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가 전혀 상상도 하지 않고 있을 때에 커다란 자연재해를 가져다준다. 지진이라든가 해일 그리고 쓰나미, 화산폭발,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현상들이 그것이다.
오늘은 이런 자연재해에 대해 음양오행을 통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음양오행과 사주명리에 대해 수시로 강좌를 열고 있는데, 배우는 분들이 한번쯤은 반드시 물어오는 내용이 이런 자연재해에 관한 것이다. 그러면 필자는 그런 분야에까지 연구가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고 하면서 가볍게 넘겨버리곤 한다. 하지만 실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인 분야이다.
특히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덕택에 그리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이지 않아도 많은 사례들을 쉽사리 연구할 수 있으니 음양오행은 정보기술의 덕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서 필자는 이제 지진발생에 관해 음양오행을 통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발생 가능성의 영역이 어떤 것인지, 그 윤곽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먼저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재작년에 발생한 동남아시아 쓰나미, 즉 지진해일에 관한 것이다. 발생 시각이 2004년 12월 26일이니 음양오행을 보면 다음과 같다.
연 갑신(甲申)
월 병자(丙子)
일 기묘(己卯)
여기서 주목할 가장 중요한 코드는 기묘(己卯)라는 간지이다. 천간의 기토(己土)를 지지의 묘목(卯木)이 치받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어떤 강력한 힘이 땅 껍질을 밀어내고 있는 것과 같다. 음양오행 상 목(木)이란 내뻗치는 힘을 뜻하기 때문이다.
당시의 쓰나미는 인도양의 어느 지점에서 오랜 세월 지각과 지각간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힘이 순간 땅껍질을 뚫고 위로 치솟은 결과 발생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명했다. 이를 음양오행으로 설명하면 목 기운이 기토, 즉 땅을 치받고 올라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묘(己卯)란 코드를 만나면 모두 지진이 발생하는가? 물론 아니다. 다소 전문적인 지식으로 설명하면 위의 음양오행들은 천간은 갑-병-기 라는 구조로 상생하고 있고 지지는 신-자-묘 라는 구조로 상생하고 있다. 모순되는 두 힘이 서로 커가다가 그 정점에 가서 두 힘이 충돌하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 팽팽하게 버티다가 어느 한 순간 일어나는 파국임을 말해주고 있다.
아무튼 지진은 기묘(己卯)라는 코드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 예로 지난 1999년 기묘(己卯)년은 일년 내내 전 세계적으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인류에게 커다란 피해를 안겨다 주었던 해였다.
그 해 1월 25일에는 리히터 규모 6.0의 콜롬비아 지진으로 2,000여명이 사망했고, 8월 17일에는 리히터규모 7.4의 터키 지진으로 1만5,000여명 사망에 90억~13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있었다.
또 9월 7일에는 리히터규모 5.9의 그리스 지진으로 143명이 사망하고, 9월 21일에는 리히터규모 7.6의 대만지진으로 2,000여명 사망했으며, 9월 30일에는 리히터 규모 7.4의 멕시코지진으로 수 천 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필자가 지진에 대해 어느 정도 음양오행을 통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자신이 선 것도 바로 1999년 기묘년의 일을 지켜보면서였다. 이 사례들을 여기서 모두 음양오행의 코드를 벌려놓고 분석하기에는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상대로 하는 글이라 무리라서 그만 두겠지만 아무튼 분명한 것은 기묘(己卯)라는 코드가 지닌 함의(含意)는 땅 밑에서 엄청난 기운이 치솟거나 부딪는 형국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해줄 수 있다.
그렇기에 지난 1999년 기묘(己卯)년은 전 세계적으로 지각충돌로 인해 생겨난 힘들이 분출하는 해였던 것이다.
하지만 기묘란 코드만이 지진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의 예를 보기로 한다.
1923년 9월 1일에 발생한 관동대지진의 음양오행은 다음과 같다.
연 계해(癸亥)
월 경신(庚申)
일 정축(丁丑)
예전에 필자는 이 코드들을 보면서 기묘(己卯)란 코드가 보이질 않으니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지진에 관한 연구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훗날 여러 지진들을 연구하면서 그렇지 않음을 알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먼저 중요한 점은 이 날로부터 이틀 뒤가 바로 기묘(己卯)일이라는 사실이다. 직관이긴 하지만, 기묘일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팽배해지는 날이며, 지판이 다소 약할 경우 그 이전에도 지진발생이 가능하다는 가설이다.
또 한 가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본 지진의 경우 땅에 습기가 많이 스며들어 축축해지면 지하에서 치솟는 기운을 누르기가 어렵게 되어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위의 음양오행들은 수기(水氣)가 가득하여 땅의 힘을 약화시키는 형국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 나라의 기운 자체가 을축(乙丑)이기에 그 자체로서 지진대에 속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을목(乙木)이 항상 축토(丑土)를 누르고 있기에 지판의 강도가 연약하다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995년에 일어난 한신-코베 대지진은 그 해가 갑술(甲戌), 을해(乙亥)의 기운이고, 지난 2004년 10월 23일에 발생한 니이가타 현의 대지진도 음양오행을 보면 이해가 간다.
연 갑신(甲申)
월 갑술(甲戌)
일 을해(乙亥)
시 을유(乙酉)
전체가 수기(水氣)가 목(木)을 생하여 땅을 극(剋)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가 하면 이 지역에는 지난 1964년 갑진(甲辰)년에도 대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그 역시 갑목(甲木)이 축축한 진토(辰土)를 누르고 있어 땅의 강도가 약한 해였음을 말해준다.
정리하면 지진은 밑으로부터 강력한 힘이 치솟는 것을 땅이 견디지 못하든가 아니면 땅의 기운 자체가 연약해지면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하겠다.
필자는 그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지진 700여건을 놓고 그 연월일시를 구해 연구해보았다. 물론 이 모두 인터넷 서핑이 결정적인 도구였는데 기본적인 지진 발생에 관해 음양오행과 현대 과학을 결합할 경우 강력한 지진 예측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필자가 이번에 이런 글을 쓰게 된 것도 실은 재작년 동남아시아 쓰나미가 발생하기 이틀 전에 모레가 기묘(己卯)일이고 나머지 코드들을 보니 지구상 어디에서 어쩌면 큰 지진이 발생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녔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틀이 지나서 동남아에서 커다란 쓰나미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야, 이제 지진에 관해서는 선무당이 다 되었네' 하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 말고도 필자는 여러 자연재해에 관해 연구해보는데, 얼마 전 내셔날 지오그래피 채널에서 자연재해에 관한 특집을 방송하기에 너무나도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었다. 거기서 알아낸 또 하나의 사실은 미국의 내륙 지방에서 생기는 돌개바람, 토네이도 역시 음양오행과 관련지으니 뚜렷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더 재미난 것은 지난 1991년에 있었던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이었다.
연 신미(辛未)
월 갑오(甲午)
일 병진(丙辰)
엄청난 화기에 의해 땅가죽이 뜨거워져서 마침내 땅 속의 단단한 광석마저 녹이면서 화산을 덮고 있던 두꺼운 층이 녹아내리는 형국이다.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양의 마그마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게 되니 화산폭발인 것이다. 필리핀의 이 화산은 지난 600년 동안 휴화산이었다고 한다.
화산폭발에 관해 대략 20여건의 사례들을 분석해 봐도 기본 형국은 위와 같았다. 그러니 이 또한 음양오행으로 화산 폭발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어느 화산이 폭발하느냐 하는 것인데 그것은 음양오행만으로 알 수 없으니 필자의 한계 밖이지만, 만일 지진이나 화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필자로부터 음양오행을 배운다면 대단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수신기(搜神記))라고 하는 중국의 옛 책이 있다. 문자 그대로 귀신이나 자연재해에 관해 전해오는 얘기들을 집대성한 재미난 책이다. 훗날 천녀유혼-홍콩의 서극 감독이 만들고 왕조현이 나오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도 대 흥행을 했던 바로 그 영화-이나 '백사청사' 등의 얘기가 실린 '요재지이'의 원형이 된 책으로서 중국 판타지 문학의 고전이다.
온갖 신기한 얘기들로 가득한 이 책을 보면 기이하고 요망한 일이 있으면 그것이 세상이 어지러워질 전조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런 얘기들을 전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또 액면대로 믿지도 않는다. 그 중에서 재미난 얘기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끝내고자 한다.
후한 영제의 건녕 연간의 일로서 남자들은 상의를 점점 길게 만들어 입고, 여자들은 치마를 점점 길게 만들어 입는 것이 대유행이었다고 한다. 이는 양이 밑으로 내려올 생각이 없고 음은 위로 올라갈 생각이 없으니 음양부조화이며 이로부터 얼마 후 천하는 대난리가 나니 황건적이 설치면서 삼국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복식의 유행인 셈인데, 남자는 양(陽)이고 가슴이 큰 존재인데 상의를 더 크게 만들어 입으니 양이 양을 과시하는 것이고, 여자는 음(陰)으로서 하체가 실한 존재인데 치마를 더 길게 입으니 이는 음양이 조화되지 않고 서로의 길을 가니 문제라 해석하면서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가 어지러워진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위용을 과시하고 여자들은 섹시함을 과시했을 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두고 음양 부조화를 느꼈다는 것 역시 나름으로 재미난 해석이라 할 수 있겠다. 검은 색이 유행하면 불경기가 온다는 오늘날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인데 어쨌든 이런 것을 통해 세상은 장차의 흐름을 미리 예고한다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말로만 여길 수도 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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