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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일본, 러시아…한국인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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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일본, 러시아…한국인들의 선택은?

한반도브리핑<74> 대선, '新냉전 단층선' 붕괴의 분수령

한반도는 또 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 2001년 9.11테러사건 이후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의지의 동맹'이 최근 각국의 선거 결과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테러와의 전쟁' 전선이 근본적으로 동요하기 시작하고, 아시아 태평양의 신냉전 단층선도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지역적 요동의 한 가운데에 선 한국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그 파급력은 무엇일까?

민주주의 선거가 거부하는 부시의 '민주주의 동맹'

부시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던 호주의 하워드 총리마저도 지난 주 선거에서 대패했다. 이로써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에 동참했던 국가들의 수반은 모두 선거에서 패배하는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지난 6월 토니 블레어 총리가 물러나고, 호세 마리아 아즈나 스페인 총리도 이미 물러났고, 일본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적극 동참했던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총리가 연이어 물러난데 이어진 현상이다.

호주의 경우 장기적 경기호황을 구축했던 하워드 총리가 물러나게 된 데에는 물론 국내정치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최근 도입된 기업법이 일반 국민을 희생 위에 기업주를 살찌우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극심한 자연재해(가뭄)를 몸으로 체험한 국민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깨달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선거 결과는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는 등 환경문제에 관해서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던 하워드 정권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기도 했다.
▲ 지난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케빈 러드 신임 호주 총리(당시 노동당 당수). 러드의 총선 승리는 미국이 추진하던 미-일-호 3각동맹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 ⓒ로이터=뉴시스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군사력 강화정책에 편승한 하워드 정권을 심판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러드 총리 신임 총리는 집권을 시작하자마자 교토의정서에 서명했고, 내년에는 이라크에서 철군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한편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은 8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반으로 지난 주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소련 해체 이후 끝없이 추락하던 러시아의 위신을 살리는데 성공한 결과였다. 선거의 공정성에 다소의 이의제기가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기초해 더욱 자신감 있는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유가 상승으로 주머니도 두둑해진 러시아는 국제무대 도처에서 미국을 더욱 강력히 견제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은 얼마 전 전대(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기반을 공고히 한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의 공조가 확대되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이러한 선거 결과는 국내정치적 요소에 다분히 영향을 받았지만, 그 국제적 파급력은 지대하다. 세계적으로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해오던 '테러와의 전쟁' 연합전선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아시아 태평양에서도 21세기 들어 가속화되던 '신냉전 단층선' 형성이 주춤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불기 시작한 부시 반대 돌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 전선 붕괴

이라크에서 '다국적군'이 활동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군 15만 명을 제외하면 사실 나머지는 명목상으로만 참가하고 있다. 몰도바가 불발탄 처리반으로 달랑 12명을 파견한 것을 비롯, 카자흐스탄이 29명, 마케도니아가 33명 등 다국적군 참가국 20여개국 중 대부분이 200명 미만의 소부대를 유지하고 있다. '무늬만' 다국적군인 것이다.

한때 4만여 명의 대부대를 파견했던 영국도 현재 7000명 만을 유지하고 있고 이나마도 상당수 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이미 작년에 철군했고, 슬로바키아는 올해 초 철군했다. 세 번째로 많은 850명을 파견하고 있는 호주마저 내년에 철군하게 되면 미국의 '이라크 실패'를 국제사회에 사실상 공언하게 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계속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고, 특히 이란과 국경을 마주한 아프간 서부 파라주(州)와 남부 칸다하르의 상황은 최근 특히 심해졌다. 권좌에서 축출됐던 탈레반 세력이 지지기반을 굳힌 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그 어느때보다 냉기류가 흘렀던 미일 정상회담 장면 ⓒ로이터=뉴시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최근 나토(NATO) 국방장관 회담에서 회원국들의 병력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를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더욱이 지난 3일 아프간을 처음 방문한 앙엘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프간 남부에 병력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단호히 거부했다. 폴란드에서도 신임 총리가 병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참의원에서 소수당으로 떨어진 일본 자민당은 '대테러 특별조치법'을 연장하지 못하고, 결국 인도양에서 다국적군 지원활동을 하던 해상 자위대를 자국으로 귀환시켰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일본의 유일한 지원활동이던 자위대의 인도양 급유 문제는 민주당의 반대로 내년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 안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안에서, 동맹국 안에서 모두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신냉전 단층선'의 둔화

이러한 움직임은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를 연결하는 대삼각 군사동맹의 동요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과 같은 동맹국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구상은 1990년대부터 집요하게 추진되어 고이즈미 총리를 지나 아베 총리에서 헌법 개정으로 완성이 되는 듯 보였다. 자위대의 해외활동과 집단안보에 대한 법적·헌법적 제한을 철폐하고, 자위대의 해외투사력을 강화해 실질적인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호주의 하워드 전 총리도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참여하는 형태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국의 중요한 군사적 교두보로 등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대삼각 군사동맹화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을 불러 일으켰다. 두 나라는 한편으로는 자국의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한편, 양국간 군사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공조의 틀을 구축했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로이터=뉴시스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은 지난 8월 9-17일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에서 '평화임무 2007'이라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9월 4-9일 뱅골만에서 일본과 호주, 인도, 싱가포르와 함께 '말리바 2007'이라는 해상 합동군사훈련을 했다. 바야흐로 아시아 태평양에서 '신냉전 단층선'이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일본과 호주의 국내정치는 그 '신냉전 단층선'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

우선 신냉전 전선 형성에 '총대'를 메고 나서던 아베 총리가 돌연 사임하면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이어 등장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냉각된 아시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조심스럽지만 차분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월 말이나 1월 초로 추진되고 있는 중일 정상회담은 이러한 노력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중일관계는 고이즈미 총리 시기의 '냉각관계'를 지나, 아베 총리 시절 '해빙기'를 거쳐, 바야흐로 '온난화'의 관계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중국 해군 함정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기항한 것은 이러한 온난화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일정하게나마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곳은 오히려 미일관계다.

호주의 러드 총리는 호주국립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외교관 생활 중 3년가량을 중국에서 근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통'이다. 신임 노동당 정부는 '반(反)부시' 성향이 강할 것이며, 이라크에서 철군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신냉전 전선 형성에서도 한 발 뒤로 물러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일-호 삼각동맹의 견제에 신경을 곤두세워온 중국은 이미 러드의 승리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러드 신임 총리가 중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고 두 나라 관계가 한층 발전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신화통신>은 러드의 승리 직후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 최초의 서방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는가 하면, <중국신문>은 그가 '중국의식'이 충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아시아 태평양권에서 깊어지고 있는 경제적 상호의존에 역행하던 정치군사적 '신냉전 단층선'은 이렇게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한반도의 선택

최근 들어 6자회담이 일정하게나마 진전을 보이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도 완화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와 맞물려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틀 안에서 북한 등을 포함한 '악의 축' 국가들에 군사적 압력을 가하려던 부시 행정부 1기의 전략은 이라크라는 수렁에 발이 빠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국가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결국 민주주의 국가 간 '의지의 동맹'도 '눈치 보는 소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악마와는 대화가 없다'던 부시 행정부가 결국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국제정세의 이러한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진전 또한 아시아 태평양의 신냉전 단층선을 둘러싼 기류와도 밀접히 맞물려 있다.
▲ 신냉전의 단층선이 붕괴하는 2007년 말, 한국인의 선택은 무엇이 될 것인가 ⓒ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불가역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미묘한 긴장 상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는 최근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민간인 최고훈장인 골드메달을 부여했고, 대만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판매를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오해'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지난달 21일 미국 키티호크 항공모함단의 홍콩 입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그에 대한 표시했다.

북미관계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미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는 있으나,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연말까지 제외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북한도 11개의 불능화 조치중 일부를 연내에 완료할 수 없는 상황이고, 핵시설 신고 문제에서는 더욱 커다란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일단 한국의 대선 결과를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와 아시아 태평양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의 차후 방향은 한반도를 분수령으로 결정될 것이다.

올해 들어 세계 주요국에서 치러진 선거는 이렇게 국제 질서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이제 세계는 한국의 선거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한국민의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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