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미국 멕시코만 연안지역 강타로 부시 행정부의 해외 군사행동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뉴햄프셔 대학의 에너지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 교수는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카트리나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석유생산지역을 강타함으로써 앞으로 부시 행정부는 해외에너지자원 확보를 명분으로 산유지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클레어 교수는 '카트리나와 다가올 세계 석유위기'라는 제목의 이 글을 통해 "카트리나가 강타한 멕시코만 연안지역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산유량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었다"면서 이번 카트리나 피해로 이 지역의 산유량이 급감하면서 미국의 해외석유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클레어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미국은 국내 공급 석유의 58%를 수입석유로 충당했다. 한편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 및 인근 멕시코만 연안지역은 미 국내 석유생산의 28%를 담당했다. 또 이 지역에는 미 정유시설의 10%와 상당한 규모의 천연가스전이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이후 거대 석유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야심차게 개발했던 심해유전들이 카트리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미국의 석유생산 능력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의 산유능력 약화는 해외석유 의존도 심화로 이어지며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해외 산유지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라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그루지야, 콜롬비아, 그리고 서아프리카 원양지역으로부터의 석유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석유생산이 유력시되는 아제르바이잔 및 카자흐스탄, 그리고 아프리카의 석유생산지역들에 미군기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석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지금, 미군기지 신설계획은 앞으로 수개월간 더욱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군사개입도 늘어나고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도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음은 클레어 교수의 칼럼 전문.(원문은 www.thenation.com/doc/20050919/klare에서 볼 수 있다)
***'카트리나와 다가올 세계 석유위기(Katrina and the Coming World Oil Crunch)'**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다른 어떤 국내적 재앙보다도 미국의 대외 및 군사정책에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이라크전쟁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뉴올리언스와 미시시피주 남부에서 구호작업을 펼치고 있어야 할 주방위군 병력이 지금 중동지역에서 아무 의미 없는 전쟁에 동원되고 있으며, 재난구호작업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은 파탄지경에 이른 이라크헌법 제정작업을 두둔하느라 한눈을 팔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해외에서의 미국 이미지를 제고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카트리나가 초래한 인간적 참사가 전세계에 보도되면서 미국의 이미지는 형편없이 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카트리나에 의한 세계 석유공급의 차질, 그리고 이에 따른 미국의 해외석유 의존도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 중요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카트리나 내습 전과 후, 미국 및 세계의 석유수급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트리나 이전에 미국은 하루 평균 204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다. 이중 44%는 가솔린으로 정제돼 차량 연료로 사용됐으며, 30%는 디젤 및 항공기용 연료로 사용됐다. 미국의 해외석유 의존은 이미 오래된 추세로서 2004년 석유공급량의 58%가 수입석유였다.
문제는 미국에서 하루 평균 생산되는 550만 배럴의 석유 중 28%(약 160만 배럴)가 루이지애나주 및 인근 멕시코만 지역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반적 에너지 수급상황에서 멕시코만 지역은 대단히 큰 중요성을 갖는다. 미국의 다른 모든 산유지역에서는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오직 멕시코만 지역에서만 심해시추의 덕택으로 산유량이 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일반적으로 말해서 최근 수 년간 텍사스 등 연안지역 산유량은 줄고 있는 반면 심해지역(주로 멕시코만)에서는 산유량이 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멕시코만 연안에는 국내 정유시설의 10%, 상당량의 천연가스전이 있다.
한편 세계의 석유수급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수요 급증 등으로 석유소비는 크게 늘고 있는 반면 새로운 석유자원 발굴은 대체로 실패하고 있다. 게다가 멕시코, 캐나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심지어 중동지역의 오래된 유전까지 석유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에너지 분석가들은 드디어 석유 생산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따라서 앞으로 석유 생산은 계속 줄어들 것이 아니냐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른 분석가들은 아직 정점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곧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파고들 여유는 없다. 다만 카트리나가 내습하기 전, 이미 고유가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미래의 석유공급 가능성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가 있었다는 점만 지적해 둔다.
이런 상황에서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연안지역을 덮쳤고, 단 수 시간 만에 미국은 국내 석유생산 능력의 5분의 1을 잃어버렸다. 이중 일부는 수주일 안에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멕시코만 심해지역의 유전 모두가 원상태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멕시코만 연안지역의 정유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항구 및 원유선적시설의 파괴로 석유 수입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 시설들이 얼마나 빨리 원상복구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 지역의 정유시설을 대체할 다른 시설이 없는 형편에서 앞으로 수개월간 공급되는 석유는 감소하는 반면 그 가격은 비싼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우려해야 할 바는 이같은 단기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 상황이다. 왜냐하면 멕시코만 지역은 미국의 석유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알래스카의 국립북극야생동물피난처(ANWR) 지역의 유전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상당 규모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코웃음을 친다. 전문가들의 모든 관심은 멕시코만의 심해지역에 쏠려 있다.
심해유전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제창한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계획에 힘 입어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들은 이 지역의 유전개발을 위해 이미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카트리나가 이 지역을 강타하기 이전, 이들 심해유전들은 올해 말까지 미국 석유생산의 12%를, 그 이후에는 더 많은 석유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바로 이러한 기대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연안지역의 오래된 유전들이 생산을 재개한다 해도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심해유전들이 제 역할을 해낼지는 다분히 의심스럽다. 최근 이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반과 카트리나가 바로 심해유전이 있는 지점들을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들 심해유전이 원상복구되지 않는다면 수입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 심화를 늦출 희망은 전혀 없게 된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사우디, 이라크, 앙골라,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분쟁으로 얼룩진 개발도상국의 석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같은 상황은 우리의 긴박한 경계를 요구한다. 최근 미국의 행동에 비추어 볼 때,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군사력을 동원해 사우디 왕가 등 해외 석유생산 국가들의 통치자를 보호하고 해외 석유생산시설을 보호하는 등의 대응조치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미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그루지야, 콜롬비아, 그리고 서아프리카 원양지역으로부터의 석유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 국방부의 재정과 능력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은 석유생산이 유력시되는 아제르바이잔 및 카자흐스탄, 그리고 아프리카의 석유생산지역들에 미군기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석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지금, 이러한 미군기지 신설계획은 앞으로 수개월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지금보다도 더 해외석유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 이와 함께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많은 국내문제들을 야기했으며 우리는 마땅히 이 문제들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카트리나가 초래할 대외정책 상의 문제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무 대책 없이 방치했다간 새로운 위기와 재앙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빌미 삼아 해외 에너지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군사적 모험에 나서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른 비판적 수단들과 함께 이번 성찰의 시기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수립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환경보전 및 신속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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