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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좋아하는 나라, 올림픽으로 먹칠할라

"강제 퇴거와 토지 수용으로 각인된 88올림픽"

온 나라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열기로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업적'을 이루겠다는 듯 멀리 과테말라에까지 날아가 평창 세일즈에 한창이다.

한건주의식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대해 과거와 달리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긴 했지만 '결정의 순간'이 오면 누구 말마따나 "'끽'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를 외쳤던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지금은 어떤 사례로 세계인들에게 소개되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 과도한 국제대회 유치 열풍을 되돌아볼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난 게 아닌가 싶다.

다음은 영국의 <가디언> 칼럼니스트 조지 몬비오가 지난 2일자 칼럼에 쓴 글의 주요 내용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는 런던 시 당국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쓴 이 칼럼에서 몬비오는 서울 올림픽의 사례를 거론한다.

군사독재정권의 선전장이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서울 올림픽은 경기장을 건설하고 행사를 치르기 위해 무려 72만명의 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킨 악명높은 대회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평창의 모습 뒤에도 정부와 별다른 협의도 없이 토지와 집을 빼앗기고 강제로 이전당한 주민들은 있다. 각종 경기장 건설을 위해 자행된 환경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결정일이 임박한 '기호지세'의 올림픽 유치 드라이브를 글 몇 줄 말 몇 마디로 막을 재간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바탕 전쟁이 끝나고 유치가 확정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어떤 올림픽으로 기록돼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편집자>

▲ 72만명의 주민을 강제로 이전시킨 땅에 세워진 서울 올림픽 공원의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면 어떤 올림픽으로 세계인들에게 기억될까. ⓒ연합뉴스

"올림픽 개최는 토지 강탈 면허증"

올림픽의 효과는 환상에 불과하다. 스포츠를 활성화시키고 이익을 골고루 나눠가지며 빈민들을 돕는다는 말은 다 거짓이다. 현재 올림픽을 앞두고 런던에서 벌어지는 강제 퇴거 행위처럼, 올림픽은 그렇잖아도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부자들에게 이전시켜줄 뿐이다.

테사 조웰 영국 문화부 장관은 올림픽을 통해 영국인들은 운동을 하게 되고 영국은 스포츠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웰 장관은 자신의 말이 난센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02년 영국 문화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는 "스포츠 이벤트 유치는 대중의 (스포츠) 참여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나와 있다. 올림픽은 오히려 우리의 신체 활동을 축소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밖에 나가 공을 차는 것보다 TV 앞에서 올림픽 경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는 올림픽이 지속적인 경제 호황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을 검토한 결과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그 이익이 꼭 필요한 사람들과 꼭 필요한 장소에 쓰인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런던 시의회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는 "올림픽은 유치 도시의 실업률 치유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도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주 '강제 퇴거·주거 인권 감시단체'(Centre on Housing Rights and Evictions)가 내놓은 보고서에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림픽을 유치했던 모든 도시들을 조사한 결과 올림픽은 대규모 강제 퇴거와 빈곤을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 1988년 이후 2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올림픽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다. 올림픽은 토지 강탈의 면허증을 줬던 것이다.

서울 올림픽의 '성공'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대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군사독재 세력은 올림픽을 통해 민중들이이 소유한 토지를 빼앗아 소수의 엘리트가 주인이 되는 기업도시로 서울을 만드는 기회로 이용했다. 72만명의 주민들이 자기 집에서 쫓겨났고 거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구금됐다. 세입자들은 사전 공지도 없이 퇴거조치 됐고 일부는 고속도로의 뚝 밑에 굴을 파서 살게 됐다. 노점상은 금지됐고, 노숙자, 알코올중독자, 거지, 정신장애자들은 한데 모아져 수용소에 갇혔다. 세계는 그런 장면을 보지 못했다. 단지 번듯한 사람들이 활보하는 번듯한 새 도시만 보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는 올림픽의 모델로 여겨진다. 그러나 서울 올림픽의 경우보다는 덜 파괴적이긴 했지만, 그 올림픽 역시 이른바 '도시 정화'에 활용됐다. 이탈리아인 거주지는 강제 소개됐고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거지와 매춘부, 노점상, 사기꾼이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400명 가량의 가난한 사람들이 "통제와 감시"를 받았다. 1986∼92년 사이에 경기장 주변 지역을 고급화하면서 주택 가격은 240% 상승했고 공공주택 보급률은 76% 하락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59만 명이 시 외곽으로 쫒겨났다.

"그들을 도시에 살게 하라. 이미 그 곳에서 상처를 받은 이들이다"

1996년 올림픽 이전에도 아틀랜타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림픽은 백인 개발업자들이 새로운 인종 청소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구실이 됐다. 그들은 어떤 민주적 절차도 밟지 않은 채 흑인들이 살고 있는 대규모 공공 주택 단지를 쓸어버리고 중산층들을 위한 깨끗한 주택단지로 바꿔버렸다. 3만 가구 정도가 강제로 퇴거당했다. 그들은 "삶의 질 조례"를 발표해 구걸이나 한뎃잠을 자는 행위를 금지했다. 경찰들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해에 9000명의 홈리스들을 체포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재판도 없이 구금됐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도착할 때 아틀랜타는 백인 중산층을 위해 말끔히 단장된 도시가 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경우 빈민들에 대한 박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경제적 피해가 컸다. 1996∼2003년 동안 주택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집단 거주시설이나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강제로 이전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경우는 과거의 악습이 되풀이되어 올림픽은 2700명의 주민들을 이전시키는 구실로 이용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서는 이미 125만 명의 주민들이 이주됐고 추가로 25만명이 강제 퇴거될 예정이다. 서울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강제 퇴거에 저항할 경우 협박과 폭행을 당한다. 허락 없이 집을 짓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투옥됐다. 강제 퇴거 조치에 대한 저항운동을 4년간 벌여온 예궈주라는 사람은 천장에 묶여 전기고문을 받았다. 거지, 부랑아, 행상들은 "노동을 통한 재교육" 조치를 받았다. 정부 당국은 정신지체자들을 집단으로 수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2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런던 역시 집시들을 소개함으로써 올림픽 개최지로서의 '진정한' 면모를 갖출 채비를 하고 있다. 430명의 주민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날 예정이고 100년간 있어왔던 마을은 고작 4주일의 경기를 위해 파괴돼 콘크리트 도로가 될 예정이다. 올림픽을 위해 9000채의 새 집이 지어질 예정이지만 치솟은 가격 때문에 빈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구역의 주택가격은 런던의 어느 곳보다 빨리 오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개최국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올림픽 개최 도시는 두 가지 이유에서 대회 개최를 원한다. 도시의 명성을 올리기 위해서, 그리고 올림픽이 없다면 결코 달성될 수 없는 도시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올림픽을 위해 민주주적 절차는 무시될 수 있고, 주택과 토지에 대한 강제 수용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주택과 편의시설들은 깨끗이 치워질 수 있다. 올림픽이라는 불도저는 그 모든 반대 요소들을 치워버린다. 논쟁도, 예외도, 변경도 필요없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가야 한다.

이상의 기술은 올림픽이란 것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게 아니다. 매 4년마다 벌어지는 강제 이주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을 도시에 살게 하라. 그들은 이미 그 곳에서 상처를 받은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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