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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친미 테러리스트가 장악한 아프간"

<최연소 여성의원 조야의 증언> "유일한 탈출구는 자살 뿐"

남의 땅 남의 얘기로만 여기던 한국인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가 다가온 것은 윤장호 하사의 비보가 날아온 2월 27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윤 하사가 잊혀지듯 아프간이란 나라에 대해서도 '테러가 난무하는 가난한 나라' 정도의 인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최연소 국회의원인 말라라이 조야(29)의 다음 연설은 아프간은 왜 비극의 땅이 됐는지, 나아가 윤 하사는 왜 희생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2003년 아프가니스탄 제헌의회에서 '군벌타도'를 외치다가 추방된 말라라이 조야는 2005년 아프간 서부 지역인 파라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된 여성이다. 아프간 군벌들과의 비타협적인 싸움으로 네 차례의 암살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조야는 세계를 돌며 아프간의 비극을 전하고 있다.

조야는 지난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고, 최근에는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 참석차 또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적들(Enemies Of Happiness)'이 상영됐다. 이 영화는 올해 초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축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다큐멘터리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다음은 서울을 떠나 미국을 찾은 조야가 지난 10일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대학교에 했던 강연의 전문이다. ( ☞원문 바로가기말라라이 조야 홈페이지)

▲ 최근 서울을 방문한 말라라이 조야 ⓒ연합뉴스

민주주의와 평화의 이름으로

저의 견해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신음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전할 수 있게 해 준 캘리포니아대학의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근본주의에 반대하는 아프간의 개인과 단체들이 주변화돼가고 있지만 여러분들은 아프간의 위기와 아프간인들의 처참한 처지에 대해 작은 목소리나마 듣고자 저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이 시작된 지 5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아마도 여기 모인 많은 분들은 아프간의 현재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고, 저를 통해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나타난 긍정적인 결과를 듣기를 기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프간은 여전히 근본주의 군벌들에 의해 속박된 땅이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무의식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미국은 반동적이고 흉악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나 그 후 미국은 아프간 민중들이 뜻에 따른 정부를 세우는 대신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게 했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적이자 탈레반과 다를 바 없는 악의 무리 '북부동맹'의 더럽고 악명높은 범죄자들의 친구를 새 정권의 우두머리로 세웠습니다.

서방의 언론들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와 해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리의 상처받은 조국을 전쟁과 범죄와 마약이 범람하는 곳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 아프간 정부는 전쟁범죄자·마약상의 소굴

오늘날 북부동맹의 지도자들은 아프간의 핵심 권력자들이며 우리 민중들은 그 살인자 집단의 볼모로 잡혀 있습니다. 많은 북부동맹 지도자들은 지난 20년간 벌어진 무고한 민중 수만명을 도륙한 데 대한 책임이 있지만 아프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꿰차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아프간의 핵심 권력자들이 누구인지 몇 사람만 말해보겠습니다.

- 카림 칼릴리 부통령은 친이란 정당 '와다트'의 지도자이며 수천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책임이 있고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에 의해 전쟁범죄자로 지목됐습니다.

- 이스마엘 칸 수도·전력부 장관은 또 하나의 군벌 살인마이자 이란 정권의 하수인입니다.

- 이짜툴라 와시피 아프간 반부패위원회 의장은 마약중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미국의 네바다 감옥에서 4년가량 복역했습니다.

- 모하메드 다오우드 장군은 아프간 내무부에서 마약근절 담당 차관으로 있지만 과거 군벌이었으며 유명한 마약중개상이었습니다.

- 라시드 도스툼 육군 참모총장은 휴먼라이츠워치에 의해 전쟁범죄자로 지목된 살인자이자 군벌입니다.

- 전 국방장관이자 현재는 상원의원 겸 카르자이 대통령 자문위원인 키심 파임은 북부동맹의 가장 강력한 군부이고 전쟁범죄로 기소된 사람입니다.


이들 말고도 사이야프, 우로미, 고랍조이, 라바니, 카누니, 모하키그, 물라 로케티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자들은 모두 권좌에서 쫒겨나야 하며 전범재판에 세워져야 합니다. 사실 아프간의 모든 주요 기관들은 그런 군벌들과 마약상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습니다. 입법·사법·행정부 모두가 근본주의와 마약 마피아라는 바이러스에 물들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자유를 사랑하는 아프간의 민중들과 단체들은 미국에 의해 북부동맹의 범죄자들에게 권력이 되돌려진다면 아프간은 또다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오랫동안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해외 정부들과 국제기구들은 아프간은 재앙으로 향하고 있는 실패한 나라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프간인들은 현재의 상황에 진저리치고 있으며 정부와 외국의 군대, 군벌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탈레반들은 그같은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의 영향력과 테러 활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이란, 러시아 같은 나라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아프간을 간섭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아프간 사람들은 심각한 경제난에 고통받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경제적인 불안정에 고통받고 있다 보니 부패와 아편 재배 같은 불법 행동으로 돌아서고 있고 탈레반은 무직자들을 저항공격을 위한 군대로 채용하면서 고용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의료서비스 부족으로 매일 어린이 700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살인자들이 힘을 얻게 되고 우리의 불행한 민중들의 간단치 않은 삶을 살게 됩니다. 피 흘리는 나의 조국 아프간의 현실에 대한 빙산의 일각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700명의 아이들과 50~70명의 여성들이 의료 서비스의 부족으로 매일 죽어갑니다. 출산 도중 사망하는 임산부가 10만명 중 1600~1900명이나 될 정도로 출산중 사망률은 높습니다. 평균수명은 45세 미만입니다.

자살하는 여성들의 수가 지금처럼 높았던 때는 없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사미야라는 18세 소녀가 60세의 남성에게 팔려가는 것에 비관한 나머지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비비 굴이라는 또 다른 여성은 마굿간에 자신의 몸을 결박시키고 불을 질러 자살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에게 남겨진 것은 유골뿐이었습니다.

아프간의 독립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자살률은 급속히 높아졌습니다. 파라지방의 경우 2년 전 15명의 여성이 분신자살했다고 보고됐지만 2006년 상반기 동안에만 36명으로 늘었습니다. 칸다하르 지방에서는 2년 전 그같은 사고가 77건 일어났지만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77건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고 숫자는 그보다 훨씬 높습니다.

유엔여성개발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 카불에 사는, 남편을 잃은 5만명의 여성 중 65%가 자신들의 비극을 끝내는 방법은 자살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여성기금은 아프간 여성 3명 중 1명이 매를 맞거나 강간을 당하거나 다른 방식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부동맹에 소속된 군벌들에 의한 소녀와 여성들에 대한 윤간은 특히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집회가 수차례 열렸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슬픔과 눈물을 위로해주지 못합니다. 언론에 공개되는 강간 사건은 극소수입니다. 그중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소개하자면 11살 먹은 사노바르의 엄마 얘기입니다. 남편을 잃은 그녀는 한 군벌에 의해 납치된 후 강간을 당했고 개 한 마리에 팔려갔습니다.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가난한 소녀를 강간한 범죄자가 그 구역의 지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회의 80% 차지한 군벌, '과거 25년간 전쟁범죄 면책' 입법 통과

탈레반은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아프간 동부지역에서 여전히 파시즘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공개처형과 납치가 횡행합니다. 며칠 전 이탈리아 기자와 통역사, 운전사가 납치됐을 때,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감옥에 있는 5명의 탈레반 지도자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이탈리아 기자를 풀어 줬습니다다. 그러나 무고한 통역사와 운전사의 운명은 아무도 돌보지 못했고 그들은 탈레반에 의해 참수당했습니다.

전쟁범죄와 사담 후세인의 처형에 대한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는 많은 아프간 전쟁 범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따라서 그들은 현재 자신들에 대한 조사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군벌 출신 의원들은 '국가의 화해'라는 이름으로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그 법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있었던 전쟁범죄에 대해 기소나 조사를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와 일부 다른 의원들이 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근본주의 군벌들이 의석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 법안은 쉽게 통과됐습니다. 그 법에 따라 모든 전범들은 사면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고통받았던 아프간 민중들은 그 법은 자신들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아프간독립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80%에 이르는 아프간 사람들은 과거 전쟁범죄와 잔혹행위에 책임있는 자들에 대한 검찰조사를 원하고 있으며 그 길만이 아프간의 밝은 미래를 열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쟁범죄로 고통받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 정의의 날이 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수백만의 아프간인들을 농락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 추악한 법은 카르자이 대통령에 의해 서명됐습니다. 이로써 살인자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용서받았고 두려움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법안들은 우리의 힘없는 민중들을 향한 야만과 인권침해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아프간의 평화는 언제쯤 올까. 식수를 싣고 가는 아프간의 아이들 ⓒ로이터=뉴시스

"저 년을 강간하고 창녀로 만들어라!"

아프간 재건도 참담한 상태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제대로 된 재건 프로젝트는 볼 수 없었습니다. 군벌들과, 부패한 엔지오, 유엔과 정부 관료들에 의해 수십억 달러의 원조 자금이 약탈당했기 때문입니다. 아프간의 유엔인간개발지수 순위는 177개국 중 175위에 불과하고 실업률은 40%를 웃돌고 있습니다.

아프간에서의 소위 '표현의 자유'는 또 하나의 웃음거리입니다. 저의 최근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범들을 사면하는 저 악명높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던 지난 2월 저는 한 지방 텔레비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방송은 그에 앞서 전쟁범죄로 수배됐던 전력이 있고 현재는 의회 의원인 사이야프 등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인터뷰했습니다.

그 방송국은 사전 광고를 통해 제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사이야프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조야의 인터뷰를 내보낸다면 피디가 위험해 처해질 수 있다고 협박하자 방송국은 방송 내용을 검열했고 저의 인터뷰를 삭제했습니다. 언론에서 제 얘기가 삭제됐던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언론인들은 제 논평을 보도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엔은 미군 주둔하의 아프간은 마약 공급국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재 아프간은 세계 아편 공급량의 92%를 생산하는 마피아국가로 변했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차관 같은 고위급 관리들까지 마약 마피아와 끈을 갖고 있습니다. 그 모든 상황은 수천명의 외국군 눈앞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프간에는 마피아식 시스템이 있습니다. 미국이 밀어주고 있는 카르자이 대통령과 그 주변의 서구화된 지식인들은 아프간 민중들에게 마피아 시스템을 주입한 근본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아프간이 교착상태에 처하게 된 핵심 원인입니다. 정의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죽음의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저의 목소리는 의회 내에서도 언제나 무시당하고 있고 진실을 말하려고 했을 때 친군벌 및 인 마약상 성향의 의원들에 의해 신체적인 공격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한 의원이 "저 년을 강간하고 창녀로 만들어라!"고 외친 적도 있습니다. 저는 총을 싫어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무장한 보디가드들의 보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 말라라이 조야의 의정활동 모습 ⓒwww.malalaijoya.com

카르자이 대통령은 국민들을 믿고 범죄를 저지른 군벌들을 재판정에 서게 하는 대신 고위직에 임명하고 있습니다. 범죄자를 옹호하는 카르자이의 정책 때문에 아프간 민중들은 그를 증오하고 있고 현재의 재앙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조차 최근 보고서에서 카르자이가 민심을 잃었고 수도 카불 이외에는 아무런 통제권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미국은 반미 테러리스트와만 전쟁, 친미 테러리스트는 비호

아프간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하고 인기가 없습니다. 지난 3월 아프간 청렴감시센터(Integrity Watch Afghanistan)의 조사에 따르면 아프간 국민들은 현 정부가 과거 20년간의 어떤 정부보다 더 부패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란과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400만 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귀환을 꺼려하고 있고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아프간을 떠나려 하는 것은 바로 이처럼 비극적인 상황에 기인한 것입니다.

여러분, 2001년 미국 정부는 아프간의 근본주의자를 지원한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괴로운 사실은 미국이 똑같은 잘못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근본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부동맹의 일당들을 지원하는 것과 별개로, 정부에 있는 탈레반과 (탈레반과 연계된 아프간 반군지도자) 굴부딘 헤크마티아르(Gulbuddin Hekmatyar)의 일부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를 은밀하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굴부딘 헤크마티아르를 테러리스트로 긴급 수배 명단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당은 아프간 의회에서 34석을 차지하고 있고 그들은 비민주적이고 부정한 선거를 통해 당선됐습니다. 저는 미국 행정부가 반미 테러리스트만 반대할 뿐 친미 테러리스트들과 같이하는 것에는 문제를 삼고 있지 않는다고 수차례 주장해왔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우리 민중들이 비웃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래서 저는 "미국은 아프간의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 수천명을 살해하고 마약 거래를 보호하는 이들이 그 나라를 책임지고 있다"는 아프간의 전문가 케이시 개넌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미국은 아프간 민중들의 고통과 비극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중동 지역에서의 이익을 챙기는 동안 아프간 민중들을 위험 속에 놔두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에 부합됩니다. 우리 민중들이 미국을 '해방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지난 5년 동안에도 그랬듯이 오늘날 우리들은 그같은 가치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반면 2001년부터 벌어진 소위 '테러와의 전쟁'으로 앗아간 무고한 민간인의 목숨은 9.11테러 희생자의 다섯배에 달합니다.

저는 피로 얼룩지고,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들의 굴레에 빠져 있는 아프간의 현실에 대해 맛보기로나마 여러분들이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군벌들이 무장해제를 당하지 않고, 반미 혹은 친미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간의 정치 무대에서 제거되지 않는 한 아프간의 상황 그리고 아프간 여성들의 불행한 조건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에 바라는 게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게 해방을 선사할 나라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해방은 돈처럼 증여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민중들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그 명제를 증명합니다. 다른 나라의 민중들은 단지 우리에게 도움과 지원의 손길만 줄 수 있을 뿐입니다.

미국의 민중들은 자국의 잘못된 아프간 정책을 이끄는 정책결정자들에게 압력을 넣고 아프간 민중들의 희망에 귀 기울이도록 하는 데에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의 정부는 그렇지 않지만 미국의 민중들은 위대하고 친절하며 평화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아프간의 여러 세력들은 여러분들의 지원과 연대에 의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민중들은 아프간의 처참한 민중들과, 민주주의를 바라지만 지금은 좌절속에서 억압당하고 있는 아프간의 개인과 단체들을 도와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아프간 민중들을 돕고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유일하고 올바른 정책입니다. 미국 정부와 달리 아프간 민중들의 진정한 친구들이라면 정의를 바라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화답해야 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친구들은 정치적·군사적 힘을 가진 모든 근본주의 집단의 존재가 아프간이 직면한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알아야 합니다. 또 우리의 진정한 친구들은 북부동맹에 권력을 주는 것은 오늘의 아프간이 겪고 있는 재앙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세력들로부터 오는 고통과 도전, 살해 가능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민중들을 믿고 그들의 한없는 지원과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민중들의 적들은 무기와 정치권력과 우리를 억압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저의 입을 틀어막거나 진실을 숨길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민중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살아야 하는 저의 임무에 대해 보내는 강력한 지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여주시는 연대와 지지는 황폐해진 아프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적들과 싸울 수 있는 더 큰 힘을 저에게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정신적인 지원과 아낌없는 후원은 저에게 도움의 손길이 될 수 있고 그를 통해 저는 아프간의 절박하고 비탄에 빠진 여성들을 위해 저의 사업을 지속하고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근본주의자들은 저를 죽일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유를 사랑하는 이란의 작가 사마드 베란기의 귀한 말을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 죽음은 너무도 쉽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죽음을 좆는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죽음에 직면한다면 피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나의 삶과 죽음이 다른 이들의 삶에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지이다."

(번역=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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