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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종전선언? 분위기 아직 성숙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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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평화협정? 종전선언? 분위기 아직 성숙 안됐다"

[정상회담, 할 말 있다 ⑬]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8월 8일 정상회담 개최 발표 후 북측의 연기 요구로 숨을 고른 정부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최종 점검을 마치고 평양으로 향한다.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해 그간 쏟아져 나온 여러 전망과 예측들도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프레시안>은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으로부터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아야 하고, 현실적으로는 과연 어떤 수준의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형기 전 차관은 지난 1977년 통일부에 들어와 2003년 3월 통일부 차관을 끝으로 통일부를 떠날 때까지 정부 대북정책의 입안과 실행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던 정책통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으로서 정상회담 상황실장이었던 김 전 차관은 6.15공동선언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영삼 정부 후반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거친 뒤 남북회담 사무국장, 통일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포용정책의 기틀을 다지는데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형기 전 차관이 말하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과 쟁점, 그리고 과제들이다.
▲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이라든지 단번에 앞서나가는 합의를 할 만큼 분위기가 성숙됐다고는 볼 수 없다" ⓒ프레시안

■ 8월 8일 남북정상회담 발표 직후 세부적인 의제에 관한 각종 얘기들이 터져 나왔다. 정상회담에서 정말로 그런 것들을 논의하나?

"그건 잘못된 인식이다. 물론 일반적인 국가간 정상회담에서는 세부적인 의제가 분명히 있다. 95% 이상 실무진에서 미리 협상해서 '이런 톤으로 합의하자'고 얘기를 끝내 놓고, 그래도 합의되지 않는 게 있으면 두 정상이 실제 회담에서 정치적인 결단을 통해 합의하도록 하는 게 통례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특수하다. 남과 북은 '특수관계'이고, 정상회담도 실은 한 번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담 테이블에 뭘 올려놓느냐에 대해 밑에서 제어하거나 미리 제한할 아무런 기능이 없다. 더군다나 김정일 위원장에게 밑에서 '이것이것만 말씀하시오'라고 하는 것은 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상회담 준비접촉에서 북한의 반응이 바로 그랬다고 하는데, 현재까지는 의제를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놓을 상황이 아니다.

물론 너무 막연하면 안 되기 때문에 포괄적인 의제를 정하긴 한다. 그게 바로 한반도의 평화, 민족 공동 번영, 그리고 통일의 새 국면 3가지이다. 하지만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문제를 얘기한다거나, NLL(서해 북방한계선) 문제를 얘기한다고 하는 건 학자나 전문가 차원에서 전망해 보는 것에 불과하다."

■ 김정일 위원장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정상회담에서 세부적인 것을 다 말해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정상들이 얘기하는 과정에 구체적인 사안을 얘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예를 들어 '당신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이런 인식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냐', '그렇게 하면 더 순조롭지 않겠냐', '주한미군은 이렇게 보는 게 좋다'는 식으로, 서로의 인식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때로는 설득하는 게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대화다.

특히 정상간의 합의는 이행의 책무를 지기 때문에 한 번 도장을 찍으면 서로를 묶어버리는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아주 구체적인 사항을 얘기해 버린다면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바꿔야 할 경우가 생길 때 두 정상의 모양은 어떻게 되겠나. 그런 가능성까지 다 고려해서 룸(여지)이 많은 포괄적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민족이 평화의 토대에서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서로가 견지해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이런 정신으로 해 나가자'하는 큰 틀의 얘기를 하는 게 남북정상회담인 것이다."

■ 1차 정상회담과 2차 정상회담의 의미, 무엇이 다른가?

"1차 회담 당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두 정상이 처음 만나 악수를 하는 순간 내신기자들이 모두 일을 놓고 박수치고 감격을 나눴다. 45년 분단 이후 남북의 통치권자가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은 그처럼 정치적·민족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정치적 상징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프레스센터에서 박수도 안 나올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어떤 합의가 나오느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상황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정상회담 준비접촉이 일사천리로 끝난 것도 육로 방북 외에는 형식적으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1차 때처럼 준비접촉을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형식적인 것을 따지지 않는다. 결국 무엇을 논의하고, 무엇을 합의할 것인지가 회담의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 뭘 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평화 문제라고 얘기한다. 왜 그런가?

"시대의 흐름을 봐야 한다. 1987년 이후 20년 중 앞의 10년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중심으로 과거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고, 불신하고, 불인정하던 데에서 상호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내정을 간섭하지 않고, 교류하고, 동질감을 회복해 점차 통일의 방향으로 가자는 정도의 기반을 닦았다. 후반 10년은 6.15남북공동선언을 중심으로 과거에 약속해 놓고 실천하지 않았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는, 즉 화해협력을 좀 더 심화시키는 단계로 넘어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건 평화를 정착시키고, 제도화시키는 긴 과정을 출발시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이번 정상회담의 역할이다. 다행히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여러 환경이 내외적으로 갖춰졌다. 과거에도 물론 지향점 자체는 평화체제였지만, 평화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평화체제를 과연 어떻게 구축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토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럴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동북아 전체가 변화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이념적이고 군사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부적절한 상황이 됐다. 동북아에서도 경제를 중심으로, 또는 안보까지 고려한 협력체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더구나 미국도 동북아 정책과 관련해 북한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상대해야겠다는 전략 자체를 전환시키는 시점에 분명히 와 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같은 사람들이 금년 안에 북한 핵시설 불능화를 끝내고 핵 프로그램 신고까지 마감하자는 말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다. 일단 연내에 그런 상황이 온다고 가정했을 때, 평화체제란 것을 미리 토의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지 않았냐는 게 인식의 출발이다. 그 인식이 중요하다. 평화체제란 것은 그렇게 먼 과제가 아니다."

■ 평화에 관해 긍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고 남북간 군비통제, 나아가 군비축소 얘기까지 나온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남측에서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해 군비를 증강한다거나,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과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주한미군의 행동반경을 넓혀놨다거나 하는 등 평화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흐름이 이 정부 들어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평화체제를 얘기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이분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두 흐름이 충돌한다고 볼 수 없다. 전환의 과정속에서 나오는 필요성에 의해 (군비) 증강과 축소가 같이 논의되는 상황이 있다고 봐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를 보자. 제2장 불가침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북이 군사적 신뢰구축을 해나가고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해 군비 축소까지 하자고 이미 약속이 다 돼있다.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무턱대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안보는 안보대로 우리의 필수적인 과제다. 국가 생존의 문제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제1의 과제다. 안보를 절대 소홀히 할 수도 없고, 안보가 튼튼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대북정책을 유연하고 탄력있게 추진하지도 못한다. 힘이 없으면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안보는 평화를 지키고 넓히기 위해 상시적으로 튼튼히 해나가야 한다. 그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또 만약 한미동맹에 약간의 손질과 조정이 가해질 필요가 있어 미군의 역할을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남북간의 군사균형 같은 걸 고려해서 그만큼 생기는 손실을 메워주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 국방개혁 2020 같은 건 그런 노력의 하나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평화체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고, 남북이 일정한 틀 속에서 신뢰구축 문제를 비롯해 군비축소 문제도 다루기 시작하고, 나아가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단계로 접어든다면 그에 따라 다시 조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화해협력을 통해 평화를 확보하자는 '적극적 평화'의 개념이 넓어지기 시작하면 방어 측면의 군사력은 조정될 것이다. 소위 북의 도발행위라는 가상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져 간다면 마땅히 개념이 달라질 것이다. 즉 증강과 방어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상호 보완적으로 움직여 나가는 것이지 충돌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 1차 정상회담때 상황실장이었는데, 가장 식은땀을 흘렸던 일은 무엇인가?

"식은땀 흘릴 이유가 없었다. 다만 북에서 통일문제를 (공동문건에) 꼭 넣어야 한다고 해서 그 씨름이 좀…북에서는 남북의 정상이 마주앉았는데 민족의 통일문제를 얘기 안 할 수 있겠냐고 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는 89년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있었으니 거기에 입각해 논의하면 되는 것이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이다.

그런데 1차 정상회담에서 그 원칙이 흔들린다거나, 우리 통일방안을 벗어나 북이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요구받는다면 정말 큰 문제 아닌가. 아무렇게나 할 수도 없고. 만약에 북이 계속 연방제를 (합의하자고) 우긴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아무 합의 없이 손 털고 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남측의 통일방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현재 한반도 상황이 이렇지 않냐, 어떻게 (북이 주장하는 연방제에 따라) 한 개 국가로 당장 지붕을 씌워서 정치·외교·군사권을 조절하는 기구를 만들 수 있나, 그건 상황에 맞지 않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 설명을 했다. 대신 양쪽의 통일방안에 공통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앞으로 얘기를 시작하자, 그런 정도라면 공동선언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서 나온 게 6.15공동선언 2항("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이다. 그렇지만 별다른 애로점이 있다거나, 일방의 고집이 있었던 건 아니다."

■ 이번에도 북은 통일방안 얘기를 할 텐데, 우리도 대응 논리를 가져가야 하는 게 아닌가?

"북이 통일방안을 얘기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본다. 민족의 지도자라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이 좀 더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북한에는 그걸 한 발 더 움직여 나갈만한 여력이 현재 없다. 지금은 체제 생존이 최대의 목표다. 지금 통일문제를 건드려서 얻을 실익이 전혀 없다. 통일문제를 건드려 나머지 것들이 훼손되는 결과가 온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고립을 끝내야 하는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미북관계 개선을 완성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북에게는 이미 6.15공동선언에 있는 합의로 충분하다.

연방제라는 게 이름은 같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설방안은 그보다 앞서 나왔던 연방제와 달랐고, 그 후 90년대에는 주한미군이 적절한 기능만 한다면 한반도 주둔에 별로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을 정도다. 연방제라는 말은 그대로 있지만 그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 남북이 각기 군사권을 가져도 된다고 한 데에서는 이미 연방제 논리를 스스로 깨뜨린 것이었다. 북은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연방제란 말을 인민들에게는 해야 하니까, 내용만 바꿔서 살려 놓은 것이고, 그러나 더 이상 건드릴 필요가 없다. 별도로 다른 얘기를 치고 나오거나, 혹은 지금까지 논의된 걸 물리자는 일방적인 요구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 "북한은 현재 통일방안을 얘기할 입장에 있지 않다." ⓒ프레시안

■ 6.15공동선언 2항에 나온 연합제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연합제,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에 나온 연합제는 어떤 관계인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통일에 대한 일가견을 얘기한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인 김대중으로서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제시한 게 3단계 통일론이다. 화해협력하다가, 일정한 정도가 되면 연합하고, 나아가 연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연방은 북이 말하는 연방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을 가지고 통일을 얘기해야 한다. 우리 교과서나 어디나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라고 되어 있다. 정치인 김대중의 통일론에 대해서는 합의한 바가 없다. 물론 두 개가 다른 것이냐? 맥락은 비슷하다.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에 마지막 한 단계가 더 있을 뿐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는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상호 명백히 신뢰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 토대 위에서 통일 절차를 논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통일의 형태와 국가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란으로 남겨뒀다. 그런데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은 국가연합까지는 같은데 '그 후 결정되는 통일국가의 모습이 연방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6.15공동선언 2항에 나오는 '남측의 연합제'는 물론 대한민국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나오는 연합제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6.15공동선언을 두고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에 나오는 연합제를 북한과 합의하고 왔다고 공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남북 사이의 호칭에서 '남측'은 대한민국이다. '남측의 연합제안'이라면 곧 '대한민국의 연합제'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연합이란 걸 만들자는 것이다. 통일될 때까지 오래 걸리니까 잠정적으로 기구를 하나 만들어서 서로 이해도 넓히고 동질성도 회복하고 교류협력도 확대해서 공동번영의 길을 찾자는 게 연합 단계에서 할 일이라고 되어 있다. 그게 연합제다. 통일방안의 핵은 연합제다."

■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보나?

"평화문제와 관련해서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이라든지 단번에 앞서나가는 합의를 할 만큼 분위기가 성숙됐다고는 볼 수 없다. 평화체제는 그야말로 장기적인 과제이고 과정이다. 그 모든 것이 충족됐을 때 거의 최종 단계에서 법·제도적인 틀을 갖추는 게 평화협정이다. 알맹이를 채워 나가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군비통제의 과정을 밟으면서, 교류협력을 확대 시키면서 충분하게 익히면서 '자 이제 정전협정 체제를 좀 바꿔야겠다. 시대상황에 맞지 않다'라는 공감대가 생기면 그때 가서야 다른 틀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종국적으로, 완미하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틀을 좀 앞당겨서 만들고 나중에 알맹이를 채우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전문가도 있다.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과정이라고 한다면, 0%에서 100%까지 채워 나가는 노력의 집합이겠는데, 한 80~90% 정도 채워진 정도가 된다면 (법·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을) 전혀 선택하지 말아야 할 코스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익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올 합의의 범위는 서로가 벌써 알고 있는 것이다.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자는 서로의 노력, 그 방향으로 노력해 나간다는 것에 대해 합의를 하고 다시 한 번 상호 불가침이나 무력사용 포기 같은 것을 확인하고, 거기서 조금 더 나간다면 군사공동위원회 같은 기구를 실제로 만들거나 국방장관회담을 정례화하는 정도라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그 정도면 성과있는 회담이라고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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