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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란 보고서' 공개한 이유는?

[해외발언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위험한 사태진전일 수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이란의 핵위협을 터무니 없이 과장해 왔다는 것을 증명한 미 정보기관들의 합동보고서가 3일 언론에 공개돼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16개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이번에 공개된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에서, 이란이 지난 2003년 가을에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이미 중단했으며, 2007년 중반까지 재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가 지난 몇 년에 결쳐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것과 상반된 결론이다. 또한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미 정보기관들이 2005년에 공개한 NIE의 결론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부시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안은 여전히 고려 대상"

이 보고서가 공개됨으로써 일단 부시 대통령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NIE의 새로운 평가보고서의 내용을 지난 주에야 알았다"면서 그동안 일부러 '이란 위협론'을 과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언론들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주장해온 딕 체니 부통령은 올해 초 CIA 본부에서 NIE 초안을 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시 대통령도 늦어도 지난 8월 NIE의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런 논란을 피하려는듯 부시 대통령은 오히려 이번 보고서가 '이란 위협론'의 근거라고 강변했다. 새로운 정보 판단에 따르면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고, 언제 다시 추진할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이란은 위험했고 이란은 현재도 위험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갖게 된다면 이란은 앞으로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안은 여전히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이란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 부시 대통령이 이란의 핵은 여전히 위험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로이터=뉴시스

그렇다면 언뜻 보기에는 부시 행정부의 이란 정책에 중대한 타격이 될 이번 NIE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배경과 시기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엄연히 정부 소속인 정보기관들이 부시 대통령 등 백악관 고위층과 협의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DNI) 마이클 맥코넬도 NIE의 핵심판단들이 당초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CIA에서 27년간 분석가로 재직했던 레이 맥거번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미 중부군(중동 관할군) 사령관 윌리엄 팰런 등 미군 고위 지휘관들이 맥코넬을 설득했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미 정보기관들이 이라크 침공의 빌미를 제공한 2002년 NIE(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판단)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2005년까지 '정치적으로 가공된 정보 판단'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 2년간 정보기관들 사이에 더 이상의 외부 압력에 저항하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다는 점도 이번에 '정직한' 보고서가 작성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보고서 발표 시점에 대한 의문

'정직한 보고서'가 공개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었다고 해도 발표 시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NIE는 당초 올해 초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10개월 가량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시점과 관련해서는 3~4일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이란이 처음으로 초청을 받아 경제 및 안보 조약을 제안하는 등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중동 지역 국가들 상호 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는 지적이 있다.

걸프지역 6개 산유국의 정치·경제 협의체인 GCC는 한국인 아프간 피랍사태 때 우리 정부가 회원국들을 순방하며 협조를 구할 만큼 중동 지역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GCC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들은 대체로 친미 성향이고 이란과 껄끄러운 관계지만, 이란과 미국의 핵분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지역에 전쟁이 나면 모두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힘만으로는 더 이상 이란에 대해 강력한 압력을 가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보고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 정책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 정보기관들과 부시 행정부가 협의를 거쳐 만든 '정직을 가장한 보고서'이며 이는 미국의 이란 정책이 '우회 전술'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다음은 이란의 외교안보 전문가 카베 아프라시아비가 5일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US spies concoct a potent Iran brew'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편집자>



"새로운 보고서, 흔들리는 국제 공조체체 유지 위한 목적"

2년 전 미국 정보기관들은 국가정보평가(NIE)에서 "이란은 현재 비핵화에 관한 국제적 의무와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높은 확신을 가지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는 그 주장이 바뀌었다. 이란은 2003년 가을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국제사회의 압력 탓으로 돌린 이 보고서는 이란에 대한 유엔 공조체제가 흔들리자 이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깔고 있음이 분명하다.

예상했던 대로, 미 정부는 요란하게 이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나서 "이번 보고서는 이란의 핵무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이 보고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할 위험은 여전히 매우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보고서가 증명해 주듯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중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발표된 시점이 묘하다.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정상들과 중요한 모임을 가진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중동의 안보와 경제 협력 구상을 제의함으로써 상호신뢰 구축에 중대한 진전을 이끌어 냈다.

이번 보고서는 어쨌든 부시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쏟아낸 기존 정보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부시 행정부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므로 진짜 문제는 이 보고서가 실질적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기여하는 것이냐 아니냐이다. 이런 의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나 국제적 제재를 추가하려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다.

"편집증적 부시 행정부의 일보 후퇴 전술"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속에서 이란의 핵프로그램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는 기대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란의 세력이 확장되고 있는 중동에 대해 장기적인 정책을 심각하게 재고할 필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론이 득세하게 된 때가 온 것이다.

이라크와 관련해 정보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난 미 정보기관 고위관계자들이 이번 보고서에 관련돼 있다는 것도 찜찜하다. 이들은 더 이상 정보를 가공하지 않고,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의 구실로 선별된 정보가 이용될 경우 사퇴를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방어적 입장을 취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비록 중단된 적이 있어도 핵무기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확인을 해준 보고서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만일 이란이 방향을 바꿔 중단됐던 활동을 재개할 태세라는 후속 보고서가 나온다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는 말할 것도 없고, 계획된 '선제공격'을 취할 충분한 명분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 후속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현재 부시 행정부의 심리상태는 이번 보고서를 이란에 대해 더 강력한 새로운 제재를 정당화할 근거로 삼으려들 만큼 충분히 편집증적이다.

이번 보고서는 일시적으로 군사적 공격 방안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그 안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일단 군사적 공격 방안을 뒤로 물리는 것은 이란의 '핵위협'에 대헌 우회 전술의 일환으로 계산된 수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 위협적인 사태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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