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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평화개혁세력'은 이렇게 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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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평화개혁세력'은 이렇게 해도 되나?

[기자의 눈]우리당, 차라리 한나라당과 대통합신당 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날, 열린우리당은 '우향우'로 항로를 틀었다. '정세균-장영달 지도부'는 당을 맡은 첫 작품으로 한나라당과의 '사학법 빅딜'을 선보였다. 재벌개혁의 보루라던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오른쪽으로 돌린 열린우리당의 시야에서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사안인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입김도, 당을 뛰쳐나간 '보수 실용파'의 요구 때문도 아니었다. 자칭 '평화개혁세력'이자 우리당 간판을 끔찍이 아낀다는 이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집권과 과반의석의 밑거름이 됐던 지지층을 끊임없이 배신해 온 우리당의 지난 3년 궤적의 본질이 알짜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초 '누더기'이나마 사립학교법 처리를 이끌며 '구원투수'로서의 명성을 높였던 정세균 의장이 다시 의장으로 컴백해 이를 끌어내린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 장영달 원내대표가 틈 날 때마다 '개혁'을 입에 올리지만 않았어도 그러려니 했겠다.

'보수 탈당파'보다 못한 '개혁 잔류파'?

우리당은 현재 탈당파의 '수괴'처럼 지목하고 있는 김한길, 강봉균 의원이 지난 1년 동안 우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맡았을 때에는 적어도 사학법에 대해서는 "일점일획도 못 고친다"며 견고하게 수성했다.

이는 그간 '개혁성 사수'를 주장해 온 의원들이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정책위 라인에 대해 '당 보수화의 주범'이라고 공공연히 비토하면서 당 지도부에 대해 견제의 끈을 늦추지 않았던 영향력이 일정부분 먹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보수파 지도부가 당을 나간 뒤에 우리당의 우향우는 오히려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기우 원내 공보부대표는 28일 의원총회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를 상대로 정책의총을 거치지 못한 데 대한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을 뿐 '죽어도 안된다'는 식의 반대는 거의 없었다"고 달라진 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출총제 완화의 경우 발언한 의원의 90% 이상이 정무위와 재경위 소속 의원들이었고 다른 의원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학법에 대해서도 '일점일획도 못 고친다'는 식의 분위기는 없었다"며 "이 법안이 가진 상징성이 있으니만큼 치밀한 원내전략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지적만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5일 사학법, 출총제 등을 놓고 다시 한 번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이 부대표의 전언대로라면 해보나 마나다.

"정신이 나갔다"

이러한 당의 분위기에 대해 한 초선의원은 "사실 당 내에 우리당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숫자는 많지만 그런 생각이 있어도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한마디로 기가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에 정신이 팔려 정작 신경 써야 할 본분에는 관심이 없어진 결과다. "당 운영과 국정운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평가는 점잖다. 개혁 성향의 한 3선 의원은 "죄다 정신이 다른 데 쏠려 있다보니 이런 일에 대해 중진들 사이에서도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사학법 재개정의 내막이 열린우리당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함이 아니라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삭발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는 파다하다. 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의 눈치를 본 것이다. 심지어 "(그 교회가 위치한 서울 중구) '저동發 사학법 폭풍'"이라는 말까지 당내에 나돈다.

당이 이런 분위기이니 당 지도부가 해이해진 것은 당연지사.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출총제 완화안이 통과된 데 대해 "원내대표로서 세세한 내용을 알고 조정했어야 하는데 미처 진행되는 것을 다 몰랐다"고 사과했다.

장 원내대표는 "나중에 알고 보니, 전임 의장 시절에 어떻게 하면 투자환경을 넓힐까 하는 고민 하에 당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까지 받아가면서 추진해 왔던 내용이 법안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의견수렴을 제대로 못한 것은 잘못했다"며 거듭 유감을 표하고 "지금은 어려운 국면인 만큼 우리는 결속해야 한다"며 갑자기 단합을 촉구했다. 정세균 당의장도 "당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나라당 식으로 끝까지 발목 잡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자기 뜻과 달라도 전체 뜻에 가깝다면 관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하든가"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통합신당추진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대통합신당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의장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만, 정치공학적으로만 대통합신당을 추진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고, 장영달 원내대표는 "양극화 해소, 국민복지 향상, 평화번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과 정신을 승계하는 것이 대통합 신당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추진하는 통합신당이라면 설령 '대통합'에 성공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자기 지지기반은 내팽개치면서 대통령과 결별하고, 당을 해체하고, 당명을 바꾸고, 외부의 그럴싸한 얼굴마담들을 영입하면 사람들이 이들을 '평화개혁세력'의 정치적 대표체로 봐줄까?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임종인 의원은 "사학법을 후퇴 재개정 한다면 열린우리당의 존재이유가 없어진다"며 "사학법을 조금이라도 개정한다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편이 국민의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합당 요구가 전혀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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