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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포기 확약 받으란 분들, 주한미군 걸 자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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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포기 확약 받으란 분들, 주한미군 걸 자신있나?"

[정상회담, 할 말 있다③] 차분한 분위기가 더 낫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이후 의외로 우리 사회는 매우 차분한 편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상회담을 통해 무언가 정치적 이득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조금 실망스런 일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차분함이 오히려 떠들썩하고 격렬한 찬반이 오가는 분위기보다 정상회담의 환경으로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1차 회담보다 좀 더 많은 이야기, 좀 더 민감한 의제들이 논의될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뭔가 들떠있는 분위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차분함이 불필요한 논란을 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을 유지하되 전략적 선택은 분명해야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제의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북한의 전격적인 정상회담 제안은 북핵 2·13합의의 첫 단계 이행과 함께 남한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발전의 추동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북한의 처지가 근본적으로 체제적 의제는 제한하면서 경제지원 확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이율배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앞둔 현시점에서 남한의 선택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나는 북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현단계에서는 남북의 합작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의 한계를 추궁하면서 남북합작은 제한적 수준에 묶어두고, 대신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추구해나가는 길이다.

미국은 이미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지만 이것이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핵폐기와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보수적 언론들은 "핵포기 언급이 빠지면 여론은 냉혹해질 것"이라며 "핵에서 받는 것 없이 경제에서 주는 데만 합의한다면 여론의 저항이 기다릴 것"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길은 앞서 말한 남한의 선택 중 명백히 후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자의 길을 선택한다면 굳이 정상회담을 거칠 필요도 없다. 체제변화를 추구하면서 정상회담을 해봐야 성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이상, 이미 우리의 선택은 남과 북의 합작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핵 문제, 평화 문제는 제쳐두고 남북관계만 발전시키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추진 전략은 분명해진다. 그것은 북한의 한계와 연결되는 핵 문제, 평화 의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이고 선언적 수준의 합의를 목표로 하되, 남북관계의 발전과 관련해서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내는 전략이다. 즉 이번 정상회담은 민족문제와 국제 문제 및 평화 문제를 '균형적으로' 다루되, 남북 관계의 진전은 확실히 이뤄내는 '전략적 선택 속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외의 역풍으로부터 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평화 의제 복원의 계기
▲ 이번 정상회담은 민족문제와 국제문제 및 평화문제를 '균형적으로' 다루되, 남북 관계의 진전은 확실히 이뤄내는 '전략적 선택 속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사진은 지난 6월 소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남한 어선이 발견한 북한군 유해가 다음달 20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통해 북측에 인도되는 장면. ⓒ뉴시스

핵 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실패'로 단죄하겠다는 압박이나, 북핵 문제로 이번 회담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포함한 평화 의제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화 문제가 갖는 의미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한번 논의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사이에 사실상 단절된 평화 의제를 복원시키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6.15공동선언의 성과를 잇고 그 한계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6.15선언에 제외된 평화 의제의 복원이 핵심 의제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것은 불가침을 선언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정신을 다시 부활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 문제는 그동안 북한이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을 강조하면서도 남한과는 평화 의제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1994년의 제네바합의와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교류와 통일 문제는 한국과, 안보 및 평화 의제는 미국과 협상한다는 기본틀을 정립하고 이를 철저히 고수해왔다. 이는 '남북회담=통일회담', '6자회담·북미회담=평화회담'이라는 북한의 의제 분리 전략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반도 평화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와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는 북한의 언술이 이를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회담을 통일회담으로만 규정하려는 일부의 시각은 남북 사이의 평화 의제 부활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색맹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 사이의 평화 의제 복원이 반드시 6자회담의 동력을 죽이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남북 사이에 평화 의제가 복원됨으로써 6자회담과 남북회담,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상호 순환이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다음 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 외무장관 회담과 그 이후로 예상되는 '한반도 평화포럼'의 출범을 선순환적으로 이끄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우선 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제 문제로서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고, 또 북한이 '비핵지대화'의 개념으로 비핵화 문제를 제기할 경우 주한미군과 미군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문제가 불가피하게 언급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핵 문제와 관련해 '이미 제조된 핵무기의 해체'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자진신고' 등에서 진전이 있어야 회담의 성과를 '인정'하겠다는 우리 사회 일각의 압박은 일종의 '정치공세를 위한 수순 정비'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를 거는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남북 사이에서 해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로 인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사이에 평화 의제를 원칙적인 차원에서 복원시키는 정도의 수준이 이 문제의 가장 현실적 처리방법이다. 남북 사이의 불가침과 비핵화 원칙, 평화체제 전환의 당위성이 천명되는 상징적인 평화선언 채택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화 의제의 복원이 비록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북한의 정상으로부터 원칙적 수준에서 평화 의제의 부활이 직접 언급이 된다면, 이것은 향후 남북관계에서 평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데서 중대한 지렛대가 될 것이며 동시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구상

전략적 선택 속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전략적 구상의 핵심은 남북의 경제적 분업체제 형성과 상호의존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남북 사이에 정치적 화해협력을 제도적인 수준으로 진입시키는 초석을 놓는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문제들의 중요성은 별도의 설명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화해협력의 제도화 문제에 대해서는 두어 가지 언급이 필요하다. 정치적 화해협력의 제도화와 관련해 핵심적인 문제는 6.15공동선언 제2항의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 전략에 말려들어가게 되므로 통일방안 문제는 절대 논의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있게 유포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 문제에서 북한이 갖는 부담은 남한보다 오히려 크면 컸지 적지 않다. 왜냐하면 이 문제와 관련한 핵심적 의제는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제도화 장치 마련이고, 이는 남한이 주장하는 '남북연합' 형성의 핵심적 기제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구상과 민족통일기구 구성의 중심적 문제이기도 하므로 북한으로서도 마다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6.15공동선언 제2항의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남북 사이의 '공동협의틀' 구성을 북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6.15선언 제2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이행해나가지 않으면 안 될 수많은 사안을 의제로 올리게 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정상회담의 정례화, 남북간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 등 각 분야의 각료회의, 남북 국회회담과 6.15민족공동위원회 등 남북간 대의기구 구성문제 등이 모두 이 협의틀 속에서 논의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남북 사이에 더 많은 의제, 더 많은 제도화 논의를 보장하게 될 것이다.

정상회담의 정례화는 국가연합의 핵심 요체인 정상회의의 제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높고 중요한 목표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를 바라는 국민 여론과 상관없이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정기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이 가장 시급(66.8%)하며, 그것이 통일에 가장 도움이 된다(74.7%)고 응답했다.

따라서 정상회담 정례화의 실현 가능성 여하에 상관없이 우리 정부로서는 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또 제2차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서울 답방에 대한 약속 위반을 비판하는 국민정서를 넘어서는 데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상회담이 갖는 포괄적 정치성을 고려할 때, 남북 정상 사이에서 평화 및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의 포괄적 논의는 그 성과 여하에 상관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성과에 대한 섣부른 기대를 부풀리기보다는 정상회담의 결과 자체가 그대로 남북관계의 현실임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선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의 폭도 상대적으로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는 민간차원에서 남북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200여개의 정당,종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로 1998년 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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