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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땅서 흘린 슬픔 · 괴로움 · 분함의 눈물, 씻기길

[정상회담, 할 말 있다 ⑩] 모국의 통일은 재일동포의 참해방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목적은 8월 5일 발표된 합의서에서 밝혀졌듯이 6.15남북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토대로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데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온 겨레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재일동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중대하다. 우리는 가슴 벅찬 기대와 관심으로 남북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거두기를 열망하고 있다.

한국은 평화 문제의 당사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얘기되며 합의를 보아야 할 것인가.

한반도에 확고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한 민족의 공동번영도 통일의 새로운 국면도 열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보장 문제는 무엇보다도 중대한 문제이다. 그 핵심은 북미간의 한국전쟁 종결 문제이며 평화협정 체결 문제이다. 최근 북미관계가 크게 개선 진전됨으로써 평화협정 체결이 실현되는 조건이 정비되고 있다.

한국은 휴전협정 조인국은 아니지만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한국군이 현실적으로 북의 인민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군과 함께 한국군도 참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은 평화 문제의 당사자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문제를 비롯해 평화 문제에 대한 남북의 인식과 구체적 방향성을 일치시키는 것은 무척 중요한 과제이다.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해서 상호 군축 문제,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간의 군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이건 북이건 한반도의 모든 군사연습을 중지하는데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분쟁과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 문제'가 양 정상의 영단으로 해결되면 군사 부문에서의 전면적인 남북간 신뢰조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종단 철도의 일상적 운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사람과 물자의 남북왕래시대를 획기적으로 열어나갈 수 있다.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7년 동안 남북간 경제협력에서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에서 큰 성과를 올려왔다. 그러나 남북의 경제협력 관계는 미국의 견제와 제동으로 감속과 곡절을 겪기도 했다. 북미관계의 변화로 지금은 남북 경제협력 관계를 비약적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정상회담에서는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북측의 전력부족 해소와 생산업 재건, 자원 개발 등은 서둘러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쌍방은 서로를 적대시하고 협력관계를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폐기해야 할 것이다. 남북 화해·협력과 교류가 확대 강화되는 6.15시대에 북을 적대시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할 이유도 없어졌다. 또 남북이 서로 제도와 이념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제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진전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합의되어 순조롭게 실천될 때, 한반도의 평화는 촉진되며 남북의 신뢰·협력관계는 비약적으로 강화 확대되어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크게 열릴 것이다. 6.15공동선언 제2항에서는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성을 기초로 통일을 이루자고 통일방도에 관해 명기하고 있다. 이번에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를 전세계에 과시할 수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통일의 상을 보다 명확하게 제기할 수 있다면 회담의 의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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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사회에 드리운 분단의 그림자

우리들 재일동포는 일제의 한반도 강점의 희생자로서 일본에서 생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동포와 그 자손들이다. 재일동포는 망국의 백성으로서, 또 분단국가의 국민으로서 일본에서 차별을 받으며 고생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상황은 8.15광복부터 60년이 지난 현재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만큼 조국통일을 바라는 재일동포의 마음은 한마디로 말해 절실하며 열망이라기보다 갈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국의 분단과 남북의 대립은 재일동포사회에도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조국의 분단으로 재일동포의 조직도 총련과 민단으로 갈라지고 대립은 계속되어왔다. 따라서 남북이 화해하고 조국통일의 전망이 열려야만 재일동포도 화합하고 단결할 수 있는 것이다.
▲ '백지화'된 포옹. 재일대한민국민단 하병옥 단장(왼쪽)과 서만술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의장이 지난해 5월 17일 나눈 감격의 포옹은 몇 달 후 깨졌다. ⓒ로이터=뉴시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재일동포사회는 열광했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부터 공동성명을 지지하는 재일동포의 대규모 집회가 일본 각지에서 열렸고, 재일동포사회는 이제 곧 통일이 실현되는 듯한 열기에 휩싸였다.

벌써 35년 전의 일이지만 매년 여름이 오면 불타오르는 듯한 그때의 열기가 어제 일처럼 생각난다.

그러나 민단의 수구파는 공동성명을 지지하는 운동을 탄압하고 공동성명을 지지한 민단내의 인사들과 청년들을 민단에서 추방하는 폭거에 나섰다.

그때 민단에서 추방된 인사들은 1973년 한민통(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 한통련의 전신)을 결성했다.

따라서 우리들 한통련은 본국보다 앞서 통일운동을 추진해왔다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통련은 현재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 구성원이며 통일사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재일동포가 화합하고 단결하면 재일동포의 권리를 지키는데도 유리하며 조국통일실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한 동포의 염원을 배경으로 작년 5월 '민단-총련 5.17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이 성명은 간략하게 말하면, 조국에서 개최되는 6.15민족통일대회에 민단과 총련, 그리고 한통련 대표가 함께 참가한다는 것과, 민단과 총련이 단합해 재일동포의 권리를 지켜나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은 수개월 후 민단측이 일방적으로 백지화시켜버리고 그 후 공동성명에 서명한 민단 중앙본부 단장을 민단에서 제명시켜버렸다. 공동성명 백지화를 획책한 자는 민단 내 일부 반북 수구파 그룹이다. 수구파 그룹은 일본 정부의 뒷받침을 받고 있었다.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도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고집하고 있으며 그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정부는 5.17공동성명을 반대하고 민단의 수구세력을 밀어준 것이었다.

우리는 재일동포의 화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다시 한 번 민단과 총련의 5.17공동성명을 부활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적대정책을 전개하고, 5.17공동성명을 반대한 아베 신조 정권은 지금 완전 고립되어 정권 위기에 놓여있다.

남북관계 발전은 일본 민중에도 이익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재일동포의 화합 실현 움직임을 강력히 고무 격려해줄 것에 틀림없다.

재일 3세인 필자는 청년 시절 한국 학생들이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를 구호로 1961년 조국통일을 위해 남북학생회담 개최를 제창했다는 사실을 듣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민족적 긍지 그리고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강한 감동을 느꼈다. 그때부터 필자는 비록 일본에 살고 있을지언정 민족적으로 살아나갈 결심을 했다

통일조국을 가지게 될 때 재일동포는 '참해방'이 된다는 것은 우리들이 견지해온 바위처럼 흔들림 없는 신념이다. 해외동포는 조국을 모국이라고 부른다. 일본이라는 이국 땅에서 거주하고 있는 재일동포는 모국의 애정을 무엇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 그 모국이 두 개로 갈라지고 서로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재일동포가 민족적 자존심을 가지는 것도 어려우며 권리를 지킬 수도 없다. 따라서 재일동포는 일일천추(一日千秋)로 남북의 화해, 협력, 나아가 조국통일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 제일동포 3세 이하의 세대들이 민족을 이탈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는 재일교포 어린이들. ⓒ연합뉴스

그러나 통일이 실현되지 않는 가운데 재일동포사회도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재일동포의 대부분이 통일조국을 보지 못한 채 한을 품고 이국땅에서 숨을 거두었다.

지금은 재일동포 사회에서 1세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2세 세대의 대부분이 고령화하고 젊은 세대는 3세, 4세, 5세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세대교체는 '젊은 세대의 민족 이탈'이라는 심각한 사태를 가져오고 있다. 그것은 재일동포의 일본인 '귀화자'의 급증이라는 숫자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세대의 민족이탈'의 큰 원인의 하나는 조국분단의 장기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분단이 길어져 조국통일의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일동포 3, 4, 5세들 가운데서 조국과 민족에서 급속히 멀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그것은 그들의 일본인화를 의미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조국통일의 전망을 여는데서 큰 성과를 거둘 때 재일동포의 젊은 세대에게 민족적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큰 발전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것은 일본의 민중에게도 큰 이익이 된다. 최근의 일본은 평화헌법 개악책동 등 전쟁준비에 여념이 없다. 일본의 강력한 군사력의 조준은 항상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 이를 틈타 일본의 호전세력이 전쟁을 도발할 위험성은 충분히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해 한반도의 평화가 촉진된다면 일본의 호전세력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 일본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도 더욱 한계를 드러낼 것이며 한편에서 북일평양선언에 따른 북일 국교정상화를 촉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남북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동포들이 조국통일을 꿈꾸며 줄기차게 투쟁하고 노력해왔다.

통일을 열망하는 국내외의 동포의 뜨거운 염원을 정면에서 받아들여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남북 양 정상이 회담에 임하면 회담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해외에 사는 동포가 이국땅에서 흘린 슬픈 눈물과 괴로운 눈물, 분한 눈물을 깨끗이 씻어내고 활짝 핀 얼굴로 민족의 장래를, 조국의 장래를 말할 수 있는 그러한 남북정상회담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필자 손형근 한통련 중앙본부 부의장 ⓒ프레시안

* 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은 1973년 8월 15일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이 결성한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의 후신으로 1989년에 발전적으로 개편될 때 이름을 바꿨다. 한통련은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조직 결성의 목적으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결성 초부터 유신독재 반대,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 규명 요구, 해외 민주세력 결집을 위한 해외동포 추진본부 및 민주민족통일한국인연합 결성, 전태일 평전을 형상화한 영화 '어머니' 제작 상영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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