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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재선 욕심', 미국에도 '팽' 당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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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재선 욕심', 미국에도 '팽' 당할라

대법원장 전격 파면에 법조계ㆍ야당세력 총궐기

미 부시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충실히 수행해온 파키스탄의 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좌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일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대법원장을 돌연 해임하면서 파키스탄 변호사 협회의 재판 거부와 항의 시위가 시작됐고 야당세력과 일반 국민들이 이에 동조해 항의 집회와 파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무샤라프가 지난 1999년 10월 무혈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이후 가장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샤라프에 대한 파키스탄 내 반발이 계속될 경우 파키스탄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격의 전초 기지로 삼고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미국의 전략에도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7년 군부독재에 쌓인 불만 드디어 터지나

지난 9일 무샤라프 대통령은 아프티카르 모하메드 초드리 대법원장과 5시간동안 독대한 끝에 그의 직무정지를 선언했다. 이틀 뒤인 11일 모하메드 알리 두라니 파키스탄 정보장관이 "무샤라프 대통령은 초드리 대법원장에 관한 불만들을 접수한 뒤 파면했다"고 밝혔다.

2005년 자신이 입혀준 법복을 자신이 벗기게 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초드리 판사의 아들이 영어시험에 떨어졌음에도 경찰에 입대했다거나 초드리 판사가 여행특권을 남용했다는 점을 파면 사유로 추정했다.

그러나 오는 9월 대선을 앞둔 무샤라프 대통령이 재선에 유리한 선거환경을 조성코자 '눈엣가시'를 제거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초드리 대법원장은 비록 무샤라프에 의해 임명됐지만 정부와 군부의 부패나 권력남용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지난 10일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 중심에서 무샤라프 모형을 불태우며 초드리 수석판사 해임에 항의하고 있는 파키스탄 변호사들.ⓒ로이터=뉴시스

최근 초드리 대법원장이 파키스탄 내에서 발생한 실종자 수 십 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며 정부 정보기관을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앞세워 '수상한 자'들을 구금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 바, 실종자들의 가족들과 국제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실종자들을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두고 초드리 대법원장과 무샤라프 정부 간 긴장감이 한창 고조돼 있던 상황에 별안간 파면이 선언되자, 파키스탄 변호사 협회는 이를 '정치적 동기에 의한 사법부 탄압'으로 규정하고 12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변호사들이 재판을 거부하고 관련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항의 불씨는 법조계를 넘어 파키스탄 시민사회 전반으로 옮아붙고 있다.

파슈툰족 지도자이자 의회의원인 마무드 칸 아크자이는 자신의 지역구인 케타 지역에 13일 총파업을 제안했고 북서부 국경지역 운송업자들도 파업을 선언했다. 6개 종파 연합회장인 카지 후세인 아미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컨퍼런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7년 간 무샤라프 정권의 군부독재에 쌓여왔던 시민사회의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쿠데타로 집권한 뒤 군복을 입을 측근들을 핵심 요직에 배치해 "군부의, 군부에 의한, 군부를 위한 정권"이란 비아냥을 사 왔다.

재임기간 중에 권력 강화를 위해 헌법을 고치고, 선거 부정을 자행하는 등 정당과 의회를 약화시켜온 것도 모자라 이번엔 사법부 무력화에 나서자 시민들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美 '무샤라프, 가뜩이나 못미덥던 차에…'?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내부 반발이 계속될 경우엔 부시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계속되기도 어렵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사미나 아미드 씨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샤라프의 재선 계획이 미국의 승인을 얻는 데 실제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내다봤다. 국제사회로부터 공정하고 독립적인 선거를 치렀음을 인정받기 위한 최소 요건인 사법 독립이 위협받는 형편에 미국이 무샤라프의 재선을 지원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부시 행정부와 무샤라프 정권 간 균열 조짐은 꾸준히 포착돼 왔다.

무샤라프 정권이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한 대가로 부시 행정부가 전폭적인 원조를 보내면서 양국 동맹이 유지돼 왔으나, 최근 들어 부시 행정부 내에 파키스탄이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과 충분히 싸우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방문에 앞서 무샤라프 대통령과 회담한 것도 이 같은 정부 내 우려를 전달하고 파키스탄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하원은 한 술 더 떠 파키스탄 원조를 끊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상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미국이 가장 혐오하는 '독재정권의 전형'을 보여준 것은 이같은 미국 내 분위기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로선 무샤라프가 '비민주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포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테러와의 전전쟁에 아주 긴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무샤라프로서도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980-90년대 아프간 탈레반의 후원세력이었던 파키스탄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가담하면서 지금까지 약 200억달러의 원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조는 파키스탄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초드리 대법원장 파면에 대한 파키스탄 국민들의 저항은 이제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한편 13일부터는 그의 해임이 정당한가에 대한 특별법원의 심리가 시작됐다. 그 결과에 따라 사태의 확산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가 이번 국민적 저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파키스탄의 민주화운동이 부시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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