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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없는 정부,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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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없는 정부, 아르헨티나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13>

최근 아르헨티나의 사회문제로 등장한 피켓테로(도로차단 시위대)문제가 권력을 가지지 못한 대통령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1> 국회의원이자 아르헨티나 노동자연합(CTA) 지도자인 루이스 델리아. 그는 아르헨티나의 현 키르츠네르 정부에게는 진정한 권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영길

문제의 발언이 시위대를 이끄는 지도자 중 한 명이자 부에노스 아이레스주 정치 거물인 루이스 델리아에게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델리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권력은 군부와 경찰, 지방토호 세력들이 주축이 된 의회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도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델리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주 최대 선거구이자 빈민들이 가장 많은 라 마딴사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자 아르헨티나 노동자연합(CTA)을 이끄는 지도자다.그가 이끄는 시위대는 예고없이 기습적으로 도로를 차단하거나 공공건물을 습격하고 심지어는 경찰서까지 불태우는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아르헨티나 노총(CGT)과 쌍벽을 이루면서 정부의 골치거리로 등장한 이 시위대 리더 델리아를 22일 오전10시(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스위스 상공회의소에서 만났다.

필자는 지난 2001년 말 델라루아 정권의 몰락을 불러온 라 마딴사 지역의 대규모 시위현장에서 델리아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라 마딴사지역 시위는 세계적인 뉴스거리였고 현장에는 내ㆍ외신 기자들의 취재각축장이 돼 있었다. 시위대를 이끌던 델리아는 현장의 유일한 동양인 기자인 필자에게 단독 인터뷰를 허용했으며, 필자의 인터뷰는 현지언론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인연으로 알게된 필자에게 델리아는 민감한 부분까지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델리아와의 일문일답.

<사진 2> 시위자들의 요구는 '부의 공평분배'에 있다고 역설하는 루이스 델리아 시위대 대표.

-피켓테로는 어떤 동기로 만들어진 조직인가.

“피켓테로의 역사는 에바 페론(페론대통령 부인)시절부터 시작된다. 당시 노동자들의 민주화와 기업주들의 착취반대를 위해서였다. 우리는 페론주의의 재건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켓테로들의 무차별 도로차단 시위와 공공건물 습격, 경찰서 방화 등으로 무정부 상태를 만들고 있다는 비난한다.

“우리의 요구는 정부로 하여금 극빈자들의 구호대책을 늘리라는 것과 실업자를 없애기 위한 사회 공공사업을 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격시위는 언론들이 과대 포장한 감이 없지 않다. 시위대가 왜 경찰서를 습격하게 됐는가 하는 원인은 설명하지 않고 과격한 시위행위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시위대는 국가 공권력인 경찰을 안중에 두고 있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래서는 치안유지가 되겠는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주는 역사적으로 정치적인 마피아들이 주물러 왔다. 경찰 세력 역시 마피아화된 지 오래다.경찰서 습격은 범죄조직과 연계된 경찰들을 몰아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진 3> 민생문제를 외면하는 불법적인 시위에 대한 질문에 곤란해하는 델리아 의원

-현 정부와 시위대와의 관계는.

“우리는 대통령 선거 때 키르츠네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래서 실업자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실업자들과 극빈자들을 위한 지원 계획은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에 이르렸다고 생각한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을 평가를 한다면.

“아르헨티나는 페론 이후 정부와 권력이 항상 분리되어 왔다. 한때 메넴이 일시적으로 정부와 권력을 함께 장악했지만 길지 않았다. 현재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정부를 가지고 있으나 권력은 지니지 못했다. 그래서 갖가지 사회불안 요소가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노연(CTA)과 삼두마차 체제로 변한 노총(CGT)과의 관계는.

“아르헨티나 노총은 정치 지향적이고 마피아적인 요소를 다분이 지닌 단체다. 우리(CTA)와는 어울릴 수 없는 어용단체다.”

-피켓테로들의 요구사항은 정확히 무엇인가. 왜 길거리에 나가 도로를 차단하고 시민들을 괴롭히나.

“우리의 요구는 실직자들을 구제해주고 서민들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의 실질소득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유럽 선진국들의 예를 본다면 스위스나 네덜란드, 독일 등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은 시민들의 과격시위나 사회불안 요소가 없지 않는가. 편중된 부를 공평하게 분배하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조건이다. 다 같이 잘 살아 보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정치노선은.

“우리는 중도 좌익을 표방한다. 현 대통령과 정치성향이 같다는 말이다. 공산주의자라는 평가는 말아 주기 바란다.”

델리아는 인터뷰 말미에 “경찰들과 투석전을 벌이고, 최류탄이 난무하는 한국 시위현장이 우리보다는 훨씬 과격한 것 아닌가”라는 농담을 던졌다. 필자가 "그것은 지난 군사정권시절의 이야기이며 지금은 조용한 촛불시위로 대신한다"고 설명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라크 파병문제와 탄핵사태, 수도 이전문제, 군부와 매끄럽지 못한 관계 등 통치력 부재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정부는 있으되 권력은 없는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연상되곤 한다. 필자의 착각이기를 바랄 뿐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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