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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확신한다면 정상회담 가야했다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⑦ 한나라당, 한반도 변화 동참해야

지난 8월 8일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었을 때 한나라당은 4명의 예비후보가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 있었다.

한나라당은 '임기 말의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지난 정상회담에 이어 또 다시 평양이라는 장소에서 밀행적 절차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시한다. 시기, 장소, 절차가 모두 부적절한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라는 대변인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남남갈등으로 인한 국론분열은 2차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의 안정적·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재건에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통일을 요원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현 정부는 면피용 혹은 대선 국면 전환용 카드로 정상회담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에 따라 절차적으나 실질적으로나 투명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국민 참여를 통한 토론으로 합의 기반을 조성하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밀실협상을 척결하고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개해 모든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하고 광범위한 국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칠 때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시의 변화가 한나라당에 시사하는 것

한편 정부가 이러한 합의기반 조성을 도외시할 때 각 정당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적극적으로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점에서 한나라당이 이번 정상회담 대표단에서 제외된 것은 자의든 타의든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대북정책은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정책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음 정권이 누구에게 갈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정상회담 대표단에 포함되어 남북관계 개선에 일조하는 한편, 한반도의 정치지형 변화에 주도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시기, 절차, 장소 등의 문제를 제기해 대표단에서 빠진 것은 단견으로밖에 볼 수 없다.

가장 큰 야당으로서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정책을 마련하고, 생산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한나라당의 역할은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물론 한나라당 일부에서 최근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유사한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일회적이고 이슈 선점 차원으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대북관계를 고민하고 정책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나라당이 제 역할을 할 때 국민의 지지는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보수적인 정권으로서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일관한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이 2006년 중간선거 패배를 계기로 기존의 정책을 폐기하고 1994년 제네바합의 상태로 회귀한 것은 한나라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지난 2일 임진각에서 열린 '납북자 이름 부르기 캠페인'에서 납북자 가족 100여명이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조속한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납북가족단체 회원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의제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납북자들의 명단과 성명서가 담긴 풍선을 북측을 향해 날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핵무기 논의 반드시 포함돼야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회담 의제 자체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서는 △'평화'로 대표되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군축, △'경제'로 대표되는 북한의 경제재건, 즉 식량난·에너지난·외화난 극복 및 개성공단의 다음 과정으로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경제특구의 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북한 핵무기에 대한 사안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무장의 본질적인 계기가 북미관계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국제적 사안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틀이 6자회담이지만, 한반도의 안보,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남북한의 문제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다. 현 정부가 핵문제는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로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한 쪽 측면만을 보고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한다면 국민적 요구를 도외시한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미관계의 개선은 필연이며, 선결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북미수교를 통해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장으로 선도하는 '선(先) 대미관계 개선 후(後) 개혁개방'만이 남북 및 북미간 신뢰구축에 일조할 수 있는 것이다. 북미관계 개선은 소극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고 적성국교역법의 적용에서 제회하는 것으로 가시화될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에 상응해 북한은 핵시설 해체에서 핵물질 및 핵무기 완전 폐기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미국의 조치로 각종 국제기구 및 세계적인 민간기업을 통한 투자와 남한 기업의 투자는 현저히 증가해 북한의 개혁‧개방은 급속도로 추진될 것이다. 다만 경중완급에 따른 속도는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조절해야 급속한 진행으로 인한 북한 주민의 아노미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고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반이 조성되게 될 것이다.

둘째, 군사적 신뢰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 이은 현 정부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우리 국민은 지원의 타당성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미사일을 비롯한 군비로의 전용가능성에 항상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처럼 군사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경제협력의 확대와 인도적 지원이 국민적인 합의를 얻을 수는 없다. 또 한반도에 항구적‧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군비통제는 필요조건이다. 군축을 통해 전쟁 의지가 없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한편, 군비 확장으로 인한 예산을 북한의 경제재건에 전환하는 일석이조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본 의원은 10개년 계획으로 30만 군축을 제안한다. 또한 군축은 북미관계 개선과 연동해 추진할 때 신뢰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셋째, 인도적 지원과 북한 경제의 재건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1990년대 중반부터 말까지 있었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에서 알 수 있듯이 식량·에너지·외화 부족으로 인한 악순환 구조에 놓여있다. 1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으로 식량부족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다소 해결된 듯하지만, 북한 주민의 뇌용량이나 키를 보면 인도적 지원은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에너지 부족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경제재건, 특히 에너지 문제 해결을 근간으로 한 북한 재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6자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채택됐고, 그동안 경수로 지원, 중유 지원, 200만kw 전력지원 등이 거론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북한에 대한 지원은 에너지 지원으로 집약된다.

에너지 지원은 장기적인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단기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북한의 현 상황을 볼 때 단기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에너지 지원이 긴요하다. 특히 에너지 지원은 지구온난화와 북한의 경제적 특수성을 감안해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이점에서 북한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지원은 남북이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 수 있다. 남한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시장과 판로를 개척할 수 있고, 북한은 에너지를 수급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 정확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지원 역시 향후 건설될 경제공동체라는 큰 틀에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개성공단 같이 북한의 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할 게 아니라 남북한의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한 지역에 한반도평화경제특구를 건설하는 것이 의제로 채택되어야 한다. 경제협력 차원을 더욱 확대해 문화, 체육, 정치 등의 완충지대를 건설함으로써 민족동질성 회복은 더욱 앞당겨 질 수 있다.

한반도평화경제특구는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 설정된 비무장지재(DMZ) 구간을 쌍방 모두 현 지점에서 10㎞ 후진 배치해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적으로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양질의 노동력이 결합한 윈-윈전략이 되며, 평화경제특구의 건설과 군비축소 과정을 통해 북한은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내용들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다루어 질 때 국민은 정상회담의 진정성을 믿고 지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자체에 회의적인 국민이 있다면 정부는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한편 적극적인 설득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정치지형은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그 근저에는 경제난 타개를 위한 북한의 절실함과, 연이은 외교정책 실패를 임기 말 대북정책을 통해 만회하려는 부시 정권의 결연한 의지가 맞물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반도 분단고착화를 통한 평화체제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발전적 평화체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황을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된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현 상황을 이끌기 위해서는 남북의 일치된 의견과 행동통일이 필요하며, 국민적 합의는 그 동력이 된다. 한 정권의 차원을 넘어 초이념적, 초당적 합의형성을 위한 정부와 여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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