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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南美 군사반란은 강대국들 각본에 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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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南美 군사반란은 강대국들 각본에 의한 것"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42〉아르헨의 과거청산 (하)

아르헨티나 역사학자들은 지난 70년대 남미 전체가 군부통치로 몸살을 앓게 되고 경제파탄을 불러온 건 미국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과 구 소련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서기장의 1974년 블라디보스톡회담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담에서 두 강대국 정상들이 자신들의 뒷마당(소련은 동구권국가, 미국은 중남미국가) 개편을 상호 허용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 후 남미 군사정권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이 지역에서 경제와 금융의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됐으며 이들 군사정부들이 시도한 신자유주의가 남미 전체 국가들의 경제모델로 자리를 잡게 됐다는 지적이다.

아르헨티나의 군부쿠데타는 정치를 이해하지 못했던 예술인출신 여성대통령의 통치 기반 약화에도 원인이 있었으나 이웃 칠레와 브라질 군정의 영향으로 아르헨 군 엘리트그룹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태동되었다고 이곳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들 역사학자들은 이어 "각군 지휘관급 군부 지도자들은 실업자들을 규합하고 정치적인 일정까지 마련하는 등 집권을 염두에 두고 75년부터 꾸준히 쿠데타를 준비를 해 왔다"고 당시의 언론 보도를 증거자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군 수뇌부는 대통령도 모르는 비밀 무력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전군지휘관회의를 명목으로 사회기관 통제회의를 수시로 열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육군 참모총장에 취임한 비델라 장군은 칠레의 피노체트와 수시로 정보를 교환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곳의 언론들은 "미국 역시 아르헨 주재 미 대사관을 통해 아르헨 군부의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었으며 당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쿠데타 당일의 상황을 자세하게 보고받은 것은 물론 남미 전체 군사정부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르헨 학계는 최근 "군부 쿠데타와 미국정부 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 2002년 기밀이 해제된 미 국무부 관련서류들을 열람한 가운데 몇 가지 주목할 사항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당시 비밀보고서를 열람한 아르헨티나 학자들은 "아르헨티나 군사반란의 성공 소식을 기다리던 키신저 장관은 남미정책 담당 책임자로부터 쿠데타 성공 소식을 서면으로 보고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하고 "아르헨 군부가 군사 반란에 반발하는 민간단체들의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는 자세한 보고까지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 학계인사들은 또 "(미 국무부는) 반군부 세력 제거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아르헨 군부쿠데타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엿보였다"고 증언하고 "당시 아르헨 주재 미 대사는 사망자와 실종자 등은 키신저 장관에게 자세히 보고하면서도 시민들의 인권유린상황은 무시하여 군사반란을 방조한 것으로 판단되며 바로 이런 것들이 미ㆍ소 양국이 불라디보스톡에서 서로 합의한 사항이 아니었겠느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뒤 키신저 장관은 볼리비아,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주재 미 대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콘도르작전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내부 안보문제가 최선의 방책"이라고 지시하면서 (남미의 군사정권들에게) 정치ㆍ경제적인 지원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곳 학계인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남미처럼 한국도 강대국들의 피해자'**

아르헨 출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에스끼벨도 "제국주의화 된 미국은 남미 전체를 마치 자기들의 소유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군부 통치 그 뒤에는 미ㆍ소 양국이 있었다"고 진단하고 "한국도 남ㆍ북한이 45년 이상 동안이나 갈라져 통일이 안된 건 결국 미ㆍ소 양국의 농간이 아니었겠느냐"고 필자에게 되물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전체의 군부정치가 이들 강대국들의 '신자유주의'라는 정치게임에 놀아났지만 한국 역시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이와 더불어 '5월의 광장 어머니회'를 비롯한 아르헨 민간인권단체들은 군부 및 미국계 다국적기업들과의 협력과 지원 실태를 일일이 예로 들면서 "아르헨 군부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벌인 '더러운 전쟁' 뒤에는 미국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군정피해자 가족들은 "아르헨 군부쿠데타는 강대국들과 다국적기업들, 국제금융기관들의 합작품이며 이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군부는 국부는 물론 자원과 국민들의 소중한 개인 재산, 수만 명에 달하는 인명까지 모든 것을 송두리채 앗아가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지만 누구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발뺌을 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 학계와 정부, 언론, 민간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는 과거사청산 작업이 가면 갈수록 뜨거운 반미정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 현지에 뿌리내린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군정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반감이 예전에 비해 더욱 더 폭력적으로 표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정치계와 국민들 사이에서 높아져가고 있는 반미정서와는 다르게 식을 줄 모르는 페론에 대한 향수와 인기는 일반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포퓰리즘'이라기보다는 페론이 임기 중 이루어놓은 실질적인 정치적인 업적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학계와 언론, 국민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한국의 언론계나 학계 등에서도 아르헨의 경제파탄 문제를 논할 때 '페론의 포퓰리즘'을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은 현지의 평가와 대단히 동떨어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르헨 경제파탄의 주범은 페론이 아니고 서방 강대국들이 자국의 불황타개를 위해 내세운 신자유주의 대외정책에 놀아난 군부의 무책임한 경제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아르헨의 과거사청산' 취재를 위해 협조와 조언을 아끼지 않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와 아르헨 국립자료보관소, 현지 언론인협회들, 군정피해자 가족협의회, 5월의 광장 할머니회 및 어머니회, HIJOS, CELS 등 NGO인권단체장들 모두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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