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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라는 한 급식개선 '희망' 버리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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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라는 한 급식개선 '희망' 버리지 않을 터"

[기고]대법원의 '우리농산물 포기' 판결을 보며

'학교급식법'에는 "아이들의 건강한 심신발달과 국민 식생활개선을 목적으로 학교급식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수입식품과 질 낮은 농산물들이 사용되고 있다.

더군다나 급식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 일이라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가 낸 급식비로 학교가 식품을 구입하지만 형식적으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이다 보니 입찰에 의해 납품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학교에 납품권을 따내려면 최저단가로 공급가를 맞춰야 하고, 따라서 학교로 납품되는 식재료는 결코 질을 보장할 수 없다.

그 결과 학교 급식에서 수시로 대형 식중독사고가 발생하는 등 학교급식은 '저질 식품 처리장'으로 전락했다. 이는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와 관련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며 전시 행정과 무원칙의 정책이 빚어낸 현실이다.

***대법원, 자연스러운 급식개선운동에 '찬물'**

계약에 의한 비리사건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정부는 아이들의 먹는 것에 대한 운영관리 책임을 기업에게 떠맡기는 위탁제도를 법에서 정한 탓에 교육현장을 시장화 했다. 그러다 보니 영리 목적의 기업도 학교에서 도덕과 윤리로 위장해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교육을 책임진다'는 장미 빛 환상의 경영논리로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결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값싼 점심을 제공받으며 심신을 해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최상의 급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보완과 예산지원이 필요했다. 법 개정이 당장에 어려우니 지역조례를 통한 지방자치 수준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먹는 교육에 있어서 농업을 분리할 수는 없다. 잘못된 유통체계와 IMF, 무역개방에 피폐해진 우리 농업과 농가의 회생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역산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하면 올바른 급식교육은 물론이고 지역 농업발전과 지역 순환경제 효과까지 얻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급식 개선운동은 이처럼 지극히 자명한 결론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고, 주민참여에 의한 주민발의 조례제정(자치입법)으로 비로소 이 땅에 진정한 풀뿌리 자치민주주의가 정착해 가는 양상을 보였다.

전국적인 조례제정운동을 처음 시도하면서 전국 최초로 마련된 '전라북도학교급식조례'는 학교급식 개선운동의 모태였다. 전남 또한 결코 쉽지 않았지만 주민발의 학교급식조례를 최초로 제정한 사례도 만들었다. 그 힘을 모아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운동본부 차원의 법 개정이 추진됐고 근본적으로 법개정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정부를 움직여 학교급식에 우수농산물을 사용하기 위해 차액을 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로써 학교급식에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근거가 마련되고 조례 제정에도 힘이 실렸던 것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하지만 학교급식에 가장 안전한 우리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자 대세임이 증명되면서 지역마다 주민발의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이 전개돼 현재 전국의 3분의 2 이상 지역이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정교함 더한 프로그램으로 국민운동 계속할 터**

주민청원에 의해 마련된 전북학교급식지원조례는 학교급식에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할 경우 교육감이 예산을 지원해 지역 농산물 사용을 지도·감독하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는 전북조례가 WTO협정 위배라며 전북도교육청을 움직여 대법원에 제소했고, 대법원은 결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공급할 수 있도록 조례에 자치단체의 역할과 예산 지원의 요건·대상을 명확히 하지 못했고, 학교급식의 기본적인 공공성을 표현하지 못한 채 우리농산물 사용을 일괄적으로 규정한 것이 패소의 원인이 됐다. 앞으로 우리농산물 사용 급식프로그램을 보다 정교하게 규정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운동과 조례 제정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판결에서 알 수 있었다.

이번 판결에서는 또 '우리농산물이냐, 우수농산물이냐'는 포괄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앞으로 우리농산물 학교 급식프로그램의 범위와 대상, 지원원칙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공공예산으로 운영되는 학교급식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언론들은 이번 판결을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하면서 일부 자치단체의 지원사항과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판결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소치다. 대법원의 판결은 분명 학교급식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결핍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대법원의 판결이 학교급식에 수입농산물을 써야 한다고 적시한 것 또한 아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분개해 국민운동본부 활동에 동참하려는 회원 가입신청이 늘고 있다. 학교급식이 우리농업 살림의 핵심적 단초라는 국민의 의지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이 자라는 한 결코 희망을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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