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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낄낄거릴 때 아닌데..."

<타임> "부시의 배반에 네오콘들은 치를 떨고 있을 것"

이란이 이미 지난 2003년 핵개발을 중단했다는 미 정보기관들의 평가(NIE)가 나온 뒤 이란 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이란의 핵위협을 과장하며 공격해왔다면서 공식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5일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내가 낄낄 웃더라고 전해줘요"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특히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 움직임을 무산시킬 명분을 얻었다며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중국의 왕광야(王光亞) 유엔대사는 "안보리 회원국들이 NIE 보고서를 고려해야만 할 것"이라며 "상황이 이제 바뀌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우리는 새 안보리 결의와 관련해 미국 정보 보고서를 포함, 모든 요소들에 기초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가 네 번째로 추진하는 이란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 부시 대통령이 이란 핵보고서 공개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로이터=뉴시스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는 이란의 핵위협이 과장돼 있다고 평소 반박해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NIE 보고서는 이란 핵 위기 해소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보고서의 결론은 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해 온 IAEA의 일관된 주장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또 "NIE 보고서는 적어도 최근 수년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았다는 이란 정부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이란에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제재 방안에 유럽 지지 얻기 불가능해졌다"

친미 성향의 영국과 프랑스도 공식적으로는 이번 보고서의 결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과장된 수사에 놀아났다는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도 "미 동맹국들 사이에 "불쾌한" 감정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신문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방안은 이제 물 건너갔고, 심각한 제재방안에 대해 유럽의 지지를 얻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이런 반응에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NIE 보고서는 이란 국민이 정의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말하고 있다"면서 "이 보고서는 핵 문제와 관련해 모든 세계 강대국에 대한 이란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며, 이란의 적들에 대한 마지막 일격"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무기 개발을 위한 게 아니라 평화적인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증명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부시, 이란 공격하기 어려운 현실 인정하며 보고서 공개 승인"

이번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 뻔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국 보고서가 공개된 배경에 대해서도 무성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번 보고서 공개는 부시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이란을 공격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고심 끝에 공개를 승인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 잡지는 "NIE 공개를 놓고 구구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보고서 공개를 승인했으며 이는 중동사정 등을 고려할 때 이란 공격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의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을 공격하면 이라크 내 시아파의 동요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친-반 시리아 세력과 이란의 배후조정을 받고 있는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공존하고 있는 레바논과 시리아의 정세 악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 등 부시 대통령이 이란 공격으로 져야 할 부담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을 증오하는 걸프 아랍국가들이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킨 요인이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이들 국가들은 이란에게 여러 차례 특사를 보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도 미국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면서도, 부시 행정부에게는 이란을 '광견병에 걸린 개'로 규정하면서 "발로 걷어차겠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말고, 뭔가 해야 한다면, 사살해 버려라"고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임>은 "이런 요구는 미국이 들어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어쨌든 이번 정보평가 공개로 부시 대통령은 이란 공격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 강경파들에 대해 '배신'을 한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을 언급하는 등 이란과 맞설 것으로 여겼던 부시의 변화에 네오콘들이 치를 떨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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