도한 <삼성전자, 수출운임 과다 지급 의혹/ 관세청 기록, 국세청 신고 금액보다 1조 800억 원 이상 높아>라는 기사가 '허위사실을 계속 주장해 기업이미지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기사에서 삼성전자의 2005년 7월부터 같은 해 말까지 6개월 간 수출한 내역을 담은 관세청 기록과 수출신고필증을 근거로 삼성전자가 삼성전자로지텍에 지불하는 운임을 과다 계산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로지텍은 삼성전자가 전액 출자해 1998년 설립됐으며, 삼성전자의 물류업무만을 대행하고 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프레시안에 직접 찾아와 기사 삭제나 정정을 강력히 요구했고, 국내 홍보담당 전무도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에게 같은 요구를 해왔다. 프레시안이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자 삼성전자는 손배 소송을 통해 △자신들이 제시한 정정보도문을 초기화면 중앙 상단에 1개월 동안 게재할 것 △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500만 원을 삼성전자에 지급할 것 △이와는 별도로 10억 원의 손해배상금 및 소장 송부 다음 날부터 지급일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정정보도문을 한 달 동안 게재하라는 요구도 전례가 없거니와 영세한 인터넷 매체에 10억 원의 손배소를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폐간 요구와 다를 바 없는 횡포다.
더군다나 2007년 12월 21일 열린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는 프레시안이 삼성전자의 반론을 충분히 수정기사에 반영했으므로 별도의 정정보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언론이 어떤 사안에 대해 객관적 근거를 기초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레시안 보도의 근거가 된 관세청 기록과 수출신고필증은 신뢰할 만한 객관적 자료이며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손배 소송 시도에 앞서 자신들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로지텍과의 거래 내역을 공개하는 등 국민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자료를 먼저 공개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막대한 손배 소송을 거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언론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삼성은 자사의 비자금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부당한 광고 압박을 가해왔다. 우리 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삼성의 부당한 광고탄압을 비판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언론은 삼성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 으로 일관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의 이번 손배소송은 언론보도를 더욱 위축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지 언론으로부터의 건강한 견제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더 이상 언론을 '당근과 채찍'으로 관리하는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 당당하게 응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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