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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 '사람'의 만남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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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 '사람'의 만남 늘려야"

[정상회담, 할 말 있다⑥] 스티븐 린튼 유진벨 회장

스티븐 린튼 유진벨 재단 회장만큼 북한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난 25~26일에도 린튼 회장은 북한에 다녀왔다.

외증조부인 유진 벨 목사때부터 4대째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린튼 집안의 아들 중 하나인 그는 몇 년전부터 북한 결핵퇴치 운동에 나서 1년에도 몇차례씩 북한을 드나들고 있다. 그는 또 1970년대 북한을 방문한 빌리 그래험 목사가 고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 통역을 맡기도 했었다.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려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마침 북한에 다녀온 그에게 북한의 수해 상황부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린튼 회장은 이번에는 함경북도 나진-선봉 지역을 갔다 왔다며 수해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1일부터 8일간 내렸던 집중호우는 평안남도와 함경남도, 황해도 등 북한 중남부 지역을 강타했다. 나진-선봉에는 피해가 별로 없었다.

린튼 회장은 북한 사람들의 얘기를 전해줄 수는 있지만 자신이 직접 가보기 전에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이런 말을 했다.

"2004년 용천역 폭파사고 때 남쪽 엔지오 대표들은 현장에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구호물자만 보내지 말고 반드시 사람도 같이 가서 구호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중장비를 보낸다면 그걸 운영하는 사람까지 같이 가서 작업을 해야 한다. 사람을 보내는 게 정상적인 지원 사업이다. 물건만 보내는 건 비정상이다. 결국은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가 중요하다."
▲ 스티븐 린튼 유진벨 재단 회장 ⓒ프레시안

린튼 회장은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의 만남'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수해 지원에 대해서도 그랬고, 남북정상회담에서 뭘 얘기했으면 하느냐는 질문에서도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북한과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치적인 발언을 회피하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었다. 민간과 민간의 만남이 정치적인 갈등을 보다 빨리 녹일 수 있는 길이라는 신념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오랫동안 해왔던 대북 의료지원사업을 통해 체득한 그의 지론은 그런 면에서 오히려 더 '정치적'이었다.

"정치인들만 왔다 갔다 하면 별 의미가 없고 정치로 인해 일반인들이 왔다 갔다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정치적인 이슈, 6자회담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의 문제, 이산가족 문제, 소규모 투자의 확대 문제 같이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이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자고 합의하는 게 가장 의미가 있다.

미국이나 다른 외국에서 '핵 문제가 해결 안 됐는데 정상회담을 왜 하냐'는 목소리가 있다. 그것도 전혀 일리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의 문제를 가지고 일반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도록 정상들이 합의해야 한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가 늘어났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교류도 정체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린튼 회장은 뜻밖에 "남북 교류가 많이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도 가고 돈도 가고 물건도 많이 간 건 사실이지만 진정한 인적 교류는 소규모였다"는 것이었다. 북한을 거의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는 중국의 조선족들처럼 남쪽 사람들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게 그가 말하는 '진정한 교류'의 기준이었다.

린튼 회장은 이어 "평화체제 같은 얘기도 해야 하지만 민간의 문제가 정치적 합의 뒤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 나란히 가야 한다. 민간의 문제와 정치·안보의 문제라는 두 보따리를 가지고 가야 한다. 정치·안보 문제도 민간교류가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해결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협의 경쟁 상대는 중국"

민간 교류 얘기가 나온 마당에 묻지 않을 수 없는 게 있었다. 북한과의 민간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들마저도 간혹 북측 파트너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걸 목격했는데, 그런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북측의 중요 결정권자에게 '선물'을 주어야 꼬인 문제가 풀리는 걸 보면서, 교류 사업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반북(反北)적이 되어가는 현상 말이다.

"북한 사람도 사람이라서 접근해 보면 실망을 줄 때도 있다. 그러나 돈과 경제력으로만 북한을 다루면 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돈을 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짧은 생각이다. 물론 돈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것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절을 이제 지나가야 한다. 서로 신뢰가 쌓이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

▲ ⓒ프레시안

린튼 회장은 일부 단체들이 돈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악순환만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측 일부 인사들이 개인적인 보상을 원하는 것은 남측에서 조장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돈을 원하는) 버릇은 누가 들였나. 남쪽에서 한 것이다. 돈으로 억지로 밀어붙이면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 갈수록 산이 높아진다. 더 내고 더 내고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린튼 회장은 "남과 북이 같이 돈을 벌어서 정정당당하게 나누는 시절이 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상회담 이후 대대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 경협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쪽은 주기만 하고 다른 쪽은 받기만 하는 시절은 이제 지나가야 한다. 같이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성공하면 같이 성공하고 망하면 같이 망하는 시절이 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남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북한으로 확장시킬 뿐이라는 우려의 시각에 대해서도 물었다. 린튼 회장은 "미국 시장에 가보면 과거에는 한국산 상품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중국산 일색이다"라며 "한국은 중국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북한과 힘을 합쳐 경쟁하면 중국은 물론이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벨 재단 관련 기사 : "장벽 뒤가 아니라 강 건너에 있는 나라였다")
"입원중에 수해 입은 이재민부터 구하자"

유진벨 재단은 지금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북녘 동포들에게 긴급 구호품과 생필품을 보내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진벨은 유엔 북한대표부로부터 수해 복구 지원 요청을 받고 이번 달에 선적하기로 예정된 하반기 지원 물품과 함께 수해로 환자들이 늘어난 병원에 환자용 방한복과 생필품 세트, 그리고 병원 시설 복구와 수재민 거처 마련을 위한 수해복구용 비닐을 지원할 계획이다.

환자용 방한복은 한 벌에 1만 원, 생필품 세트는 1만 3000원, 수해복구용 비닐 한 박스는 25만 원 정도 들어간다.

유진벨은 후원자들과 시민들에게 "가족과 집을 잃은 수재민들과 수해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지원 물품을 하나라도 더 보낼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을 보태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하고 있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 298-356991-13-001 (예금주: 재단법인 유진벨)

▶지로번호 : 5110911

▶유진벨 연락처 : 전화 02)336-8461 홈페이지 : www.eugenebel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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