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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실패는 체니 탓"…전 CIA국장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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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실패는 체니 탓"…전 CIA국장 '뒤통수'

조지 테닛, 대통령 훈장까지 받고선 이제와 '네 탓'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말년이 되면서 부시행정부에서 고위 관리를 지낸 인물들이 이라크전쟁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니다.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던 조지 테닛이 다음 주 발매될 회고록을 통해 이라크전쟁의 모든 책임을 딕 체니 부통령에게 전가하고 나섰다.

2002년 이라크를 침공하기까지 부시 행정부 내에선 사담 후세인의 위협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고 9·11의 주범으로 지목된 알카에다와 후세인을 무리하게 연계시킨 것도 체니 부통령이란 비판이다.

테닛은 이라크 침공의 '결정적 빌미'인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구입 정보를 자신이 제공했다고 알려진 데 대해서도 "얘기가 와전됐다"며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퇴임 후인 2004년 12월, 미국 최고훈장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은 데 대해서는 "딱히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라크 전쟁 때문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받는 상이라 받게 됐다"고 둘러댔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특단의 카드로 꺼내든 추가파병도 이라크 전황을 구제하지 못하는 등 이라크 전쟁이 실패로 가름되자 '부시 사단' 내에서도 책임 떠넘기기가 시작된 모습이다.

"추가파병? 3년 전이었다면 효과 있었을 수도"
훈장 받을 땐 언제고…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까지 받은 조지 테닛 전 CIA 국장이 회고록을 통해 전쟁에 대한 책임을 부시 행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전가하고 나섰다. ⓒ로이터=뉴시스

27일자 <뉴욕타임스>는 테닛이 오는 30일 출시될 예정인 549페이지짜리 회고록 '폭풍의 중심에서(At the Center of the Storm)'을 통해 체니 부통령과 국방 부장관을 역임한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고 전했다.

테닛은 책에서 "내가 아는 한 정부 내에서 이라크 위협의 중대성에 관해 진지한 논의를 벌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고 봉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테닛은 또 "나와 CIA가 9·11의 주범인 알카에다에 집중하고 있을 때부터 이미 체니와 울포위츠는 이라크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며 '알카에다와 후세인 연계설'이 단순한 정보실패가 아닌 체니 진영의 의도된 조작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테닛은 그 한 예로 이라크 침공을 발표하기 하루 전 날 예정돼 있던 체니 부통령의 연설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테닛은 체니 부통령이 연설을 통해 '알카에다와 후세인 연계설'을 공표하는 것을 막으려고 백방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 테닛은 이라크와 알카에다 연계설이 "CIA가 입수한 정보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 아래 부시 대통령을 찾아 "각하, 우리는 그 연설을 지지할 수가 없습니다"고 말했고 결국 체니 부통령이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실책을 떠넘긴 테닛은 2004년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정보실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문책성으로 자신을 사임시킨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2003년 말 이라크 내 유혈충돌이 시작되고 정보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행정부가 "정부 탓을 하지 말라, 조지 테닛과 CIA가 우리를 혼란으로 밀어 넣었다"고 몰아세웠다는 것이 테닛의 주장이다.

테닛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이라크 추가파병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테닛은 "3년 전에 추가파병을 했으면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며 "미군은 갈수록 이라크 내 폭력사태를 제어하는 데 무능해지고 있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WMD 보유는 '슬램덩크'" 발언의 진실은?

회고록을 집필한 테닛의 본 목적은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신해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쟁을 시작하는 데 자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사실을 부인하는 데 있는 듯 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부국장인 밥 우드워즈는 2004년 이라크 전쟁 비화를 담은 책 '공격 계획'에서 "테닛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보유 사실은 '슬램덩크'라며 자신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슬램덩크'란 농구에서 강렬하고 극적인 덩크슛을 이르는 말로 일반적으로는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을 뜻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그러나 테닛은 이 '슬램덩크' 발언의 맥락이 완전히 왜곡돼 알려졌다며 그 발언이 나오게 된 2002년 12월 백악관 오발 오피스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존 맥러플린 CIA 부국장이 전쟁 개시를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한 발표문 초안을 행정부 관료들에게 공개했지만 호응이 높지 않았고, 부시 대통령은 배심원들의 결정을 앞두고 변호사가 호소를 하는 것을 예로 들며 "마지막 한 방"을 추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테닛이 "이번 발표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슬램덩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전혀 다른 맥락으로 알려졌다는 것.

테닛은 책에서 "내가 그냥 '잘 하겠습니다'라고만 했다면 이런 설명은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닛은 29일 방영될 예정인 <CBS>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그날 내가 제공한 정보가 전쟁의 시기나 정당성에 대한 대통령의 관점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며 전쟁의 결정적 명분을 제공했다는 일반의 인식을 해소하는 데 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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