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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쌀소득 보전직불제, 과연 효과 있을까?

[성난 들녘에 봄은 올까 2] 보전직불금도 폭락할 수 있다

"농민 여러분! 쌀값이 떨어져도 하락분의 85%를 정부가 보전해준다니까요! 예상보다 하락폭이 컸지만 추가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쌀소득을 보전해줄 테니 걱정마십시오. 보전금이 내년 3월에 지급되니 당장의 차액 때문에 불안하겠지만, 보전금만 나오면 80kg당 목표가격인 17만 원 가까이 건질 수 있습니다!"

쌀값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에게 농림부는 이런 말을 반복하고 있다. 현금으로 직접 받는 '쌀소득보전직불제'가 올해부터 도입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쌀소득보전직불제는 고정직접지불제(고정직불제)와 변동직접지불제(변동직불제)로 이뤄져 있다. 고정직불제는 정액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벼를 심지 않은 농지라 하더라도 농지로서의 모습과 기능만 유지된다면 1ha(약 3000평)당 평균 60만 원(쌀 생산량 기준으로는 80kg당 9836원)을 지급하는 제도다.(최근 정부는 60만원을 7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변동직불제는 쌀을 생산했을 때 목표가격(17만 원)과 전국평균 시가의 차액 중 85%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고정직불금을 넘는 부분을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 시장가격이 14만 원인 80kg 백미 1가마를 생산한 농가의 수입은 시중 쌀 판매가격(14만 원)에 고정직불금(9836원)과 변동직불금(1만5723원)을 합해 16만5560원이 된다. 이 경우 목표가격이 17만70원임을 감안하면 이 농가는 97.3%가량의 소득을 보장받게 된다는 게 농림부의 설명이다.

---표-----------------------------------------------------------------------------------------------
변동직접지불금 지급단가(80kg)=[목표가격(17만 원) - 당해년도 수확기(10월부터 익년 1월까지)의 전국평균 가격] X 85% - 고정직접지불금(9836원/8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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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왜 직불금 제도에 불만인가?**

그러나 농민들은 직불금 제도에 불만이 많다. 부안군 농민회 김상곤 사무국장은 "목표가격이라는 17만 원 자체가 올해 대폭 오른 생산비와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인데다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의 경우에는 특히 더 불리한 기준"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사진 1〉

전북의 김제, 부안 등 곡창지대의 쌀 시가는 전통적으로 전국평균 가격을 밑도는데 정부의 직불금은 전국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쌀값 하락 폭이 큰 이 지역 농민들의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은 평균가를 도별로 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평균 쌀값을 14만 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직불금은 차액 3만 원의 85%인 2만5500원이 지급되지만 전남북 지역의 쌀값은 13만 원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차액 계산의 기준을 4만 원으로 올리고 그 85%인 3만4000원이 지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 소득관리과 관계자는 "도별로 쌀값 평균을 따로 정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과거 추곡수매제에서도 전국평균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도별 기준으로 하면 그게 지자체 정책이지 국가정책이냐"고 일축했다.

반면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사실 지금 경기, 강원 등 생산물량이 적고 가격이 꽤 지지되는 지역의 농민들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문제는 곡창지대 농민들"이라며 "지금 데모하는 농민들이 다 쌀값이 제일 많이 떨어진 전북, 전남, 경남, 충남의 곡창지대 농민들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직불금도 3년 후에 폭락한다고 솔직히 말하라"**

또한 현재 농가 수입을 보장하는 근거로서 17만70원으로 책정된 목표가격이 3년 뒤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앞으로 더 큰 갈등의 소지로 작용하고 있다.

임만수 정읍농민회 사무국장은 '목표가격제'의 한계에 대해 "현재 80kg당 17만70원으로 책정된 목표가격도 3년마다 지나간 3년의 시가를 반영해 다시 정하기 때문에 계속 떨어질 테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소득보전의 의미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의 목표가격인 17만70원은 추곡수매제가 유지되던 2001년부터 2003년 사이의 쌀값 평균으로 책정된 것. 하지만 3년 후인 2008년도에는 2004~2006년의 시가를 반영해 '목표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쌀소득보전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당장 하락한 2005년도 시세만 봐도 2008년도에는 목표가격이 14만 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목표가격 자체가 하락하면 쌀소득보전직불제도 사실상 '소득보전'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이 법률은 농림부 장관이 목표가격을 변경할 때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격에 세계무역기구 도하라운드(DDA 협상)의 동향을 반영한다는 정부 방침이 분명히 정해져 있어 3년 후에 목표가격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농민들은 판단하고 있다.

농업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3년 뒤 목표가격은 최근 3년 간의 시세 평균으로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농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며 "정부는 소득이 다 보장된다고만 말하지 말고, 앞으로 직불제로는 소득보장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목표가격 정책을 만들어놓고 정부가 정말로 농가소득을 보전할 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미국의 목표가격은 농가의 최저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우리의 목표가격제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농가의 경쟁력은 사실상 '보조금 경쟁력'"**

미국 농업은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경쟁력이라는 것이 사실은 '보조금 경쟁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보조금 제도가 갖추어져 있다. 미국의 이런 보조금 제도에서 중추는 미리 농가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가격을 설정해 두고 시장가격이 이보다 낮을 경우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농가에서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보조금 정책은 융자와 고정지불금, 변동지불금을 혼합한 체제다. 농민이 농자금을 대출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융자해주는 동시에 '목표가격'을 설정해 시장가격이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보전해준다.

미국의 경우 농업법에 따른 쌀 목표가격이 2004~2007년 기준으로 100파운드(45.4kg)당 10.50달러다. 이 중 쌀 생산에 필요한 농자금 개념인 융자단가가 100파운드당 6.50달러다. 시장가격이 융자단가보다 낮으면 농가는 농산품신용공사(CCC)에 생산품 현물을 양도하는 것을 통해 융자금을 변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벌써 보조금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시장가격에 상관없이 지급되는 고정지불금 단가는 100파운드당 2.35달러로 책정돼 있다. 나머지 목표가격과의 차액은 변동지불금으로 지급해 소득을 보전해준다.

예를 들어 쌀 시장가격이 100파운드당 7달러라고 가정하면, 융자금(6.50달러)보다 시장가격이 높기 때문에 농가는 쌀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유리하다. 7달러에 시장에 내다팔고 6.50달러에 해당하는 융자를 갚으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에 고정지불금 2.35달러를 받게 된다. 그런데 시장가격(7달러)에 고정지불금(2.35달러)을 더해도 9.35달러이니 목표가격인 10.50달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목표가격에 대한 변동지불금 1.15달러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그래프 1〉

이렇게 계산하면 쌀 농가가 지급받는 금액은 '시장가격(7달러)+고정지불금(2.35달러)+변동지불금(1.15달러)'로, 100파운드당 10.50달러가 된다. 결국 미국 농가는 보조금을 통해 법률이 정한 목표가격을 보장받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쌀의 시장가격이 목표가격에서 변동지불금을 뺀 수준인 8.15달러를 넘어도 농가는 고정지불금 2.35달러를 받기 때문에 목표가격 10.50달러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선 쌀값이 절반 이상 폭락해도 '목표가격'이 유지된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쌀값이 폭락해 쌀값이 융자단가인 6.5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1997년에 미국 쌀의 주요 소비지인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해 국제시장의 쌀값이 1996년 7.66달러에서 2002년에는 3.40달러로 폭락했다. 미국 쌀 농가의 시장판매 가격도 1996년 9.96달러에서 2002년에는 3.7~4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진 2〉

하지만 이때도 미국 쌀 생산 농가는 소득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2001년 미국 농가의 쌀 시장 판매가격이 100파운드당 4달러였다고 보면, 농가는 생산한 쌀을 농산품신용공사에 양도해서 융자상환 의무를 면제받는다. 융자단가가 6.50달러였기 때문에 2.5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누린 셈이다. 게다가 융자단가와 고정지불금을 합한 기준가격 8.85달러(6.5달러+2.35달러)에 변동지불금인 1.65달러(10.50달러-8.85달러)를 받기 때문에 소득은 시장 가격에 상관없이 똑같이 100파운드당 10.50달러였다.

쌀값 폭락으로 미국 쌀 농가는 2001년에 시장가격 기준으로 ha당 660달러의 적자를 봤지만, 보조금만 ha당 1084달러가 지급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ha당 424달러의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의 쌀 농가당 평균 경작면적이 136ha이기 때문에 한 농가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평균 14만7424달러(약 1억5500만 원)였다.

미국은 생산량에 따른 보조금 제도 외에도 재배면적당 목표가격(에이커당 823.73달러), 고정지불금(에이커당 160달러), 융자단가(에이커당 547달러)를 정해놨기 때문에 농가가 생산량 변동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장받는다. 미국에서는 목표가격 제도가 쌀 외에 밀, 옥수수, 수수, 보리, 귀리, 면화, 콩 등의 작물에도 모두 적용된다.

***어떻게든 농가의 안정적 수익 보장하는 미국, 그렇게 생산된 미국 쌀이 한국으로**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이 목표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다. 우리나라는 '시중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삼지만, 미국은 철저하게 농가에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고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 생산비 보장'의 개념으로 목표가격을 책정한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농업의 생산력이 다르니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쌀의 시장가격이 10달러에 이르렀던 1995년에 목표가격을 10.71달러로 정했고, 쌀값이 3달러대로 폭락한 2002~2003년에도 목표가격을 10.50달러로 정하고 이 목표가격을 2007년까지 유지하기로 한 대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쌀 생산 농가들은 목표가격이 가마당 17만 원이라면 오른 생산비 등을 감안할 때 손해라고 말한다. 게다가 앞으로 쌀값이 하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시가 기준으로 목표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쌀생산 농가는 추곡수매제로 17만 원대의 쌀값이 유지되던 지난해에 얼마나 소득을 올렸고, 쌀값이 13만 원대로 쌀값이 폭락한 올해는 얼마나 손해를 봤을까? 실제 농민의 예를 통해 다음 회에서 자세히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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