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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유학생 故 이경운 군 시신 강제매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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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유학생 故 이경운 군 시신 강제매장 위기

'11월 1일 매장' 통보…유가족은 '진실 규명 미흡' 주장

이국땅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유학생의 시신이 부모의 진상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제 매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재외국민들이 당한 고통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줘야 할 한국 대사관이 주재국의 조치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강제 매장하겠다는 사실을 전달하기만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차례의 부검, 결론만 같고 세부 내용은 판이

사건의 주인공은 지난 2000년 9월 29일 영국 켄터베리 시내의 한 거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경운 군(사망 당시 18세)이다.

당시 켄트 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 군은 사고 직후 영국 경찰에 의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영국 경찰의 초동 수사 미흡과 사건 조작 의혹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1차 부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고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영안실에 시신을 냉동 보관한 채 장례를 거부해왔다.

그에 따라 지난해 3월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파견한 한국 부검의에 의해 2차 부검이 유가족의 입회하에 이뤄졌다.
▲ 故 이경운 군 사망 사고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영국 교민과 영국인들. 맨 아래 가운데가 아버지 이영호 씨 ⓒ연합뉴스

그러나 두 차례의 부검은 교통사고라는 결론만 같을 뿐 영국 당국에 의한 1차 부검 결과와 세부 사항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 유가족들은은 그 후로도 매장을 거부했다.

사고 후부터 영국에 머물고 있는 이 군의 아버지 이영호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1차 부검과 2차 부검에서 드러난 상표(시신 손상 부위)가 15군데나 차이가 있고 각종 뼈의 손상 부위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라며 "국과수도 놀랄 정도로 1차 부검이 엉터리였는데 그것만 밝혀지면 당장 데려가겠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유가족들은 또 △1차 부검에서 나왔던 사고 차량의 바퀴 자국이 2차 부검에서 드러나지 않은 점 △사고 버스와 사고 장소에 대한 버스 기사의 증언이 엇갈리는 점 등이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같은 의혹을 풀어줄 사망심의회를 영국 당국이 다시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검의의 소견, 목격자의 진술, 수사기관의 소견에 의해 사고사의 원인을 밝혀내는 사망심의회가 1차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2001년 1월 16일 열렸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지난해 2차 부검 결과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 1차 부검과 불일치하는 점들을 규명할 2차 사망심의회가 새로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11월 1일 매장하겠다' 날벼락 같은 통보

그러던 와중에 부친 이영호 씨는 지난 22일 주영 한국 대사관에서 영사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로부터 이 군의 시신을 11월 1일 임의 매장하겠다는 켄터베리 시청의 의사를 전화로 전달받았다. 켄터베리 시청은 사건 변호사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우편으로 통보했고, 그 서류는 24일 도착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풀려야 할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례식을 강행하려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영호 씨는 "2차 사망심의회가 열리기만 하면 모든 게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고 1차 심의회의 결론과 같다면 승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라며 "경찰 수사를 하면 금방 나올 텐데 뭐가 무서워 이러는지 모르겠다. 한국 대사관에 있는 경찰 주재관은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같은 일은 작년 9월에도 있었다. 당시 켄터베리 시청은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월 25일 이 군의 시신을 임의 매장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동의가 없는 한 그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즉각 반발했고, 현지 변호사의 도움으로 임의 매장을 저지할 수 있었다.

이 군 사건은 사고 발생 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언론들이 보도하며 동양인 유학생의 사망 사고를 대하는 영국 당국의 인종차별적인 태도, 재외국민이 당한 억울함을 풀어주는데 미온적인 한국 외교부의 대응 등에 대해 수없는 비판이 있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2차 부검 이후 천주교 인권위원회나 현지 교민 단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아 유가족들은 켄터베리 시청과 한국 대사관과의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오고 있다.

외교부 "시신인수 거부, 정당한 사유 없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31일 두 차례 부검 결과에서 나온 차이점에 대해 "2차 부검을 담당했던 국과수 측은 '2차 부검은 통상의 부검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 만큼 1차 부검에서 발견치 못한 부분을 발견한 것이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몇 개의 추가 골절 부위의 발견이 아니라 신체 손상이라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교통사고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2차) 부검 후에도 유족 측은 정당한 사유없이 시신인수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해 유가족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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