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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엔 왜 무장단체ㆍ납치가 횡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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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엔 왜 무장단체ㆍ납치가 횡행할까?

석유로 떼돈을 벌어도 국민소득ㆍ평균수명은 오히려 감소

아프리카의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일 나이지리아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대우건설 직원 3명에 대한 석방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 나라 최대의 유전지대인 니제르 델타지역에는 무슨 불만이 있어서 외국인을 납치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납치한 외국인의 '몸값'을 챙기기 위해서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겠지만, 대우건설 직원들이 납치당한 포트 하코트시(市)가 위치한 나아지리아 남부 니제르 델타지역의 모순과 그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어우러져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일부터 닷새 동안 총 6건의 납치 사건이 발생해 대우건설 직원을 포함해 총 28명의 외국인들이 괴한들에게 끌려가는 등 피랍사건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월에도 대우건설 직원 9명이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가 사흘만에 풀려났었다. 대표적인 무장단체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은 작년에도 대우건설 근로자 5명을 납치했었다.

석유 개발 후 소득·평균수명 모두 곤두박질

니제르 델타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석유 개발이 30년간 계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이익이 자신들에게 돌아오기는커녕 삶의 질이 더 악화된다는 데에 있다.

나이지리아는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이 중 90%는 수출되며 그 수익금은 정부 수입의 80%에 달한다. 특히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불안정한 중동을 피해 나이지리아산 석유의 수입을 늘렸고, 현재 총 석유 수입량의 9%를 나이지리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2015년까지 석유 수입량의 15%를 니제르 델타가 포함된 기니만에서 난 석유로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석유 개발로 인한 수익은 나이지리아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석유 수입액의 85%는 1%에 불과한 집권층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1970년부터 2000년까지 30년간 석유수출로 4000억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그 중 4분의 1의 수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36~70%에 달하는 국민들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석유는 일반 국민들의 삶의 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삶의 질은 떨어뜨려왔다. 나이지리아 반부패회의 나후 리다두는 2003년의 경우 70%의 석유 수입이 강탈당하거나 낭비됐다고 주장한다.

1965년부터 2004년까지 나이지리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50달러에서 212달러로 떨어졌을 정도로 부의 분배가 악화됐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인당 GDP와 평균 수명은 떨어졌다.

정치적인 이유의 납치 및 파괴 잇달아

니제르 델타지역의 이같은 문제는 고스란히 주민 불만으로 이어졌고 MEND를 비롯한 여러 무장조직이 세력을 키우고 활개를 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주민들은 석유로 인한 수익이 소수의 특권층에만 쏠리는 현상 외에도 그나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돈도 나이지리아 36개주에 인구비례로 배정된다는 데에 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삶의 터전을 뺏기고 석유 개발로 인한 환경 악화를 감내하고 살아가야 하는 니제르 델타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장단체와 주민들은 특히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크다. MEND는 최근 계속되는 납치 사건에 대해 "오바산조 대통령에게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MEND는 산유지에 배정하는 석유 수익금 지분을 대폭 늘리는 한편 자치권을 강화할 것을 연방정부에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주민과 강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그간 계속됐던 이 지역의 폭력사태는 1999년 오바산조가 대통령이 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나이지리아 국영 석유 회사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400회의 석유 시설 파괴 행위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정부 석유 수입의 68억 달러가 낭비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MEND는 2005년 말에도 수많은 석유 노동자들을 인질로 잡았고 초국적 석유 기업인 셰브론, 쉘 등이 소유하고 있는 석유 기반시설을 파괴했다.

이들의 납치 행각이 특히 외국인들에게 집중되는 것은 석유 개발에 참가하는 초국적 석유기업들이 주민들의 불만은 무시한 채 부패한 정부를 등에 업고 석유 개발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 ( ☞관련기사 : "아프리카에도 밀려든 '검은 황금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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