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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후퇴시켰는가

[파병 4년, 이제는 철군이다] ④

작년 4번째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에 이어 올해에도 연장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된다. 11월 12일 오전 10시에 시작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재연장 통과는 거의 기정사실화될 것 같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반대 당론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 대표가 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의 원내 대표에 철군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김효석 대표는 거절했다. 국방위원회의 통합신당 의원들은 찬성할 터인데 철군 결의안을 내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거라는 게 답변이었다. 과연 대통합민주신당의 당론은 의원들한테 어떤 구속력을 갖는 것인지 매우 궁금할 뿐이다.

실제로 국방위의 통합신당 의원들 대부분은 연장안에 찬성할 태세다. 현재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총 18명. 김성곤(대통합민주신당) 위원장이고, 김명자 의원(대통합민주신당)과 황진하 의원(한나라당)이 간사를 맡고 있다. 황진하 의원은 열렬한 파병 찬성론 대표 주자이고, 김명자 의원은 유엔 평화유지군(PKO)에 관한 법안 발의자로 찬성이 확실시된다. 박천석·원혜영 의원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찬성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대표한다는 국민들은 연장 동의안에 얼마만큼 찬성할까? 본 의원은 단 한 번도 철군 반대 입장이 50%를 넘은 여론조사나 통계 자료를 본 적이 없다.
▲ 2004년 2월 13일 자이툰 부대 파병 동의안 표결 ⓒ연합뉴스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

파병이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국회에서 승인받기도 전에 집행하기도 했다. 본 의원은 그같은 사실을 국회 예결특위의 2003년 결산심사에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2003년도 이라크 파병 및 인도적 지원, 재건지원과 관련한 총 예산액은 1100억 600여만 원이고 집행액은 총 1002억 3400여만 원이었다. 그렇다면 97억 6600만 원은 어디로 갔을까? 새로운 파병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굴삭기 47대를 구매하는 등 국방부는 불용액을 전용했다.

불용액 전용은 국방부 장관 및 기획예산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나 승인 없이 육군 예산집행심의회에서 과목전용을 통해 예산을 전용했다. 이것은 예산회계법 제21조, 제39조 및 2003년 세출예산집행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어디 예산 문제뿐이겠는가?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들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파병과 관련된 구체적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회 내에서도 정부는 자이툰 부대에 관련한 정보공개청구에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응하지 않았다.

또한 자이툰 부대는 파병동의안에도 없는 전투임무를 계속해 왔는데도 정부는 이에 관한 그 어떤 보고도 하지 않았다. 잘 알려진 바대로 '재건'이라는 이름 하에 수색, 경계 등 여러 종류의 군사 작전들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자이툰 부대는 작전 활동의 일환으로 부대경계뿐 아니라 아르빌 주요 도로 정찰 및 적의 은거지로 보이는 장소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자이툰의 영적 향기> 168쪽)

자이툰 부대가 유엔 시설 엄호를 비롯한 그야말로 다양한 업무를 넘어 쿠르드 자치정부의 친미 세력의 군대인 페슈메르가에게 군사훈련까지 시키고 있음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국방부는 "2005 자이툰,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라는 홍보용 책자에서 자이툰 부대가 현지 민병대에게 군사전환팀에 관한 정식 교육을 하는 생생한 사진을 자랑스럽게 담아낸 적도 있다.

쿠르드자치정부의 카림 신자리 내무부 장관은 "자이툰 부대가 체르바니 등 쿠르드 민병대와 경찰에게 사격술과 전술훈련, 범죄수사 기법 교육은 물론 지문감식기구, 컴퓨터, 차량, 검문과 방호시설 구축도 지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렇게 하겠다고 물은 적이 있는가? 이런 일들을 하고 있음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고한 바 있나?

자이툰 부대 안에서 일어난 사건과 사고들도 지속적으로 은폐되고 축소돼 왔다. 이것은 다른 나라의 언론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알자지라> 방송과 <AFP> 통신 등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이라크 파병 관련 보도통제를 각 언론사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강격한 보도통제는 미국 주도로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30여 개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다"고까지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2004년 9월 이래 국방부는 보도제한 요청을 계속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또 아르빌이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해 왔다. 굳이 터키와 쿠르드 사이의 긴장 분위기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생생한 증언들이 너무도 많이 묻혀 있다는 것만이라도 분명하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

"자이툰 부대는(∙∙∙) 계속적인 테러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5월 29일에는 저희 부대를 겨냥한 주둔지 외곽 곡사화기 공격을 받은 바 있고 6월 20일에는 아르빌 시내 교통경찰서 자살차량 폭탄테러로 112명의 사상자(사망 15명, 부상 97명)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6월 21일에는 폭탄적재차량 2대가 아르빌에 유힙된 첩보에 영외활동이 중단되고 주둔지별로 간접사격에 대비, 대피하는 야간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6월 22일에는 18시 20분경 제가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바그다드 캠프 빅토리아에도 박격포 공격이 있었습니다. 한국군 송승종 대량의 숙소인 컨테이너 부근에 떨어졌는데 마침 신실한 믿음을 가진 송대령은 야근중이어서 화를 면했다고 전해 왔습니다. 컨테이너 일부가 파손되고 미군 7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요즈음 저희들끼리 하는 얘기입니다. 살아남으려면 "야근합시다" 송대령과 같이... 6월 28일 이라크 주권 이양 1주년 되는 시점에 불만을 품은 적대세력의 소행으로 여깁니다. 자이툰이 주둔하고 있는 이곳 아르빌 지역도 치안 불안정 유도 및 과도정부 불신감 조성을 목적으로 계속적인 테러의 공격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이툰의 영적 향기>)

이라크 민주주의의 위협

물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고 이라크 전쟁 자체가 이라크 국민들이 자국의 민주주의를 스스로 일굴 기회를 빼앗았다.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논리는 일본이 일제 강점시기를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미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제국주의 침략논리이다. 당장 평범한 이라크인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요한 보조금 철폐 때문에 전쟁 전보다 10배 이상 폭등한 가격으로 석유를 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3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이라크에 가져다 안긴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가난과 질병, 참혹한 죽음뿐인 전쟁이었다. 종파간의 갈등도 악화되어 이라크의 치안은 더욱 악화되었을 뿐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26만 명의 어린이들이 희생됐으며, 2005년 한해에만 12만 명의 어린이들이 5세 이전에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어린이들은 25%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ORB가 최근 이라크 전역의 1461개 가구를 심층 면접 조사한 결과를 발표에 의하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120만 명의 이라크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인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소수의 미국에 뜻에 맞는 위정자를 내세워 대리 통치함으로써 이라크 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역행시켰다.

바로 이 현장에 경제적 실익과 한미동맹을 명분으로 침략군의 편에선 우리 군대가 있다. 평화와 다른 나라 국민을 희생시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씨앗을 짓밟고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비정한 제국주의 논리일 뿐이다.

이라크인에게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대재앙만 안기는 전쟁터에서 우리 젊은이들을 하루빨리 구출하는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했다.

이제 평화와 민주주의라는 거짓 이름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우리 군대는 즉시 철군해야 한다.

['파병 4년 이제는 철군이다' 전편 보기]

1. "노무현, 안보에 귀의하다" -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2. 석유 이권? 이라크 어린이들의 고통을 보라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3. 파병 '통제권'까지 미국에 넘긴 노무현 정부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군축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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