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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력시위만 문제인가"

[특별기고] 지금 태평양에선 미ㆍ일ㆍ한 합동군사훈련 진행중

북한은 왜 하필 지금 미사일을 발사했을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부분은 현 상황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균형적으로 본다면 현 상황은 '북·미간의 비대칭적 군사력 시위'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한이 군사력 시위를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발사체의 성격이 미사일인지 위성체인지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북은 사정거리가 다른 다수의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함으로써 이것들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시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사 미사일 중 타국의 영토나 영해에 떨어진 것이 없고, 미사일로 인한 피해가 아직까지 보도된 바는 없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군사력을 시위한 것이다.

그러면 북은 왜 이 시점에 군사력 시위를 벌였을까? 이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대로 "북·미관계에 있어서 국면전환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압박행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현재의 북미관계를 볼 때 일면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시점의 선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도 있다.

6·15 대축전이 한창일 때부터 발사준비를 하고, 남북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스스로 장애를 조성할 필요는 무엇이었을까? 더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 상원에서 고위급 대북 정책조정관을 임명하는 법안이 가결되고 북·미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중국은 비공식적 6자회담이라는 방식으로 북·미간 대화의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왜 이 모두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을 했을까? 발사를 하더라도 조금 더 기다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용감한 방패' 훈련과 '환태평양 해군연합훈련'
▲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기 속에서 미군의 정기 군사훈련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에 참가한 미 해군 소속 에이브러햄 링컨.키티 호크.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과 B-2폭격기(스텔스)를 포함한 공군의 전투기 편대가 6월 18일 대형을 지어 이동하고 있다. 태평양의 괌 인근 해상에서 6월19~23일 진행된 이번 훈련은 최근 10년간 태평양에서 실시된 군사훈련 중 최대 규모다. ⓒ연합뉴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의 단초는 시야를 한반도 밖으로 돌려 괌과 하와이를 바라보면서 찾아진다. 이곳에서 미국은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불리는 군사력 시위를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 시위는 지난달 괌 해상에서 실시된 '용감한 방패' 훈련과 그 직후 시작된 '환태평양 해군연합훈련'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6월19일부터 23일까지 괌 인근해역에서 항공모함 3개 전단을 동원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인 '용감한 방패 2006'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로널드 레이건, 에이브러햄 링컨, 키티호크 등 3개 항모전단과 소속함정 28척, 275대 이상의 항공기를 비롯해서 병력 2만2000여 명이 참가했다.

괌 미군기지는 최근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이 추가로 배치되고 2014년까지는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8000명이 이동배치되는 등 태평양상의 신속대응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군의 신속기동군화와 미군 세계재배치계획의 일환으로 괌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가하는 것에 발 맞추어 기존의 공군-해군 합동훈련이 대대적으로 격상되어 이번 훈련에 항모전단 3개가 동원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태평양에는 항공모함 1개 전단이 전진배치되어 있지만, 부시 행정부 들어 북한을 주요 적대국가로 지목하고 중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면서 미 해군은 항공모함 3개 전단 이상을 신속하게 파견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이러한 아시아에서의 군사력 신속증가를 시험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의 하나인 것이다.

환태평양해군연합훈련(림팩2006)은 6월 26일부터 7월28일까지 하와이 인근에서 미국 해군 주최로 아시아 태평양 연안 8개 국의 함정 등이 참가해 공동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 연습에는 미 해군 1만1500명과 핵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중심으로 총1만9000명의 병력과 전투함 35척, 잠수함 6척, 전투기 160대 등이 동원된다.

'가상적국' 오렌지국은 과연 어느 나라일까?

이 훈련에서 미사일 발사 및 미사일 요격 훈련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7월17일부터는 가상국 '오렌지'국의 '그린'국 전복 기도를 와해시키는 가상전투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쟁 시나리오는 '오렌지'와 '그린'이 원래 한 국가였으나 분단되었고, '오렌지'는 자유민주주의국인 '그린'을 전복시켜 국가 재통일을 이루기 위해 테러리즘을 자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응한 '블루' 다국적군은 '오렌지'에 대한 유엔의 제재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해상수상로를 확보하고, '오렌지'의 해역을 봉쇄한 후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중강습과 해안상륙작전을 펼치는 훈련을 전개한다.

물론 가상시나리오지만 남북한의 상황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북에 대한 공격 시나리오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유민주주의 '그린'국은 군대가 없는 것으로 상정되고 있어, 한편으로는 한국과의 유사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군이 동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험하는 훈련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북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자신의 대화 제의는 무시하고 이러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사실이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특히 괌에 군사력을 집중했다가 하와이에 신속하게 파견해서 다국적군과 연합작전을 이행하는 훈련을 한다는 것은 부시행정부가 추진하는 군사변환이 점차 실현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즉 '붙박이형' 냉전식 군대를 '신속기동형' 최첨단 과학군으로 전환해 허브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재배치한 후 유사시 이를 신속하게 작전지역에 파견한다는 군 운영계획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작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으므로, 유사시에는 괌에 배치된 군사력을 한반도 주변에 급파하는 작전능력의 시험도 되는 셈이다. 이번 훈련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괌의 군사력이 한반도나 대만 해역의 방향으로 투사되지 않고 그 반대방향인 하와이로 파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군사력의 성격상 신속전개 능력이 확보만 되면 그 투사방향은 임의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최신예 이지스호위함 키리시마를 포함해서 전투함 4척과 잠수함 1척, 전투기 8대 등 총 1250명의 군사력을 이번 훈련에 파견했다. (이 중 키리시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계를 이유로 지난 29일 급거 귀국 조치됐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군사력을 다국적 군사훈련에 파견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국의 특수한 법적 지위 때문에 미국과의 양자훈련 형식으로 하와이 북쪽 해상에서 작전한다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러한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미국의 군사력 강화에 동반, 자국의 군사력과 지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도 일본 못지않은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투함인 문무대왕함(배수량 4200톤급)과 광개토대왕함(3200톤급), 잠수함인 정운함(1200톤급), P-3C대잠초계기 1대와 슈퍼링스 헬기 2대가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이기식 문무대왕 함장이 미국과 캐나다 군함들이 포함된 다국적 소함대를 지휘하고 있다.

북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미국의 군사훈련에 한국군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2000년 정상회담 이전의 시기 같았으면 남북대화와 교류는 전면적으로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와중에 그나마 6·15축전 및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민간교류가 이뤄지고 정부간 대화가 단절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6·15축전에서 북측이 보여준 냉랭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여기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북·미 간의 비대칭적 군사력 시위

미국은 이렇게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태평양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지만, 이 훈련의 지향점 중 하나는 한반도인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대규모 군사력 시위에 위협을 느낀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대응 시위를 벌였을 가능성은 최근 북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미국이 "우리를 표적으로 한 대규모의 군사훈련과 같은 위협·공갈"을 하고 있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했다.

올 여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한반도를 지향한 미국의 대규모 군사력 시위와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미사일 시위로 특징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양측이 모두 자신의 훈련은 방어적 성격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과 미국 등에 주는 위협감에 비춰본다면 북이 미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은 훨씬 심각할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미사일 수 발을 동원한 군사훈련의 비대칭성은 누가 보더라도 확연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 상황을 '북·미간의 비대칭적 군사력 시위'로 규정하는 이유다.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균형된 인식을 절대적으로 요구한다.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보다, '군사력 시위'를 벌이는 북·미 양자를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도 대치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양자가 벌이고 있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고 평화의 마당을 열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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