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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작전통제권 환수의 실상을 알고 계십니까?

[기고]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노무현 대통령님!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후속 대응 준비, 6자회담 진전에 따른 한반도 평화포럼 개최 준비, 그리고 대선 관리 등 중대한 국사들을 처리하시느라 얼마나 애를 쓰십니까? 이제 퇴임 준비도 하셔야 하는 시기이기에 마음 쓸 일이 많으실 줄로 압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역대 어느 대통령 보다 '자주'를 많이 말씀하신 대통령님의 정부에 맞서 임기 내내 우리 사회의 자주를 위해 줄기차게 싸워왔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 주한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화('전략적 유연성'), 이라크 등에 대한 파병, 주한미군경비지원금(방위비분담금) 등에 대한 대응이 그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회원이 연행·구속·부상의 피해를 당했고, 벌금 합계만 하더라도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사실 우리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살사건을 국민적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데 앞장섬으로써 '반미면 어떠냐'는 대통령님의 말이 대중의 마음을 감동시켜 당선에 이르게 하는 정치적 지형을 만드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로서는 미국의 패권적 요구에 굴복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돈과 땅을 불법적이고 굴욕적으로 연이어 미국에 담보로 잡히면서도 마치 그것이 최선의 결과인 양 사실을 숨기고 본질을 왜곡해 선전해대는 대통령님과 참여정부의 행보에 대해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군사주권 회복'이라 자랑하는 작전통제권 환수

대통령님!

오늘 제가 노 대통령님께 공개편지를 통해 드리고자 하는 말씀도 이와 연관된 문제입니다.

대통령님은 참여정부의 누구보다 앞장서서 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고 미국과의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님은 '군사주권의 회복'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에 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현재 한미군사당국의 작전통제권 환수계획은 한마디로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더욱 굳히게 됩니다.

전략과 작전을 미국이 주도

그래서 저는 이 글을 통해, 한미군사당국의 작전통제권 환수계획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말씀드리면서 진정한 군사주권의 회복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작전통제권이 온전히 그리고 즉각적으로 환수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합참 홈페이지

먼저, 우리 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이행실무단'(이하 이행실무단)은 합참 홈페이지를 통해 "전략적 수준에서는 SCM/MCM 등 현재와 같은 전략대화 및 의사결정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MC의 보좌기능을 갖춘 동맹군사협조본부(AMCC:Alliance Military Coordination Center)를 추가로 설치해 전략적 수준의 협조는 물론 동맹관리를 위한 비작전적 요소까지 담당하게 됨으로써 현재보다 훨씬 긴밀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미국측 관계자들도 SCM과 MCM을 그대로 두고 한미가 여기서 전략과 작전을 합의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CM과 MCM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군사패권을 관철해온 기구로서 전략과 작전도 미국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온 기구입니다. 한 예로 미국은 우리 정부의 반대를 제압하고 2002년 SCM에서 선제공격 내용을 담고 있는 "추가적인 작전계획 5026"을 발전시키는 전략기획지침을 작성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SCM과 MCM을 그대로 둘 뿐만 아니라 동맹군사협조본부를 신설해 MC를 강화한다는 것은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의 주도권과 통제권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전통제권은 전략과 작전에 의해 규정되는데 전략과 작전에 대한 미국의 주도성이 강화된다면 작전통제권 환수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행 한미연합사령부로 일원화되어 있는 통합형 지휘체계를 병렬형 지휘체계로 바꾼다면서 전략과 작전, 나아가 비작전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현재보다 훨씬 긴밀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작전통제권 환수의 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개입 통로 '전구급 기능별 협조기구'

이행실무단은 전구작전 수준에서 "공동정보센터는 전·평시 한·미 정보 감시자산을 통합 운용해 한반도 전지역에 대해 24시간 징후 경보를 제공하고 정보 수집·분석·처리·전파의 모든 과정에서 긴밀히 협조할 수 있도록 한·미 공동으로 편성해 운용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미가 전·평시 정보 감시자산을 통합 운용한다면 우리 군이 누누이 밝혀왔듯이 정보감시능력은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통합 운용은 곧 정보감시분야를 미국이 주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작전통제권 환수 이전과 이후에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게 됩니다.

이 뿐 아니라 작전, 군수, C4I 등의 기능에 대해서도 전구작전수준에서 협조기구를 설치 운용한다고 합니다.

이는 C4I 상호운용성, 정보관리, 위기관리, 작전계획 수립 등 6개의 핵심 권한을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이라는 이름으로 한미연합사령관이 장악함으로써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속빈 강정으로 만들었던 것을 연상시킵니다. 이런 점에서 6개의 전구급 기능별 협조기구의 설치는 미국이 협조를 명분으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제2의 CODA'라 할만 합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군은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위기조치권한을 누가 행사할 지에 대해서는 한미가 추후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핵심권한 중의 하나인 위기조치권한을 한국군이 행사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상식 밖에도 위기조치권을 한미가 추후 협의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이 알맹이를 빠뜨린 채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미 당국의 추후 협의 결과 미국이 위기조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작전통제권 환수는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공군의 작전통제권은 환수계획조차 없어

이행실무단은 또, "공군의 경우는 통합항공우주작전센터(IAOC:Integrated Air & Space Operation Center)를 설치해 한·미 공중전력을 통합운용하게 되는데 IAOC는 한국군이 능력을 갖출 때까지 미공군이 주도"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는 말과는 달리 현대전의 핵심이라 할 공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게 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시 말해 공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환수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더욱 고도로 예속되는 것입니다.

한국 공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사실상 미국이 행사한다는 것은 적지결전을 핵심으로 하는 공지작전 및 종심작전을 공군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육군과 해군의 작전통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술제대 수준에 대해 이행실무단은 "자국군 사령부가 자국군에 대한 작전통제를 원칙으로 하되 앞으로 발전시킬 작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지휘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작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지휘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작전계획이 어떻게 작성되느냐에 따라 일부 전술제대 차원에서도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작전통제권 환수 역행하는 "긴밀하고도 강력한 협조체계 구축"

이처럼, 또 이행실무단이 말하는 대로 "새로운 동맹군사구하에서 한·미는 全단계(정전시(평시), 위기시, 전시). 全제대(전략제대로부터 작전, 전술제대까지). 全기능(정보, 작전, 군수 등)을 망라한 긴밀하고도 강력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또,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는 공동정보센터를 통해 정보자산(ISR)을 통합운영하고, 통합항공우주작전센터를 통해 종심타격전력(PGM, 스텔스기 등)이 통합되며 C4I체계 연동을 통해 한·미간 정보공유와 실시간 지휘결심을 보장함으로써 미래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중심 전쟁수행 개념을 강력히 뒷받침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작전통제권은 껍데기로만 환수될 뿐 내용적으로는 현행 한미연합사체제보다 훨씬 고도로 통합된 지휘체계가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근거 없는 과장된 주장이 아니라 합참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행실무단이 스스로 밝힌 내용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 대통령님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우리도 미국에게 할 말은 한다'면서 제시한 근거가 용산미군기지 이전과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대통령님은 그 뒤에 김정일 위원장과 '말이 통하더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작전통제권이 이처럼 기만적으로 환수되는데 이를 근거로 미국에 할 말은 한다고 했다니 기가 막힐 밖에요.

그러면서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님이 과연 작전통제권이 기만적으로 환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가 말입니다.

한미 군 당국,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만약 몰랐다면 국방부 등 관료들이 대통령님을 농락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미국과 한국 군부는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자 하는 대통령님의 의지를 악용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즉, 대통령님에게는 작전통제권을 환수해 군사주권을 회복한다는 명분을 주는 대신 미국은 실질적으로는 작전통제권을 장악해 한국군을 좌우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넘겨주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한국민의 반미감정을 완화하는 한편, 주한미군은 대북 방어 임무를 한국군에 떠넘기고 붙박이 군대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 노릇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국군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핑계로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해 자신들이 갖고 싶었던 미국제 첨단 무기도 도입하고 '밥그릇' 수도 늘리는 득을 보는 것이죠. 실제로 우리 군은 2020년까지 621조원 즉, 우리 국민 1가구당 5천만 원의 혈세를 국방예산에 쏟아 부을 계획이고 작전통제권 환수를 핑계로 장교 수를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대통령님도 작전통제권이 기만적으로 환수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서 대통령님을 포함한 참여정부가 국민을 철저히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어떤 경우든 대통령님은 작전통제권의 기만적 환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작전통제권이 기만적으로 환수되면 군사주권의 회복은 요원해지고, 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늘상 위협할 것입니다. 특히, 임박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정에서 미국을 작전통제권을 무기로 이에 개입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은 어떤 예외나 유보도 없이 온전히 환수되어야 하고, 2012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환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전쟁 와중에서 "이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주권의 양도"에 의해 빼앗긴 군사주권을 되찾고 작전통제권을 송두리째 외국군에게 맡긴 지구상의 두 개의 나라(미군 강점 하의 이라크와 한국) 중 하나라는 치욕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작전통제권 제대로 환수해야 군사주권 회복

노무현 대통령님!

10월 19일에는 한미동맹안보정책구상(SPI)회의가 열리고 11월 초에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잇따라 열립니다. 이 회의들은 미국의 군사패권 전략을 관철해 온 기구들입니다.

이 회의들을 통해 미국은 작전통제권 환수와 유엔사 임무 전환, 평택미군기지 확장, 파병 문제 등에서 자국의 요구를 관철하려 할 것입니다.

이번 회의들을 계기로 대통령님께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기만적인 작전통제권 환수를 중단시키고 작전통제권이 제대로, 그리고 조속한 시일 안에 환수될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을 바랍니다.

나아가 작전통제권 환수가 군사주권을 온전히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기여하는 것으로 되려면 방어적 방위개념에 입각한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략과 작전을 세워야 하고, 그에 따른 방어적 차원의 작전계획과 군 구조 및 무기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노 대통령님!

변양균-신정아 사건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가 낭패를 보았던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마찬가지 일이 작전통제권 문제에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전통제권 환수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데도 이를 두고 대통령님이 '군사주권의 회복'이라는 말씀을 계속 하시면 진의와는 무관하게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부디, 군사주권의 온전한 회복을 바라는 우리의 충정을 이해하시고 작전통제권 환수계획 전반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대통령님의 건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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