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잭 웰치와 GE의 소프트웨어개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잭 웰치와 GE의 소프트웨어개발

김익환의 'IT 이야기' <8>

미국에서 1984년도의 일이다. General Electric(GE)이라고 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학교에서 전산학를 공부하고 있을 때 룸메이트로 친구 3명이 같이 기거하고 있었다. 한 룸메이트가 GE에 먼저 입사했는데 그 친구의 소개로 인턴으로 1년간 엔지니어일을 하게 되었다. 에디슨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공대졸업생중 장차 GE를 이끌어 나갈 엘리트를 고용해서 2년간 회사업무와 함께 교육도 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친구가 어떻게 말을 잘 했는지 모르지만 고맙게도 졸업도 안 한 나를 1년계약 인턴이긴 하지만 고용해 주었다.

미국에서의 첫 직장이었으니 모든 게 생소했다. 그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젊은 사장이 왔는데 대대적으로 감원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내가 근무하게 된 부서도 감원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 감원에서 살아남았지만 또 추가감원이 있을 수도 있고 해서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그 당시에는 젊은 사장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바로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CEO라고 평가받는 잭 웰치였다. 잭 웰치의 경영철학은 회사에서 가장 우수한 20%는 충분한 보답을 해주고 가장 열등한 10%는 항상 감원시킨다는 것이었다. 살벌하지 않은가. 낙제점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10%를 감원하다니. 하지만 후에 나도 회사경영을 해보니까 어느 정도 동감이 간다.

내가 근무한 부서는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부서였다. 이때 사용한 컴퓨터가 중앙컴퓨터는 하니웰이라는 대형컴퓨터였고 PC로는 IBM에서 만든 최초의 IBM-PC였다. 64K RAM에 360K 플로피 디스크가 달린 PC였다. 당시는 지금의 MS Office같은 워드프로세서가 없었다. PC를 거의 터미날용으로 쓰고 프로그래밍언어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베이직 프로그램이나 파스칼, 포트란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도 그때는 불편한 줄 모르고 잘 사용했다.

나에게 할당된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샘플 서류를 받았다. 그 때 어떻게 나에게 그런 중요한 일을 맡겼는지는 모르겠는데 미국에 설치한 원자력발전소가 과열되지 않도록 할 때 사용되는 흑연막대봉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중성자가 충돌하면서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인데 그 중성자를 흡수해서 핵분열을 감소시키는 것이 흑연막대봉이다. 흑연막대봉을 많이 집어 넣으면 화력이 감소하고 적게 집어 넣으면 과열되는 것이다. 1979년에 미 동부 뉴욕근처의 "Three Mile Island"라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었다. 그 사건 때문에 미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더 이상 세우지 않게 됐다. 바로 이 컨트롤프로그램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인간이 함께 잘못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은 한치라도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다.

팀장으로부터 업무는 주어졌고 샘플서류에 있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게 후에 알고 보니 바로 디자인단계였다. 팀에서 검토과정이 있었고 당연히 검토를 받고 지적된 사항을 수정하고 재검토받았다.그리고 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니 상세 디자인 단계였다. 또 같은 과정의 검토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 코딩을 했다. 또 검토를 받았다. 그러니까 일이 무척 쉬웠다. 내가 하는 일이 잘못될 수 있는 길이 없으니 마음도 편하다. 매 단계마다 배우는 것도 많았다. 그런 식으로 진행되어 내 프로젝트는 별 무리 없이 끝냈다.

이러한 시스템이 있으니까 초보인 나에게도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나도 다른 사람들의 검토회의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의 업무내용과 방법을 많이 배웠다. 이게 내가 소프트웨어의 체계화된 개발시스템을 처음으로 접촉했던 것이다. 거의 20년 전의 일이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이 때 배운 방법이 그 후 내 평생에 버릇으로 남아 있다. 그 후에 지금까지 다른 회사들에서 접한 개발방법론도 근본적으로 같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