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전격 발표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이번 회담에는 상당한 위험과 부담도 따른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회담에 임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한창 진행 중인 북핵 6자회담의 초점을 분산시키고, 정상회담을 통해 자칫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미국의 주요 한반도 전문가들이 남북정상회담 발표직후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반응이다.
▲ 돈 오버도퍼(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 기쁜 소식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고위급을 비롯한 여러 레벨의 접촉이 많을 수록 좋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정치적인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접촉은 중요하다.
사실 좀 놀라운 점이 있다. 북한이 노무현 정부와는 지금 단계에서 정상회담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김정일은 과거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경우 포용력을 보이는데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가 유용하지 않은 인물로 비쳐지는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 스콧 스나이더(아시아재단 선임 연구원) =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2000년 정상회담 때의 미해결 과제들이 논의돼야 한다는 기대가 따른다. 우선 안보문제는 정말로 중대한 문제이다. 만일 여기서 가시적인 진전이 있다면 큰 성과이다. 또 하나는 핵문제이며, 2단계 조치를 이행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여러가지 현안들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당장 정상회담을 갖는건 상당한 부담이며,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회담이 되려면 굉장한 외교적 스킬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2000년 회담 때보다 더 큰 성과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정치 행사로 비치게 될 것이다. 정상회담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면 핵협상 진전이 흐려지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회담에 대해서는 높은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진전의 희망도 없기 때문에 한국민들은 회담에 높은 기대를 걸어야 한다.
▲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재단 소장) = 이번 회담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와는 상황이 아주 다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2000년에는 제네바 기본합의가 건재한 때였다. 지금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심하지 않으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6자회담의 근거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일 이번 회담에 경제적 보상이 주어진다면 아주 미묘한 상황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분명한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이번 회담이 아주 위험하다는걸 인식하길 바란다.
나는 이번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지만 아주 위험한 회담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와 위험이 모두 따르는 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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