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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IT 아웃소싱으로 인도를 선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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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IT 아웃소싱으로 인도를 선호하는 이유

김익환의 'IT 이야기' <3>

2000년도에 IT거품이 꺼지면서 실리콘밸리의 전성기가 지나간 후 그 곳 IT 회사들은 어떻게 변했는가. 경제가 나빠졌으니 비용절감에 들어갔다. 항상 그렇듯이 해고가 쉬운 미국에서는 첫째가 인력감원이다. 특히 외국에서 취업해 온 사람들이 첫째 감원대상이다. 그래서 수많은 외국인력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것 가지고도 모자라 더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자체 IT인력도 줄이고 아웃소싱을 하기 시작했다. 2003년 미국의 CIO중 18%가 미국외로 아웃소싱을 하겠다는 조사가 나왔다. 공급망체인(SCM)의 선두 주자인 I2 Technology도 거의 대부분의 엔지니어에게 인도로 가서 근무하든지 아니면 감원 당하든지 선택을 하게 했다. 다행히도 I2에 근무하는 많은 엔지니어들이 원래 인도사람들이었기에 자기 고국으로 돌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오라클도 인도의 개발인력을 두배인 6천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밖의 마이크로소프트나 SAP도 인도의 개발인력을 확장할 뜻을 밝혔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이미 예전부터 IT중의 많은 부분을 인도에 아웃소싱해 놓은 상태였다.

그럼 왜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아웃소싱 장소로 인도를 선호하는 것일까? 왜 한국, 중국, 일본에는 아웃소싱 한다는 소리가 별로 없을까.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IT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인도라고 했다. 인도가 특수한 기술력이 있어서인가? 한마디로 그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에는 그렇게 뛰어난 기술력이 중요한 경우가 별로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적절한 기술로 체계적으로 신속히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소프트웨어의 기술이며 경쟁력이다. 또 오랫동안 해온 경험이 중요하다. 특별히 인도가 미국에는 없는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하지는 않다.

인도를 선호하는 이유를 세가지 들 수 있다.

첫째가 저렴한 노동력이다. 같은 수준의 엔지니어일 경우 인도는 미국보다 네배 정도 임금이 낮다. 물론 아웃소싱 때문에 생기는 거리와 시차등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비능률 때문에 임금차이보다는 훨씬 적은 약 30%정도의 임금을 절약하는 것으로 통계에 나와 있다. 기업에서 임금 30% 절약이면 엄청난 혜택이다.

둘째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인도는 영어가 공용어라서 학교에서는 다 영어를 사용한다. 말이 통해야 업무를 제대로 지시할 수 있다. 개발 중에는 수많은 산출물이 문서로 나오는데 물론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 비영어권에서는 능률이 많이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많은데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면 더욱 문제가 크다.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드물지만 미국에 제품을 팔기 위해 영어로 사용자 설명서를 만들 때 무척 고생한다. 한국에서 번역전문회사에게 번역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람들은 전문지식이 없고 제품내용을 잘 몰라 영어사전에서의 뜻은 맞으나 실제 사용자들은 사용하지 않는 이상한 번역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번역회사의 번역인력은 제품내용을 잘 모르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많다. 내가 잘 아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S사의 미국지사와 옆 사무실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지사에 근무하는 교포 현지채용인들이 사용자 설명서의 잘못된 영어 때문에 미국 고객들에게 민망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빈번히 수정해서 한국에 보내면 새로 인쇄해서 보내는데 그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가능한 한 인쇄물 없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셋째로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표준 개발방법론에 익숙해 있다. 미국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인도에 진출해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선진 개발방법론에 접할 수 있었다. 개발방법론은 회사에 따라 이전부터 사용되어온 많은 종류가 있는데 그것을 객관적으로 등급으로 나누어 인증해 주는 기관이 있다. 얼마나 체계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며 각 단계에서 필요한 문서를 남기는 것을 진단해 주는 것이다. 미국의 명문 공과대학중 하나인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개발된 CMM (Capability Maturity Model, 개발능력성숙도)과 영국에서 나온 SPICE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현재 상태를 진단해 등급을 부여하는 비공식 국제표준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도의 많은 회사들이 CMM의 가장 높은 단계인 등급 5를 인증 받았다. 2002년 10월 시점으로 전세계에서 74개의 CMM 등급 5 회사 중 50개가 인도 회사이다. 또 4등급 72개중 27개가 인도 회사이다. 한국은 삼성 SDS와 최근에 인증 받은 LG CNS 2개 업체만이 CMM 등급 5를 받았다. 그런데 이 CMM 인증에도 맹점이 있다. 등급의 판단요소중에 소프트웨어 개발중 여러 단계에서 나온 산출물이 있는데 산출물의 정확성이 문제인 것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 얼마든지 산출물을 급조해서 만들어낼 수도 있다. 등급 평가하는 감정사가 산출물의 자세한 내용까지 검토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 놓아도 준법정신이 없으면 효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CMM의 규칙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개발구축을 의뢰한 고객과 제품사양을 정해서 일단 구현과정을 시작하면 수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규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켜지기 무척 힘들다. 아무리 오랫동안 사양분석을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수정사항이 나중에 생긴다. 하지만 수정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과 수정불가능을 염두에 두는 것과는 후에 파생되는 문제를 볼 때 천지차이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개발해 주는 SI(System Integration)업체의 경우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중도에 사양변경을 요구하는 고객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양변경에 따른 지연과 재작업의 비능률이 엄청나다. SI 프로젝트의 실패의 첫째 원인이 바로 이 사양변경이다. 처음에 어렵더라도 구현단계가 시작하기 전에 고객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사양이 정확한지 검토했어야 한다. 이러한 관행이 바로 소프트웨어 문화가 성숙하기 위해 정착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아무리 방법론이 좋고 인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각 산출물을 만들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적절하게 따라야 한다. 억지로 형식적으로 따라 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괜히 시간만 들여 쓸데 없는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방법론은 서로 성실히 지킬 때 가치가 있는 것이지 한 사람이 열심히 한다고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교육시키기 위한 상부상조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는 사람이 남 도움만 주고 막상 자신은 업무능력 인정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올바른 방법론이 문화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 회사의 체계, 전문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이 국제적으로 아웃소싱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이 세가지 중 어느 하나도 단기적으로 성취하기는 힘들다. 임금을 낮출 수도 없고 영어가 하루이틀에 되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개발방법론이다. 이것도 하루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쉬우나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 살 빼는 다이어트와 같이 여기저기 유혹을 이겨내기가 힘들어 실패하기 일쑤다. 올바른 방법으로 지금부터 노력해도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선도인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책 보고 배울 수 있는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가운 소식은 소프트웨어 진흥원에서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를 양성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단시간에 양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추진만 된다면 소프트웨어 문화선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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