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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네오콘, 이번엔 이란 망명자 단체와 손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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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네오콘, 이번엔 이란 망명자 단체와 손잡나

한때 미국이 지정한 '테러조직'…이라크 전철 밟을까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미 네오콘(신보후주의자)의 주장은 이라크 망명자 단체들의 정보가 그 단초였다.

아흐메디 찰라비라는 인물로 유명한 이라크국민회의(INC) 등 이들 망명자 단체들은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과장·왜곡된 정보를 네오콘에게 제공했고, 미국은 그것을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들의 정보가 거짓으로 판명된 지금 네오콘들은 또 다른 망명자 단체의 말에 귀를 맡기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란 저항 국민위원회'(NCRI)라는 이름의 이란 망명자 단체다.

NCRI는 이란의 핵개발이 2003년부터 중단됐다는 미 정보기관들의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가 지난 3일 발표되자 이란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주목을 끌었다.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는 네오콘들은 과거 이라크국민회의에게 그랬던 것처럼 NCRI의 주장을 적극 받아들이며 이란에 대한 강경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對) 이란 제재 및 군사공격 반대운동'이란 단체의 미국 본부장인 로츠담 푸르잘에 따르면 NCRI는 '인민의 무자헤딘'(MEK)이란 단체의 공개 조직에 불과하다. MEK는 과거 미 국무부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던 무장조직이다.

현재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미국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MEK은 이란 정부에 의해 수배를 받고 있는 동시에 후세인에 대한 부역 혐의로 현 이라크 정부에 의해서도 인도를 요구받고 있는 무장단체다.

그런 까닭에 MEK은 이란과 미국의 화해 모드로 돌아설 경우 이란이나 이라크에 넘겨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단체가 공개 조직인 NCRI를 통해 반 이란 캠페인을 적극 벌이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네오콘들은 그처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테러단체에서 나온 과장·왜곡된 정보를 토대로 이란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다음은 26일 미국의 외교정책을 분석·비판하는 웹사이트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린 푸르잘의 기고문 중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바로가기)
▲ 이란 저항 국민위원회의 시위 장면. ⓒ로이터=뉴시스

이란 강경파들, 국가정보평가 보고서 뒤집을 우군 만나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 망명자 단체의 허황된 주장을 이용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아닌 다른 중동 국가들에서 온 망명자들도 정체불명의 자료들을 들고 미 의회나 언론사를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런 조직들은 이란이 2003년 이후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고 밝힌 2007 미국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를 뒤집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NIE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보고서가 부시 행정부의 대(對) 이란 강경책을 약화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불평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이라크 전쟁 발발 이전에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에 의한 정권교체에 집착하고 있는 망명자 단체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특히 '이란 저항 국민위원회'(NCRI)는 이라크 망명자 단체인 이라크국민회의(INC)가 이라크 전쟁 전에 했던 역할을 지금 되풀이하고 있다. NCRI는 지난 10년간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화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NIE가 발표되어 이란이 현재 핵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지 8일 후(12월 11일) 세계의 언론들은 NCRI가 그 보고서의 내용을 반박했다는 기사를 타전했다.

NCRI 워싱턴지부 대변인은 알리레자 자파자데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속 과학자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백악관에 의해 테러지원단체로 지정된 이란의 군사조직이다.

NCRI는 또 이란이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미국인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워싱턴 강경파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왔다.

망명자 단체의 탈을 쓴 '인민의 무자헤딘'

NCRI가 이처럼 이란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데 발벗고 나선 까닭은 자신들의 오명을 벗기 위한 시도다.

NCRI는 테러조직인 '인민의 무자헤딘'(MEK)을 대신해 프랑스 파리를 근거로 활동하는 공개 조직이기 때문이다.

3만 5000명 이상에 달하는 MEK 전투요원들은 2003년 봄부터 지금까지 미군에 의해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보호를 받아오고 있다.
▲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대통령이던 시절 '인민의 무자헤딘' 대표와 만나고 있다.

MEK는 지난 25년간 이란 정부의 1급 수배 조직이었고, 또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폭정에 부역했다는 혐의 때문에 현재의 이라크 정부도 인도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1980년대 중반 이라크를 탈출한 뒤 당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편을 들어 이란과 싸웠다.

만약 미국이 이란과 화해함으로써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 카드로 MEK를 활용할 필요가 없어져 버린다면, MEK의 핵심 조직원들은 이라크와 이란에서 사형을 비롯한 중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 MEK가 서방 세계에서 대 이란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때문이다.

이란은 지난 16일 다음 번 열릴 미-이란 협상에서는 MEK에 관해 교섭하자고 요청하면서 MEK를 떨게 했다.

네오콘의 후원을 받는 '테러조직'

아흐메드 찰라비가 이끌던 이라크국민회의가 그랬던 것처럼 MEK 역시 자신들을 이란 민주주의의 대안 세력으로 추켜세우는 유력 보수주의자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존 애쉬크로프트 전 법무장관, 딕 아미 전 하원 공화당 대표,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장, 일리나 로스-레티넨 의원, 톰 탠크레도 의원 등이 그런 인물들이고, 이들은 모두 예나 지금이나 이란 공격을 주장하고 있다.

MEK는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된 단체로서는 유일하게 워싱턴에서 가두시위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란 저항 국민위원회(NCRI)라는 가면을 쓰고 말이다. 그들의 시위에는 지난 수십년간 MEK를 이끌던 이들의 사진이 담긴 피켓이 많이 등장한다.

MEK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하고 있는 그 방식을 고수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그들은 미-이란의 화해를 방해함으로써 미국의 호전주의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스스로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미국이 이란과의 전면전 대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중미 지역에서 벌였던 소모전처럼 "저강도 분쟁"을 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다면 MEK는 레이건 당시 중미 지역에서 활동했던 콘트라 반군(반혁명 게릴라)과 같이 미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활동하는 세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네오콘들은 전쟁을 못하는 대신 그같은 분쟁을 차선책으로 분명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부시 행정부나 그 후에 올 정부가 이란과의 대화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한다면 MEK가 맞닥뜨릴 미래는 이란 협상가들의 머릿속에 있는 구상과 결코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이란 지도자들은 미국이 이란을 자극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MEK를 끼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MEK에 대한 구금 권한을 이라크 당국에 넘길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미국은 내년 1월 이라크 문제를 두고 이란과 협의하는 자리에서 할 얘기를 준비하면서 이 민감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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