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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면 독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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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면 독립도 없다

['프레시앙'이 되며] 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벌써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올해 1월 5일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얼떨결에 파업을 결정했을 때 <시사저널> 노조 통장에는 돈 한 푼 없었다. 기자들은 3만원씩 걷어 충주로 MT를 가던 도중 고속도로에서 회사측이 직장폐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랴부랴 회사로 돌아갔지만 짐도 채 챙기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어쩔 수 없어서 회사 앞 공터에 천막을 쳤다.

그로부터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천막은 실평수 100평 짜리 사무실로 변했다. 새로 <시사IN>이란 시사주간지를 창간해 벌써 9호째를 냈다. 이미 가판대에서는 예전의 <시사저널>을 저만큼 밀어내 버렸다. 서울 가판 책임자들은 신생매체가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가판을 점령한 적이 없다며 놀란다. 10개월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겉보기이다. 가장 큰 변화는 나의 내면에서 일어났다.

예전에 <시사저널>에서 기자 노릇을 할 때는 나눔이니 연대니 하는 말을 예사로 썼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몰랐다. 나눔이나 연대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내 시간을 쪼개고, 나의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란 단순한 진리를 몰랐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기꺼이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데 놀랐다.

우리가 창간을 할 때까지 민가협 어머니들이 도대체 몇 번이나 우리를 찾아주셨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 분들은 오실 때마다 봉투를 내미셨다. 동아투위 선배들은 안종필 언론상을 주신 것도 성이 차지 않으셔서 또 몇 차례나 봉투를 만들어 가져오셨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그 분들이 봉투를 내밀 때마다 우리는 몸 둘 바를 몰랐다. MBC의 여기자 한 분이 찾아와 2주일마다 한번씩 밥을 사겠다고 약속했을 때는 설마했는데 그 분은 우리가 창간할 때까지 꼬박 그 약속을 지켰다. 그 외에 너무나 많은 분들이 이기적으로 살아온 나와 우리 기자들을 모질게 매질이라도 하듯 도와주었다.

그 분들이 우리를 도와준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에는 비교적 때 묻지 않은 주간지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시사저널>이란 잡지가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뭔가 크게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는 분들도 꽤 됐다. 예전 <시사저널>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당신들이 삼성과 싸우고 나왔다니까 앞으로는 정신을 좀 차릴 것 같아서 도와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분들은 나눔과 연대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었고, 나눔과 연대가 어떤 엄청난 일도 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오래 전부터 <프레시안>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프레시안>은 인터넷 매체 중에서 가장 쿨해 평소에 즐겨 찾는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도 국제 사회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국제전문지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터였고, 그런 잡지를 만들려고 기획도 해봤던 터라 특히 <프레시안>의 국제면은 정겨웠다. 거의 <프레시안>의 국제면에 중독돼가려 할 즈음부터 이상하게 기사에 힘이 좀 떨어져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우리가 이 은혜를 언제 갚느냐고 말하면 딴 데 가서 갚으라고 얘기하곤 했다.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프레시안>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도 크나 큰 상실감에 시달릴 것 같다. 나누고 연대할 기회가 빨리 찾아와 오히려 반갑다.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시게 되리라고 믿는다. 영국의 <디 인디펜던트>의 창립자 휘텀 스미스씨가 얘기했던 것처럼 "No profit, no independence"이다. 프레시안의 유료화에 힘을 보태주자. 일은 사람이 하지만, 돈이 있으면 한결 쉽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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