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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2006년엔 한국의 사형제도 폐지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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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2006년엔 한국의 사형제도 폐지에 집중"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집중 캠페인'을 하는 건 처음

국제앰네스티(AI)는 2006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한국을 '집중 캠페인 국가(Target country)'로 선정했다.

국제앰네스티가 1년 동안 특정 국가의 사형제 폐지에 집중하기로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상 후보이자 사형수로서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스탠리 윌리엄스(51)와 관련한 캠페인처럼 특정 사건에 대해 집중 캠페인을 벌인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일 년간 한 국가에서 집중 캠페인을 펼친 적은 없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김명식 간사는 이번 결정에 따른 실천목표를 세 단계로 정리했다. 한국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를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간주하는데 한국은 앞으로 사형 없이 2007년을 맞으면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지 10년 째가 된다.

두 번째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형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현재 사형폐지 법안은 유인태 의원(열린우리당)이 작년 12월 대표발의해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일단 오는 2월 임시국회를 시작으로 내년 회기 내 법안 통과가 목표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사형제가 폐지된다면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국가들은 괄목할만한 성장에도 여러 정치적, 경제적 요인으로 열악한 인권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제앰네스티의 판단이다.

한국이 집중 캠페인 국가로 선정됨에 따라 앞으로 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과 각국 앰네스티 지부장들이 한국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게 되고, 호주나 유럽연합(EU) 등 이미 사형제가 폐지된 나라들의 의회가 우리 국회에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는 서한을 보내게 된다.

사형제 폐지국 의원들은 사형제 폐지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사형제 폐지 동의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에게 폐지 촉구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박스 시작〉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김명진 간사 인터뷰〉

"세계적으로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김명진 간사는 "사형제 폐지의 정당성에 관한 논쟁은 이미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4월에는 59차 유엔 인권위원회가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1977년 앰네스티가 출발했을 때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6개국에 불과했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128개국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 아무리 국제적으로 대세라 해도 각국의 사형제 폐지는 여론의 향방에 따른 것 아니냐.
앰네스티 : 실제로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사형제 폐지 주장의 정당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여론을 들어 사형제도 폐지 문제를 회피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임하는 대중이 과연 정당한 근거나 이유를 고려하는지는 의문이다. 사형제에 반응하는 법감정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폭력성과 보복심리를 드러내기 쉽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와 존치의 문제에서는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회에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인식차가 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집행되는 법적 살인에는 모든 시민이 다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프레시안 : 사형제 존치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피해자 가족의 억울함을 이야기한다.
앰네스티 : 살인범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 가족의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심리치료나 상담 등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아니겠느냐. 또 가장이 죽었을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가해자를 죽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형제 폐지 운동을 가장 열심히 하는 단체 중 하나가 피해자 가족의 모임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유영철 사건 때문에 사형제 폐지 운동에 걸림돌이 있을 것 같은데.
앰네스티 : 사실 우리의 사형제 폐지 운동은 생명권을 지키려는 노력일 뿐 그 사람이 유영철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이냐의 문제는 아니다. 만약 사형이 집행된다면 그는 DMZ에서 동료들을 살해한 김 일병이나 이문동 살인사건의 유영철 씨가 될 텐데, 한국 정부로서도 9년 간의 공백을 깨고 사형을 집행한다는 것은 모험일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사형제의 대안으로 종신제를 이야기하는데, 종신제라고 인간적이냐는 데 의문이 있다.
앰네스티 : 아직 앰네스티 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일단 종신제가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사실 사형제는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 점은 감형 없는 종신형도 마찬가지다. 물론 종신형은 생명권을 빼앗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형제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과연 '결론'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프레시안 :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가 감형으로 출감된다면 재범의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앰네스티 : 미래에 벌어질 일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법 논리상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사람이 사형당하거나 종신형으로 갇혀 있다고 해서 살인사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범죄율의 감소는 다른 방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한 사람을 종신형으로 수감하기 위해 드는 비용에 반감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
앰네스티 : 사형제를 유지하려면 오판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앰네스티에서는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드는 비용과 종신형으로 수감할 때 필요한 비용을 비교하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오판의 가능성은 경찰이 사건현장을 수사하는 최초단계부터 법원의 판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는 인적, 물적 자원이 그만큼 더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사형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 비하면 한 사람을 종신제로 묶어두는 게 비용이 덜 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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