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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은 이미 왔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6ㆍ끝〉

톰: 선생께서는 지원병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군대도 결국은 실패한 제국의 친위병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찰머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이미 우리 군부가 정부의 무능함을 참고 견디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제 말은 미군의 장교들은 그들의 귀중한 군대가, 베트남전쟁 이후 그토록 애를 써서 다시 일으켜 세운 군대가 이제 또다시 해체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일반 병사 모집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이젠 사관학교들도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글쎄,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군대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바그다드 공격을 책임졌던 토미 프랭크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일 미국에서 9.11에 맞먹는 테러 공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군부로서는 정부를 접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 만일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려 한다면, 어째서 조지 부시 같은 무능력자의 말을 들어야 한단 말입니까? 도날드 럼스펠드처럼 구시대적 인물의 명령을 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존 매케인을 빼고는 사실상 군대 갔다 온 의원이 하나도 없는 공화당 의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단 말입니까?

저로서는 우리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체제는 이미 파탄이 났습니다. 야당에 정권을 주어봐야 CIA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군산복합체도 통제하지 못합니다. 의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없습니다. 정권을 바꿔봐야 시간끌기일 뿐이고,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겁니다.

물론,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내가 틀렸다면, 당신은 매우 행복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나를 용서할 수도 있겠지요. (웃음) 과거에도 우리는 행정권의 명백한 남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은 (전쟁을 이유로) 영장제도(habeas corpus)를 철폐했고,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행정명령이라는 걸 사실상 만들어냈습니다. 루즈벨트 이전 대통령들은 행정명령이란 걸 발동하지 않았습니다만 루즈벨트는 1000건이 훨씬 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그리고 네오콘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미친 장로교 목사 우드로 윌슨이 있지요. 또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2차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저지른 탄압(적성국가 출신이란 이유로 수만명을 강제로 집단 수용했음. 아버지 부시 때 사과하고 보상금을 지급: 역자)은 또 어땠습니까? 그렇지만 과거에는 행정권의 남용 이후에 반드시 (이를 바로 잡으려는) 반작용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행해진 잘못에 크게 우려했고, 이를 바로 잡은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반작용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톰: 그런 반작용이 없을 수도 있겠죠.

찰머스: 오늘날 체니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1973년의) 전쟁수권법(War Powers Act), 정보기관에 대한 의회의 감시 등등으로 인해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축소됐다는 겁니다. 이건 제가 보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인데, 왜냐하면 이 조치들은 닉슨행정부가 저지른 엄청난 헌법위반을 바로잡기 위해 취해진, 미약한 조치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대부분의 조치들은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예컨대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전쟁수권법을 정당한 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회 동의 없이 치러진 베트남전쟁 이후, 전쟁 개시의 권한이 의회에 있음을 규정한 법이 전쟁수권법임. 그러나 걸프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모두 의회 동의 없이 시작됐음: 역자) 역대 대통령들은 마치 전쟁수권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 왔습니다. 전쟁을 하고 안 하고의 결정은 분명 의회의 권한인데도 말입니다. 법치국가라고요? 아닙니다, 미국은 법치국가가 아닙니다. 이젠 더 이상 아닙니다.

톰: 우리는 보통 소련의 붕괴로 냉전은 끝났고, 미국의 승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 중 하나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미국은 소련보다 훨씬 강력했기 때문에 자신의 빚을 다른 나라들에 떠넘길 수 있었고, 소련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붕괴(implode)했다는 겁니다. 제 질문은 이겁니다.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어쩌면 미.소 두 수퍼파워 모두 저 유명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있고, 다만 그 속도가 다를 뿐이며, 지금 우리는 미국의 붕괴를, 지연된 냉전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찰머스: 저는 언제나 소련이 먼저 망할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가난했으니까요. 냉전의 종식에서 우리가 얻은 오만한 결론, 즉 미국이 승리했다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미국과 소련 모두 똑같은 이유들 때문에, 냉전에서 함께 패배할 것이라고 느껴 왔습니다. 제국의 과도한 팽창과 지나친 군사주의, 바빌로니아 이후의 제국들을 연구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지적해낼 수 있는 원인들이죠. 우리는 결코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죠.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어떠한 제국도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고르바초프 치하의 소련이 바로 그러한 유일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톰: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찰머스: 저는 아직도 제국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노력은 〈블로우백(Blowback)〉이었지요. 이 책은 9.11 훨씬 이전에, 미국에 대한 엄청난 테러공격은 상상도 못했던 때에 시작됐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21세기 미국 외교정책의 문제들은, 저는 아직도 그러하다고 보는데, 20세기의 잘못들, 즉 중남미에서의 미국의 탐욕스러운 행동들과 베트남전쟁의 진정한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데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제국의 슬픔(Sorrows of Empires)〉은 미 군사주의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미국은 어찌하여 똑똑한 동맹국가들, 그들 하나하나, 그리하여 모두를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는지, 어찌하여 세계의 미움을 받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는지를 곰곰 생각하고 있습니다. 탈레랑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결코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 거죠.

그래서 저는 〈블로우백 3부작〉의 마지막, 〈네메시스(Nemesis)〉를 쓰기로 한 겁니다. 네메시스는 복수를 뜻하는 그리스의 여신입니다. 이 여신은 또한 지나치게 교만해진 자, 스스로에게 너무도 도취한 나머지 어떠한 신중함도 잃어버린 자에게 징벌을 가하죠. 이 여신은 언제나 한 손에는 저울을, 심판의 날을 뜻하죠, 다른 한 손에는 채찍을 든 무서운 형상으로 묘사됩니다.

톰: 네메시스가 우리 뒤를 쫓아 오고 있다?

찰머스: 아니, 네메시스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제 생각에 네메시스는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그 때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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