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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에탄올 대량생산, 브레이크 걸리나"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45> 에탄올 생산 'yes', 미국 독점 'no'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한국 농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미국과 브라질의 에탄올 프로젝트에 대한 브라질 현지 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가고 있어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묘한 공명 현상이라는 느낌을 준다.

브라질과 미국이 추진중인 에탄올 프로젝트도 브라질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FTA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에탄올 대량생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브라질의 자영업 수준인 농부들과 땅이 없어 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일용직 농부들은 일자리는커녕 설 땅조차도 없어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브라질 전역의 빈농들과 극빈자들에게 토지개혁과 분배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오히려 가진자들과 다국적 기업들에게 토지의 독점현상을 부추기고 자신의 지지자들인 농민들을 죽이는 정책에 주력한다는 비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룰라 대통령이 미국과 에탄올 대량생산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토지개혁은 간데없고 농업의 대형화에만 가속도가 붙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현지 농민대표들은 주장한다.

브라질 전역의 농민들은 벌써부터 다국적기업들과 현지의 대기업들이 영세 농민들을 몰아내고 농경지 장악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룰라 정부는 다국적기업들 및 대지주들과 담합해 브라질 농업을 점점 다국적화시키고 대형기업화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청을 높였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룰라-부시의 에탄올 프로젝트는 브라질의 희망? 참조)

최근 국제농민운동단체인 'La Via Campesina'와 토지 없는 농민들의 땅 갖기 운동 본부(MST), 노동자연합중앙회(CUT) 등 브라질 농민단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 온 중남미 전역의 언론사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룰라 정부가 추진중인 에탄올 프로젝트는 미국정부와 대기업들에게만 이익이 될 뿐 브라질 농민들에게는 노동착취와 빈곤만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미국계 다국적기업들 주도의 에탄올 프로젝트는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토지 없는 농부들의 땅 갖기 운동본부가 발간하는 월간지의 최근호 표지 ⓒ브라질 MST

그러나 이들 농민대표들은 에탄올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브라질 농업 자체가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독점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정부가 에탄올 생산에 전력을 하더라도 미국기업들의 독점체제에서 벗어나 전세계시장 전체를 겨냥해 브라질 농민들과 기업들 스스로의 주도 아래 주식인 농작물 재배와 에탄올 생산을 다변화하는 복합생산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에탄올 대량생산 프로젝트에 '올인'하기에 앞서 자체시장의 수요와 요구를 파악해 브라질에 필요한 식량생산 등과 균형을 맞추고 경작지의 특성에 따라 품종재배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는 것이 브라질 농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또 시골 영세농민들의 생계보장과 일자리 창출 등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룰라 정부가 다국적기업에게 사탕수수재배와 생산을 내 맡겨 놓는다면 브라질 농산물 생산체제에 심각한 불균형과 대형 실업사태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이들 농민대표들은 가장 큰 문젯거리로 농촌지방의 일자리 감소를 내세우고 있다. 사탕수수 재배시 필요한 인부는 매 100헥타르 당 1명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다른 농작물을 재배한다면 같은 면적에 35명 정도의 농부들이 일자리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다국적기업주도의 에탄올 대량생산프로젝트는 브라질 농산물의 생산체제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치명적인 일자리 감소를 낳을 것이라는 말이다.

브라질 가톨릭성직자들의 인권모임인 토지위원회(CPT)도 농민단체들의 주장에 가세해 에탄올 프로젝트가 국제 투기자본가들의 투자 경연장화되고 있다고 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단기적 이익에 눈이 먼 이들 다국적 투기자본가들이 브라질 농촌의 현실이나 환경문제, 나아가 브라질의 농작물 불균형 생산으로 인한 곡물가 폭등 문제와 식량부족현상 등을 안중에나 두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브라질 극빈층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브라질 최대의 사탕수수기업인 'Cevasa'의 주식 63%가 미국적 식량메이저 카길 소유로 넘어간 것을 예로 들면서 에탄올 등 브라질의 농산물 수출 붐이 결국 일부 엘리트들의 배만 채워줄 뿐 농민들에게는 실업과 식량부족으로 인한 굶주림과 노예노동만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브라질 농민단체들 '반(反)에탄올 프로젝트 위해 투쟁하겠다'

이들의 주장 가운데 눈에 띄는 또 다른 부분은 부시 미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5개국 순방이 식량메이저 기업들과 석유회사, 자동차회사 등 바이오 에너지의 선점을 노리는 미국 국적 대기업들의 메신저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한 부분이다.

또한 부시의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인터아메리칸 에탄올 위원회(IEC)의 공동위원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미국이 주도하는 에탄올 프로젝트는 자국의 에너지자원 확보 차원이지 브라질 농민들의 삶은 안중에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따라서 룰라 정부가 에탄올 생산에 주력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만 미국기업들에게 독점권을 허용하는 것만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의 요체인 셈이다.

브라질 농민단체들은 에탄올 프로젝트를 위한 다국적기업들의 토지 점령현상을 막기 위해 룰라 정부에 투쟁을 선언하고 다국적기업들을 향해 산발적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지만, 문제는 브라질 주류언론들이 이들의 입장이나 반에탄올 프로젝트 홍보내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브라질 농민들의 이와 같은 주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아메리카 스터디 센터(CENSA)'의 관심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에탄올 프로젝트의 문제점들이 브라질 현지 주류언론들로부터는 외면을 당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슈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달 말 워싱턴을 방문하는 룰라가 자신의 지지세력인 농민들을 위해 최종적으로 미국과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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