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9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 4.25%인 연방기금금리를 오는 3·4분기까지 2.5% 수준으로 크게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전망은 앞서 세계경제포럼(WEF)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어진 유동성 경색이 앞으로 12개월 안에 미국 경기 침체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예상보다 훨씬 비관적인 것이다.
미국에서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전미경제학회(NBER)의 판단을 근거로 정부가 선언한다. 통상 2분기 이상 경제가 연율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침체로 판단하지만, NBER은 성장률 뿐 아니라 고용, 실질 개인소득, 제조업 생산활동 등 실시간 동향을 중시한다.
7년만의 '공식 경기침체' 임박?
미국의 경기 침체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마지막 기간은 2001년 3월부터 11월까지였다.
골드만삭스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은 이틀 전인 지난 7일 메릴린치가 내놓았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거나 '침체와 같은'이라는 표현으로 현재의 미국 경제를 진단하는 것은 "임신부가 임신과 같은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면서 경기 침체가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날 미국의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재임 중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 발언에 대해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실하다"고 늘 강조한 부시 대통령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이날 뉴욕의 증권 애널리스트협회 모임에서 "가까운 장래에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일어난 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인 5%를 기록하고, 주택거래 건수가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부실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의 금융 업종은 지난해 4·4분기에 무려 61.4%의 순익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음날 미국 경제가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는 추정치가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에서 나왔다. 미국의 경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추정치가 정부 쪽에서 나온 것도 처음이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지난해 3월 4.4%에서 12월에는 5.0%까지 오른 상황이며, 다시 올해 연말까지 6.2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난 60년간 경기후퇴에 들어서지 않은 경우 실업률이 0.5%포인트나 오른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경기가 후퇴 국면에 진입했으며, 얼마나 깊이 오랫동안 가느냐의 여부만 남았다"고 강조햇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를 넘어선 경기 부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인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FRB가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하고, 의회 차원에서 세금 감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월가에선 FRB가 30~3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3.75%로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등 500억~75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오는 28일 국정연설에서 구체적 경기 부양책 발표 예상
미국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28일로 예정된 국정 연설에서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개인들에게 500달러 가량의 세금을 환급해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들의 설비 투자에 대한 세금을 대폭 줄여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환급과 기업 세금 공제는 부시 행정부가 2001년 경기 침체시에도 썼던 조치로, 당시 미 재무부는 미국 가정의 3분의 2에게 300~600달러의 세금을 환급했었다. 또 의회는 2002년에 부시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기업들의 설비투자비의 30%를 공제하는 세법 개정을 승인했었다.또한 이번 경기부양책에는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의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는 것은 그대로 있다가는 자신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채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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