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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절차법, '옥동자'냐 '누더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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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절차법, '옥동자'냐 '누더기'냐

[한미FTA 뜯어보기 103] 한미FTA 뜯어보기 100 3黨4色…동의권 및 정보공개 수위 제각각

국회의 통상절차법 제정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한미 FT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어 국회 차원에서 정부의 협상을 통제하자는 취지에서다. 25일 현재 3가지 법안이 발의됐거나 발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안이 지난 2월 발의돼 통외통위에 계류 중이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이 25일 두 번째로 법안을 발의했고, 조만간 우리당 송영길 의원이 별도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세 법안은 공통적으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통상조약의 체결 및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 강화, 정부의 정보공개 의무 등을 각각 규정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에선 편차가 적지 않다. 한미 FTA에 대한 정치권 각 정파의 입장 차이가 녹아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의권 범위는 어디까지?

통상조약 협상의 개시 전 절차부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 권영길 의원 안이 동의권을 가장 폭넓게 규정해 두고 있다. 정부가 협상을 개시하기 전에 조약의 경제적 효과나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 국민적 합의 수준 등을 분석해 '조약추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

또한 국회가 협상 당사국 간의 가서명 단계의 조약안에 대해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국회는 정부에 대해 재협상을 요청할 수도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상경 의원 안은 타결된 조약안을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서명한 후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청하도록 했다. 이는 대통령 훈령에 규정된 내용이다. 권영길 의원 안이 지나치게 국회의 동의권을 강화해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권과 충돌해 위헌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송영길 의원 안도 국무회의 상정과 대통령 재가 후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청하도록 규정한 점에선 이상경 의원안과 비슷하지만,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한 통상협정안"이라고 단서를 달아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정보공개 의무는 어디까지?

정개공개 문제에서는 권영길-이상경 의원 안의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이들은 "통상정보를 신속,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해야 하며 통상협상의 진행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대국이 비공개를 공식으로 요청하거나 통상 협상의 핵심적 전략, 전술과 관련돼 공개가 국익을 현저히 해할 때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유보 조항을 뒀다.

또한 국무총리 소속 하에 유관 국무위원이 위원으로 참석하는 '통상위원회'를 설치해 통상조약 체결의 국내적 영향, 국민적 의견 수렴, 정보의 공개 등을 관할토록 한 점도 두 의원 안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권영길 의원안은 통상위원회에 심의·의결권을 부여한 반면 이상경 의원안은 심의·조정권을 부여하는 등 미세한 차이가 있다.

또한 권영길 의원 안은 국회에 대한 정부의 보고 의무를 보다 엄격하게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통상협상의 기본계획 및 실천계획에 대한 평가, 당해년도 특정 협상의 평가와 개선방향, 국내대책, 경제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매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상경 의원 안은 통상위원회를 통해 기본계획 및 실천계획이 수립된 경우 국회 소관위원회에 보고토록 했다. 이와 함께 주요 교역상대국의 통상관련 법령, 조약이 국내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평가도 매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반해 송영길 의원 안은 별도의 통상위원회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현행대로 대외경제조정회의에서 대내 협상관련 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또한 국회에 대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정보공개만 허용하고 있다. 비밀취급인가를 보유한 보좌관 1인에 한해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했으며, 이들이 해당 자료를 유출 혹은 누설하는 경우 형법 규정을 적용해 처벌토록 했다. 정보공개보다는 보안 유지에 주안점을 둔 셈이다.

'3당 4색'

각각의 통상절차법을 둘러싸고 여야 각 세력의 분화도 엿보인다. 구속력이 가장 강한 권영길 의원 안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위헌 소지 등이 지적되고 있으나 권 의원 측은 "원칙은 세우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상경 의원 안은 열린우리당 내 개혁 진영의 지지를 얻었다. 신진보연대와 김태홍 의원이 주도하는 '한미 FTA 연구모임' 소속 의원들이 이 의원 안을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솔직히 권영길 의원 안대로 되면 좋겠지만, 위헌 시비에 휘말리기 보다는 정기국회 내에 조속히 처리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 안은 홍재형, 이계안, 박상돈, 우제창, 박영선, 안병엽, 정덕구 의원 등 한미 FTA 불가피론 쪽의 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의원 안에 대해선 보안 유지를 위한 처벌 규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편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도 자체 법안을 준비 중이어서 한나라당 다수의 의원은 정 의원 안에 대한 지지를 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 의원 측은 "1~2개월 후에나 발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문 작업 등 현재로선 구체적인 진척사항이 없는 상태여서 타 법안과의 비교가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통상절차법에 대한 각 당과 의원들의 입장 차이는 한미 FTA에 대한 정치권 각 세력의 견해 차이와 동일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회가 옥동자를 탄생시킬지, 또다시 허울뿐인 누더기 법안을 만들어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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