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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으로 석유운송 뱃길을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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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으로 석유운송 뱃길을 열겠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88> 차베스의 중국방문 결산

넘치는 오일달러를 활용해 연일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번에는 미국에 집중돼 있던 원유 공급라인의 통로를 아시아로 향하게 하기 위해 태평양으로의 뱃길을 새롭게 개척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론 그 중심축엔 중국이 버티고 서 있다.

지난 22일 중국을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엿새 간의 긴 일정을 잡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차베스의 이번 중국 방문은 그만큼 양국 간에 중차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대선과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쿠바 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 하고 중국에서 일주일 가까이 머물 만큼 비중을 둔 외교적인 아젠다는 중남미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베네수엘라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공보실의 발표와 현지 언론보도, 중남미 사정에 정통한 학계의 의견 등을 종합해 중국과 베네수엘라가 합의한 주요 사안들을 정리해본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인 중국을 이미 오래 전부터 주목하고 원유판매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중국에 공을 들였다. 차베스가 지난 1999년과 2001년, 그리고 2004년에 이어 이번에 4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 중국을 방문한 차베스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 28개항에 달하는 정치,경제, 금융,기술분야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베네수엘라정부

중국으로서도 차베스의 이런 접근이 싫지 않은 모양새다. 중국은 석유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항상 정세가 불안한 중동 국가들에서 벗어나 석유 공급선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차베스가 제시한 조건들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번 양국의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함과 동시에 중국산 기술과 각종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중남미시장 거점 확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윈-윈 전략이었다고 흡족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중국에 대한 최대 원유 공급국가로 부상'

베네수엘라와 중국은 현재 일일 15만 배럴 수준인 원유 교역량을 오는 2010년까지 50만 배럴로 늘리고 2년 뒤에는 1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린다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자체 기술진을 베네수엘라의 오리노꼬 원유벨트(추정매장량 3000억 배럴)에 보내 현재 일일 300만 배럴 수준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을 590만 배럴로 확대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양국은 또 늘어나는 원유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난 5월 18척의 중국산 대형 유조선 구입계약 체결에 이어 내년에는 42척의 유조선을 추가로 건조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현재까지 미국에 의존해 온 베네수엘라의 원유수송망 구조에서 탈피해 자체 운송망 체제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며, 이로써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해상 원유 운송망을 갖춘 나라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과 베네수엘라가 합의한 대량의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45일 정도가 소요되는 항해일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카라카스를 떠난 대형 유조선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없어 대서양을 횡단하거나 남극해역을 돌아서 태평양으로 항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베네수엘라가 추진하고 있는 획기적인 방안은 파나마운하의 폭을 대폭 늘여 30만 톤급 유조선의 왕래가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다.

"미주대륙 남북의 허리 파나마 운하를 확 뜯어 고치자"
▲ 석유자원을 무기 삼은 차베스의 행보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정부

차베스와 후진타오 주석이 합의한 파나마운하의 확장계획은 일견 황당한 계획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양국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은밀하게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999년 파나마운하의 운영권은 미국으로부터 파나마정부로 이양이 되었으며 이를 중국 본토 태생이자 홍콩 최대의 모 기업이 향후 25년 간 운하 운영권을 불하받아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후진타오 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 기업 주도로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를 내년 중반부터 착공한다는 데 대해 이미 합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45일이 소요되던 카라카스 발 중국 행 유조선의 항해기간이 25일로 대폭 줄어드는 효과를 얻어 운송료 등 원유수송의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중장기적인 이런 프로젝트를 후원하기 위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차베스에게 서민용 주택 2만여 채를 지어줄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서민용 주택건설비용 75%를 부담한다. 차베스로써는 의외의 대선용 선물보따리를 챙긴 셈이다.

또한 중국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정치, 경제, 금융, 정보통신기술(IT) 등의 교류에 관한 28개 항목에 달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차베스가 추진 중인 중남미 통합을 위한 '볼리바리안 혁명'을 위한 자금과 기술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차베스가 이번 중국 방문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시몬 볼리바르'로 명명된 통신위성 발사 프로젝트다. 차베스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산 인공위성의 추가구입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중국산 로켓 등 위성산업과 방위산업 현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차베스의 적극적인 대중국 접근행보로 고질적인 에너지자원 확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후진타오 주석은 당초 예상을 깨고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지지를 전격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남미 경제계는 "차베스와 중국의 밀월관계가 미국과의 원유공급 중단이나 경제적인 관계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는 전망을 하고 있다. 외교적인 면에서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겠지만 경제적으로 양국은 서로가 필요에 의해 예전 수준의 교류만큼은 지속될 거라는 얘기다.
▲ '세계가 내 손안에…' ⓒ베네수엘라 정부

차베스 역시 지난 7월 아르헨티나의 꼬르도바에세 개최된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 폐막 후 필자를 포함한 중남미 현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차베스는 정치적인 대립구도에도 불구하고 미국기업들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은 미국기업들의 투자와 베네수엘라 현지 진출을 규제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베네수엘라 현지 법을 준수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 기업들도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라는 에너지자원을 무기 삼아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쥐고 흔드는 차베스의 행보가 다음은 어디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차베스의 태평양 진출 의지가 중국에 편중되어 IT와 선박건조 능력 등에서 세계최고를 자랑한다는 한국을 비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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