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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지 않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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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속되지 않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찰머스 존슨의 '미 제국주의 비판' 〈4〉

톰: 지금까지 펜타곤의 2007년도 국방예산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 왔는데요….

찰머스: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현재의 국방예산이나 최근의 4개년 국방계획검토(QDR), 사실 여기에는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도 없지만, 어쨌든 이 두 가지 모두가 우리가 예전부터 해오던 것을 그저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세계 도처에 퍼져 있는 200여 개의 미군 전용 골프장이 잘 관리되도록 하는 것, 장군님이나 제독님들이 언제라도 알프스에 있는 미 육군전용 가르미쉬 스키장이나 서울과 도쿄에 있는 호사스런 미군 전용 호텔로 떠나실 수 있도록 제트기를 대기시켜 놓는 것, 이런 따위의 일들이죠.

또 하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도대체 의회는 뭘 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의원들이 부패에 젖었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일부 이유는 될 수 있겠지요. 제가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50선거구입니다. 지난해 12월 이 지역구 출신의 랜디 커닝햄 하원의원이 미 연방의회 역사상 단일사건으로는 최대의 부패사건을 고백했는데, 세출위 군사소위 위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방위계약을 성사시켜 준 대가로 롤즈로이스 승용차, 프랑스 골동품 등 240만 달러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심지어 펜타곤도 원치 않는 국방예산을 얹어주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언젠가 누가 말했듯이 이제 의회도 매우 값싸게 매수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커닝햄이 받은 뇌물은 240만 달러 상당이었지만 성사된 방위계약은 무려 1억7500만 달러였으니까요.

미 군부는 이제 완전히 통제불능의 상태에 있습니다. 행정부의 일부로서 국방부는 (2차대전 후) 안보국가라는 미명 하에 팽창에 팽창을 거듭해 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펜타곤은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로 불립니다. 방어(Defense)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죠. 오랫동안 그렇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오늘날에는 이른바 '조국안보'를 위한 별도의 부서(국토안보부: 역자)까지 생겨났습니다. 도대체 그런 정부부서가 필요할까요. '국방부'도 마찬가지고요.

커닝햄 의원이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기 훨씬 이전에 저는 '군산인간(Military-Industrial Man)'이라는 칼럼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실었습니다. 이 칼럼에서 저는 당시 커닝햄 의원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적시하면서,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정치적 입지가 너무도 탄탄해 그를 쫓아낼 방도가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이 칼럼이 실린 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는 독자 편지 2통이 왔습니다. LA 중심가인 34번 선거구에 사는 이 독자들은 커닝햄 의원 같은 사람이 자기 지역구의 의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일자리만 창출해낼 수 있다면, 알래스카에 있는 미사일방어기지의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되든 땅으로 처박히든 전혀 관계치 않겠다는 겁니다. 예, 우리는 거대한 첨단 허수아비에 불과한 미사일방어망에 이미 1000억 달러나 퍼부었습니다. 미사일 방어를 위한 이른바 요격미사일이란 게 목표물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준장치조차 없습니다. 실험은 실패했고, 이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미사일방어란 필시 이보다 훨씬 불길한 어떤 것을 호도하기 위한 명분임이 분명합니다. 미 공군력을 우주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 그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는 "(우주의) 전면적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를 추구하기 위한 허울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파적 편견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되겠죠.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나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결코 그런 적이 없으니까요. 민주당도 공화당만큼이나 열심히 군대를 팽창시켜 왔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야수(beast)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오늘날 이 야수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보죠. 미국 헌법의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에 따르면, 정보를 얻을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를 가능케 하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없으면 다른 모든 권리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면 권리장전(Bill of Rights)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미 오랫동안 이 나라에는 비밀주의가 판을 쳐 왔지만 부시 행정부 들어 그 정도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가 훨씬 악화되고 있습니다. 존 애시크로프트가 법무장관이 되고 나서 한 일은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 접근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입니다.

펜타곤의 눈 먼 돈(black budget)의 규모는 부시 행정부 들어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행정부 바깥의) 누구도 이들 프로젝트의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마이클 헤이든 전 국가안보국(NSA) 국장 같은 제복을 입은 군인이 의회에 나와 증언을 하는 광경은 제게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이한 진풍경으로 보입니다. 언젠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이제까지 NSA가 영장 없이 도청한 사례가 최소한 몇 건이나 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십니까? "저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였습니다. 약 1년전 국방정보국(DIA)의 국장인 제이코비 제독에게 '미국 정부는 아직도 아메드 찰라비에게 매월 34만 달러씩을 지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그의 대답 역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였습니다.

이런 지경이 되면 상원의원 한 명 쯤은 즉각 일어서서 "연방보안관, 저 자를 체포하시오"라고 외쳐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거, 의회모독죄 아닙니까?

톰: 의회가 그토록 멸시를 받아 마땅한 이유도 있다고 말씀하시고 싶은 거죠?

찰머스: 물론 그렇습니다. 이 친구들이 왜 그토록 뻣뻣해졌는지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1977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리차드 헬름스가 의회에 대해 거짓증언을 한 중대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아옌데 대통령을 축출한 칠레의 군사쿠데타와 미국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미국이 이 쿠데타를 속속들이 기획하고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헬름스는 집행유예 형과 약간의 벌금을 물고 랭글리에 있는 CIA본부로 돌아왔는데 직원들로부터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우리들의 영웅이다!', 이거죠. 그는 자랑스럽게 정보기관의 비밀엄수 원칙을 지킨 겁니다. 대통령의 사병(私兵)인 이 정보기관들, 이들에 대해서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비밀입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예산의 어느 한 항목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톰: 군부 역시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변질돼 가고 있지 않습니까?

찰머스: 그렇습니다. 저는 징병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쉽게 조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조국을 지키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긴 합니다만, 적어도 시민군은 군사주의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군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입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관이 유능한지, 전략이 제대로 세워졌는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전쟁이 정당한 전쟁인지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베트남전쟁 때처럼 군인들이 정부의 거짓말에 속아서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고 믿게 된다면 미국의 군대는 해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사병들이 상관들에게 얼마나 들이댔던지 크라이튼 아브람스 장군 같은 이는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그것을 베트남화(Vietnamization)라고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실제로 일어난 상황은 그랬습니다. 현재 이라크의 상황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간신문을 펼쳐 보면 미군 당국은 이제 4등급 장정도 군인으로 징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입니다. 이들은 결국 총알받이밖에 되지 못할 겁니다.

미국은 지금 부자가 아닙니다. 2005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자그마치 7258억 달러나 됩니다. 기록이죠. 1년 만에 무려 25%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제대로 된 공산품 하나 만들지 않고, 이따위 전쟁이나 하면서, 쓸모없는 무기들만 잔뜩 생산해가지고는 사회가 오래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공화당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수석 보좌관을 지냈던 허버트 스타인이 한 유명한 말이 있죠.

"지속되지 않을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Things that can't go on forever don't.)"

톰: 우리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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