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왜 소프트웨어를 하기 위해 영어가 중요한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왜 소프트웨어를 하기 위해 영어가 중요한가?

김익환의 'IT 이야기' <5>

내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근무하고 있던 1990년초의 일이다. 컴퓨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다 들어본 적 있는 "유니코드" 라는 것이 있는데 한글의 완성형이 한글을 코드화 했듯이 세계의 모든 언어를 충돌 없이 표현하기 위한 코드체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동이 되어서 IBM,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모든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참여해서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표준화 회의가 "유니코드 콘소시엄" 이었다.

이 회의에는 각 IT 업체의 대표 외에 각 나라에서 자기 언어를 대표하기 위해 한명씩 참석하곤 하였다. 한 회의에 내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대표해서 참석을 했는데 회의가 시작한 후에 한국대표로 온 사람이 회의에 참석한 것을 알게 되었다. 내심 걱정이 되었다. 제대로 한글체계가 반영되도록 발언을 할 수 있을까 해서였다. 회의가 진행되는데 그 사람이 영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며 한국을 위해 자기 의견을 다 내놓는 것이었다. 그 사람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몇 년을 끌어서 만든 유니코드에 한국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수용되었다.

그 회의가 끝난 후 만나서 그 사람이 캐나다의 한국교포인데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공부해서 그런 유창한 발음과 어휘를 구사한다는 게 놀라웠는데 설명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계속 지인으로 지내는데 지금은 한국에 귀국해서 성공적으로 소프트웨어회사를 하고 있다.

또 약 6-7년 전 미국에서 내 벤처회사를 할 때의 일이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전체 그룹에서 사용하는 인터넷팩스를 개발해서 판매했었는데 한국의 새롬, 핸디소프트, 포스데이타를 비롯해서 100여 개의 회사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한국지사에 방문할 때마다 한국 프로그래머들과 같이 일해 본 결과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나서 2명을 미국본사에 데려왔었다. 그 당시는 인도나 중국에서 무수한 IT인력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로 취업해서 오는 때였다. 그때는 미국에서 한 해에 약 10만명의 외국인력에게 소위 H1B 라는 고급인력 취업비자를 발행하던 때였다.

미 이민국 통계에 의하면 그 중에 인도국적이 약 5만, 중국국적이 약 2만, 한국국적은 약 2천명이었다. 그러면 인도인이 기술적으로 중국인이나 한국인보다 더 우수하냐고 물으면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5만명 대 2천명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바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알다시피 인도에서는 공용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영국말투와 인도말투가 섞인 이상한 발음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은 알아듣기 쉽지 않지만 커뮤니케이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엔지니어라고 해서 혼자서 기술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업무의 효율성은 서로가 협동하고 배우는 데서 나온다. 실제 업무중에 하루일과의 많은 부분이 대화나 회의하는 데 사용된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무슨 영어를 한국사람보다 잘 한다고 매년 2만명이나 되는 인력이 고용되어서 들어왔을까? 그것은 또 다른 이유에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중국인이 있듯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회사들이 중국인이 설립한 회사이다. 인텔도 기술분야에서는 중국인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같은 중국인들을 고용해도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어느 회사를 가봐도 중국인들은 꼭 있다. 특히 기술직에 많이 근무한다. 그만큼 인구가 많기 때문에 얻어지는 장점이다. 한국인력은 영어능력도 부족하고 중국인과 같은 기반도 없었기 때문에 순전한 실력으로 경쟁했어야 했다. 실제로 한국국적 2천명중에서도 소수의 인력만이 한국에서 고용되었고 대부분이 미국대학교에서 졸업하면서 고용된 것이었다.

미국회사에서의 면접절차를 보면 얼마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면접당일 하루종일 일대 일로 여러 사람과 대화한다고 보면 된다. 자기 자신의 기술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과 서로 같이 공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가를 중요시한다. 혼자서 비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살아 남기 힘들다. 소프트웨어는 특히 모두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기계가 생산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영어를 못하면 신기술에 뒤떨어진다. 상용목적으로 회사에서 발표하는 신기술이나 국제 표준기관에서의 새로운 발표거나 처음에는 다 영어로 나온다. 새로운 기술자료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매일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정보의 홍수다. 그런데 이 많은 자료들을 누가 한글로 번역하겠는가? 대부분의 자료들은 영원히 영어로만 남게 된다. 언제라도 그러한 정보들에 접근하려면 항상 영어에 능숙해야 한다.

내가 데리고 있던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못하는 경우를 보았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항상 옆에 띄워놓고 참조해야 하는 것이 사용법인데 이것은 너무 양이 많고 항상 새로운 것이 나오기 때문에 한글로 된 것이 많지 않다. 한글버전이 나오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영어가 불편하니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도 있고 보면서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 사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해를 해도 익숙하지 않으면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영어를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어의 영향이 작은 업무를 골라서 시킬 수밖에 없다.

요새 삼성이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영어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나는 삼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삼성을 보면 정말 존경한다. 국민정서상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로벌경제로 가는 상황에서 훌륭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경영자가 미래를 보는 눈이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 다른 기업과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삼성의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안목을 보고 있으면 정부로서도 배울 게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