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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 평화를 원한다고?

[해외시각] '유태인 로비'에 대한 치명적 오해

미국의 외교정책을 유대인 파워엘리트들이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소위 '이스라엘 로비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중동전문가로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마크 레빈이 비판적으로 검토한 책은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외교정책>이다.

이 책은 '이스라엘 로비설'로 유명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함께 쓴 신작이다. 저자들은 이스라엘 로비설과 관련한 잇따른 연구로 '반이스라엘' '반유대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레빈 교수는 이번 신작에 대해 "저자들의 연구를 집대성한 것으로, 자신들의 주장에 상세한 주석까지 곁들이고 있어 전작들보다 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책을 서평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밝혔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미국은 미국의 전략적 핵심 이익을 거스르며 무조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으며, 소위 '이스라엘 로비'의 부당한 영향력과 힘 때문에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레빈 교수는 "미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 특히 부시 행정부와 가까운 지도자들이 중동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길 원한다는 저자들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미국은 중동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이야말로 이스라엘을 중동 분열 정책에 이용하면서, 미국의 석유메이저와 군수업체들의 배를 불려왔다는 것이다. 다음은 <아시아타임스>에 게재된 마크 레빈 교수의 서평(원문보기)이다. <편집자>

이 책은 유대인의 부당한 정치력에 대해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반유대인적 믿음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호되게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자들의 내세운 전제와 결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저자들은 중동에 대해서나,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이스라엘의 역할, 그리고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적인 목표와 전략적 이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 이스라엘 국경에 집결한 탱크들. ⓒ로이터=뉴시스

저자들은 미국의 조그만 고객인 국가와 그의 연합세력이 휘두르는 부당한 정치력 때문에 미국 정부가 명백히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10년 주기로 일어나는 중동 지역 전쟁, 우연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 실상은 정반대다. 미국은 미국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활용해 왔다. 1970년대 소련에 대항한 봉쇄전략에 따라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함께 '중동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해왔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여름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대리전을 부추긴 것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것을 염두에 두고, 헤즈볼라의 주된 배후세력인 이란의 무기와 전술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저자들의 책의 내용을 보면 순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 특히 부시 행정부와 가까운 지도자들이 중동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길 원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지하는 것이 이러한 명분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동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지한 적이 없다(마크 레빈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일부 국가들을 지목한 배경을 분석한 <그들은 왜 우리를 증오하지 않는가>, 그리고 오슬로 평화협정의 허구성을 파헤친 신작 <불가능한 평화: 오슬로와 역사의 짐> 등 자신의 저서에서 이 점을 자세히 언급했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중동에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중동에서 10년 주기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 전쟁들은 고유가를 유지하고, 주요 원유매장지역을 통제하거나 최소한 중국이 통제받지 않고 이러한 곳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중동 전역에서 무기 구매 지출을 유난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중동 국가들의 무기 구매 지출 규모는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며, 대부분이 미국의 무기 시스템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

또한 이 전쟁들은 2001년 9.11 사태 이후에만 몇 조 달러의 매출을 일으켜 미국의 석유 메이저와 군수업체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시스템을 영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독재정권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이다.

향후 10년 간 중동에 판매되는 700억 달러의 미제무기

이러한 구도는 최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200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 판매는 이스라엘에 300억 달러 어치의 무기 판매에 따른 지출을 벌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의 대부분은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라는 명분 하에 미국의 군수업체들에게 사상 최대의 기업 복지계획의 일환으로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기타 동맹국들에 판매한다는 최소 200억 달러의 무기도 대부분 원조 형태로 미국 군수업체들에게 직접 미국 정부가 지불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 군수업체들을 위해 향후 10여 년 동안 700억 달러가 중동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동의 주요 현안들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종식된다는 것은 미국에게 전략적인 재앙이 될 것이다.

이 분쟁이 해결되면 유가가 낮아지고, 군수업체들의 무기 판매가 감소하고, 아랍 독재자들이 그나마 갖고 있던 정통성마저 훼손되고, 중동 사람들이 비싸게 가격을 매긴 미제 무기 등을 사는 대신 다른 곳에 돈을 쓸 기회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저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유태인의 로비의 부당한 영향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작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라크 주민을 포함해 중동 국가 대부분의 사람들이며, 현재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분쟁 지역의 위험한 곳에 나가 있는 미국인 가족들이다.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덕분에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기업에 속하는 일부 업체들이 이러한 체제가 왜 지속되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실제로 이익이 돌아가는지 묻는 사람들도 없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거둬 들일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책이 '유태인 로비' 관계자들에게는 기금을 모을 수 있는 '하느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차치하고서, 이 책의 출판에 대해 가장 기뻐할 두 집단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눈에 보지지 않는 로비세력인 석유기업과 군수업체들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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