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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 전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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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 전망과 과제

2008년 제1차 민화협 통일포럼 기조연설문 전문

(Ⅰ)
  
  2.13합의에 따라 작년 말까지 완료 예정이던 핵시설 불능화 작업에 차질이 생기고, 10.3합의에 의한 핵프로그램 신고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해가 바뀌었다. 신년 초부터 약속이행과 신고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책임공방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북한의 신고 불이행을 지적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촉구하였다. 반면 북한은 불능화에 대한 보상인 중유지원 약속이행이 지연되고 있으며, 신고 관련 사전협의까지 했는데 미국이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한국과 일본은 조속한 신고를 촉구하고, 중국은 북한의 신고 지연이 정상적이라고 편들고 있다. 작년 여름 BDA문제 해결 후 10.3합의가 나오고, 미 국무부 관리들의 평양출입이 이어지면서 巡航하던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외교통상부는 3월말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완료, 상반기 중 핵폐기 일정 합의, 2010년 핵무기 폐기 마무리를 골자로 하는 북핵문제해결 로드맵을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국민 모두 이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 같다. 작년 말 현재 불능화는 75% 진행된 반면 중유공급은 20%선에 머물러 있다. 신고 내용과 범위 문제로 북·미간 신경전마저 시작되었다. '행동 대 행동'을 강조하는 북한의 속도조절이 明若觀火한 상황에서 한·중의 대북역할 없이 한·미·일 공조만으로 3월말까지 불능화와 신고 완료를 유도하고 상반기 중에 북핵문제 해결의 고비를 넘을 수 있을까?
  
  약속이행과 신고 문제로 북·미간 책임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한국에서 선북핵해결 주장과 한·미·일공조강화론이 계속되면 미국 내 대북강경론이 당연히 탄력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시 강경해지면 북·미간,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고 그 피해는 우리 경제가 가장 먼저 입게 될 것이다. 불능화와 신고 문제가 금년 상반기 중에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하반기부터 미 대선국면으로 들어가는 경우, 미국 쪽의 북핵문제 해결 추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한·미·일공조강화로 나가면 6자회담은 남방3각과 북방3각의 대결장이 되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대북압박으로 보이는 선북핵해결이나 한·미·일공조보다 병행전략과 한·중 공조를 채택해야 하는 것은 목표에 비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02년 제2차 북핵문제 대두 이후 당시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병행전략을 추진한 것은 결단력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친북반미정권이어서도 아니었다. '90년대 초 제1차 북핵문제 대두 시 연계전략이 가져다 준 得보다 失이 너무 컸기 때문에 前轍을 밟지 않기 위해 병행전략을 채택했던 것이다. 차기 정부는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도 북핵상황과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고 무역의존도가 커지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이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졌기 때문에 병행전략은 정말 불가피하다. 물론 연계전략은 우리의 대북역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Ⅱ)
  
  '90년대 초 불거져 90년대 중반 일단 해결되었던 북핵문제가 '02년 10월 다시 불거진 후 6자회담도 여러 번 했고 9.19공동성명, 2.13합의, 10.3합의 등 합의서도 많이 만들어 냈지만 북핵문제는 아직도 한반도 상공을 유령처럼 배회하면서 남북관계를 차단하기도 하고 그 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완치되었는가 하면 재발하면서 18년을 끌어온 만성병 같은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이건 동맹관계 복원, 협상기술 발휘 등 외교술만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20세기에 비해 컨텐츠와 테크닉이 달라진 21세기 국제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북한이 성실하게 약속을 이행하고 핵무기까지 폐기하면 북핵문제는 일단 해결되는 셈이지만, 외교통상부가 핵무기 폐기 목표시점으로 잡은 '10년은 차기 정부 임기반환점을 넘는 시점이다. 그때까지 '비핵· 개방· 3000'원칙에 따라 남북관계보다 핵외교에 치중할 것인가? 그리고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문제는 완전히 해결되는 것인가? 미사일문제, 생화학무기문제, 인권문제가 또 남아있다. 강대국들이 동북아 국제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차단봉은 이렇게 북핵문제 외에도 많다. 새로운 차단봉이 내려지면 다시 그 문제 해결을 전제로 남북관계를 설계할 것인가? 북핵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는 미국의 중장기 동북아전략 추진의 지렛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년이내에 북핵문제의 고비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제하고 남북관계를 설계하는 경우, 自家撞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피해가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기존의 남북관계가 더욱 활성화되고 북한의 변화(개방·개혁)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북·미관계, 북·일관계가 개선되면 북핵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이다. 북핵문제는 체제인정 및 경제난극복과 표리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남북관계부터 시작하는 善循環構造가 문제해결 시간을 단축시켜줄 것이다.
  
  (Ⅲ)
  
  '71년부터 시작된 남북대화는 36년이라는 세월을 경과하는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量의 축적이 質的 變化를 가져왔는지 남북관계는 이제 桑田碧海 수준의 변화를 했다. '95년부터 시작된 인도적 대북지원과 '98년부터 본격화된 경제협력이 계속 확대되는 과정에서 남북간 불신·반목·대결의 빙벽이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화해협력이 싹트고 있다. 많은 회담에서 합의서도 많이 만들지만, 합의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남북이 윈-윈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0.4공동선언 이후 합의사항들은 지난 36년 남북관계사의 중간결산이자 향후 남북관계 발전의 航海圖라고 할 수 있다. 차기 정부가 10.4공동선언이후 남북합의사항들을 전면 재검토해서 이행여부와 우선순위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검토는 해야 하겠지만, 사실 그 내용은 차기 정부 임기 내에 남북관계를 남북연합의 초기단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들이다. 남북관계가 남북연합단계로까지 발전되면 누구의 功이 되는가? 이명박 당선자가 남북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여 다행이지만, 차기 정부의 열린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남북간 정치·군사적 불신과 대결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북한불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제·사회적으로 북한의 대남의존성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북한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바뀌었다. 특히 대남태도면에서 그렇다. 금년도 신년공동사설에서도 그러한 북한의 성향이 배어 나온다. 차기 정부의 예고된 대북정책 기조(선북핵해결·개방 요구,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 인권문제 제기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 자극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다방면적인 남북경제협력 추진 장려를 희망했다. 경제협력이 절실해서 그랬겠지만, 경제협력이 가져올 정치·사회적 파급효과를 북한도 모를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이제 북한은 남한과의 협력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정권교체를 한만큼 대북정책면에서도, 부시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전 정부 정책은 무조건 뒤집을 것인가? 외교와 남북관계에서 초당적 협조가 강조되는 것은 국익 때문이다.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한의 개방·개혁을 유도·지원해 나가는 것이 '경제살리기'에 해로운 안보위기도 피하는 길이다. 미국경제는 규모가 크고 대외의존도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안보변수가 주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경제는 그렇지 못하다.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미국과 어디까지 협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시 정부는 6년 동안 선북핵폐기를 주장하면서 대북압박정책을 폈지만 성과보다 북핵무기 실험 성공이라는 치명상을 입은 연후에 임기를 2년 남겨놓고 클린턴 정부가 떠났던 지점으로 돌아왔다. 시간과 국력을 낭비한 연후에야 한국과 중국이 줄곧 권고했던 북·미대화와 보상, 북한이 요구했던 '행동 대 행동'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차기 정부는 부시 정부의 과거 대북정책을 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고,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도 예측해가면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는 어차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이고, 미국의 정책이 항구불변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일과의 공조는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중요하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은 그 보다도 상위개념이다. 차기 정부가 實用主義를 표방한 만큼 어느 한쪽에 줄서기를 하기보다 '내 나라' 중심으로 고민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외교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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