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의 '좌향좌'는 크게 두 가지 현안으로 대표됐다. 삼성 비자금 정국과 관련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이라크 자이툰 부대 철군 의지 표명이다. 정 후보 측은 '좌회전'에 대한 진정성과 관련해선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진정성'을 입증해 줄 원내대책은 굼뜨기만 하다. 왜일까?
삼성특검 의지 있나?
'삼성 비자금 특검'은 정동영 후보가 지난 4일 선대위 가족행복위 발대식에서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검찰이 연루돼 수사가 어렵다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서라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주목받았으나 당 내에서는 특검 법안 검토는커녕 의원총회에서도 이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
최재성 원내 공보부대표는 "기본적으로 후보의 입장이 당의 입장이며 검찰 연루 의혹까지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는 특검을 도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다"며 "다만 다른 정치적 이유로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것인 만큼 원내에서 추진하기 전에 후보 간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법 발의가 조심스러운 데에는 설령 특검법안이 발의되더라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부대표는 "특검법을 발의하면 한나라당에서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법사위 통과도 다른 '이명박 특검법'처럼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특검법을 낸다면 본회의 직권상정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인데 이는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의 반대가 뻔해 특검법안이 좌초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삼성비자금 특검'과 관련해 신당이 이중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 후보는 전략적 목표에 따라 삼성에 으름장을 놓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동안 삼성의 로비체제에 포섭됐던 신당의 속내는 특검법 도입 의지가 없다는 것.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민노당이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삼성비자금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한 위한 5당 대표회담을 제안한 뒤 천영세 의원단 대표가 직접 김효석 대표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틀째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발을 굴렀다.
그는 "삼성 비자금 문제의 불똥이 만의 하나 청와대로 튈 경우 신당의 처지가 곤혹스러워 질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당에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할 진정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지난 8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을 때 신당의 비협조로 무산된 대목에서도 노출됐다.
법사위 신당 간사인 이상민 의원은 이와 관련 "증인채택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간사 협의 자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삼성 특검법이 발의되면 법사위 소속 신당 의원들은 모두 동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병연장 동의안 '대선 후 처리'될 수도
정부가 제출한 이라크 파병 연장안에 대한 접근법도 겉과 속이 달라 보이긴 마찬가지. 현재 정부가 제출한 이라크 파병 연장안은 오는 13일과 15일로 예정된 국방위원회를 거쳐 22일~23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파병연장안의 국방위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찬성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소속 8명과 민주당 소속 2명을 합하면 이미 의결 정족수를 넘는데다 신당 소속 의원 중에서도 유재건, 조성태 의원 등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신당의 고민은 본회의에서 신당 의원들의 이탈로 파병 연장안이 가결되는 경우다. 당 선대위 정책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목희 의원은 "본회의에서 연장안 부결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며 "소수의 이탈표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대선 이후로 파병 연장안 처리가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신당의 한 의원은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관계없이 당 지도부간의 합의에 따라 대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12월 9일에 마감 되지만 어차피 예산안 처리 등으로 연말까지 국회가 열려야 하는 만큼 민감한 현안인 파병 연장동의안을 대선 이후로 넘기자는 이심전심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파병 연장동의안의 '대선 후 처리'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선 만의 하나 파병 연장안이 대선 전에 표결에 붙여지고, 신당 의원들의 이탈로 인해 가결될 경우 '자이툰 부대 철군'을 선두에서 주장한 정동영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을 신당이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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