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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포기 '확약'보다 비핵화공동선언 재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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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포기 '확약'보다 비핵화공동선언 재확인이다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⑤ 비핵화 논의의 '민족내부화'

* 본 기고문은 지난 8월 14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의 글을 남북정상회담 연기 상황을 반영해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편집자>

남북정상회담이 10월 2~4일로 연기되면서 의제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예상 의제들 가운데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핵심적인 것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였다. 일부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을 끌어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회담이 실패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싸우라는 거냐"며 비핵화는 정상회담의 본격적인 의제이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비핵화의 정상회담 의제화는 가능한가

그렇다면 과연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를 논의할 것인가? 논의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으로 논의를진행할 것인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5년 6월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비핵화를 약속한 바가 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이 정도의 원론적인 약속을 뛰어넘는 비핵화 약속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의 의제화 여부가 논란이 된 배경에는 북한의 기존 태도와 관련이 있다. 북측이 '북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이므로 남북간에 다룰 수 없다'며 논의조차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이 요구한다 해도 북측이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6자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합의를 얻어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8일 남북이 동시 발표한 정상회담 개최 합의문에는 회담의 목표로 △한반도의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 전개 등을 내세웠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정상회담 개최 발표 직전 있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석상에서 회담의제의 하나로 '한반도 비핵화'를 검토하라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시한 바 있어 논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비핵화 논의의 '민족내부화' 필요

2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9월 7일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9월 27일부터 6자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룬다면 평화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공개적으로 천명되었다. 이것은 작년 11월 18일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구상이 부시 대통령이 아닌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의 입을 통해 공개된 것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에 대해 북측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복잡한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 문제의 해결과정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한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핵포기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려고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평화조약 체결 가능성을 천명함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가 표명될 가능성이 있다.

북측이 핵포기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먼저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비핵화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굳이 6자회담의 합의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민족문제를 논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다국간 합의를 재확인하는 것도 그렇고, 차관보급 합의를 김 위원장이 확인해 주는 것도 어딘가 적절치 못하다는 느낌이 있다.
▲ 1992년 1월 14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임동원 남측대표(우측)와 최우진 북측대표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문본'을 교환하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떠한 방식과 내용으로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남북정상회담에서 핵문제를 논의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민족문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6자회담의 합의와 모순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합의 이행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남북한이 직접 합의한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이다.

한반도비핵화선언은 민족간의 합의라는 점에서 정상회담 의제로서는 적당하다. 또한 2005년 6자회담에서 나온 9.19공동성명의 제1조에서 비핵화공동선언의 준수와 이행을 약속하고 있어서 6자회담의 합의와도 부합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복원'을 합의문에 담아낼 수 있다면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비핵화선언' 복원은 남북관계와 평화정착의 출발점

비핵화와 관련해 북측의 의지를 좀 더 구체화한다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비핵화공동선언'의 내용을 남북합의문에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북측이 요구하는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내용도 담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비핵화공동선언의 복원을 확인하는 수준이면 족할 것이다.

북핵의 완전한 포기까지는 기술적으로도 수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2007년 내 불능화 약속을 지킨다면, 미국도 연내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정치적 결단만 내린다면, 뜻밖에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동적인 한반도 안보상황은 1992년 비핵화공동선언의 약속을 북한이 어기면서 재처리시설을 가동하고 핵실험을 단행한 데에 기인한다. 1994년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서도 비핵화공동선언이 재확인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복원은 남북관계 정상화의 출발점이자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의 출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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