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많이 듣는 소리가 "IT 강국", "세계화" 이다. 한국 사람들은 모든 편리함을 다 누리고 인터넷을 사용한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보면 공감하기 힘들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던 인도 엔지니어가 인터넷에서 전화기를 하나 사려고 했다. 첫째 문제가 한국 인터넷에서 영어로 된 사이트를 찾기가 힘들다. 그림 보면서 물건은 찾을 수 있지만 한글은 읽을 수가 없다. 그럭저럭 물건은 정했는데 한글을 못 읽으니 한국인 동료한테 부탁해서 회원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외국인은 회원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동료가 대신 물건 사주고 돈을 지불했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에는 전 세계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단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신용카드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마존같은 세계 1위의 서적판매사이트는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등록을 필요로 하는 한국의 인터넷사이트는 예외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외국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어를 알더라도 등록조차 할 수 없다. 결국 모든 고객은 내국인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와서 생활할 때 외국인등록증이라는 것을 부여받는다. 내국인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대신에 외국인등록번호라는 것을 사용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주민등록번호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외관상으로는 똑같다. 앞 번호형식은 생년월일 똑 같ek. 그러나 불행히도 뒤쪽은 외국인이라는 것을 표기하기 위해 5로 시작한다. 알다시피 한국국민은 남자는 1, 여자는 2로 시작한다.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이 외국인등록번호로는 직접 방문해서 등록하는 은행 같은 곳에는 문제가 없으나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사이트에 회원등록을 할 수가 없다."잘못된 주민등록번호입니다"라는 오류가 뜬다.
외국인들이 가장 불편해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외국인이 등록할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재 상태이다. 영리추구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소수집단을 배려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외국인은 한국 인터넷에서 보면 장애인이다. 장애인을 위해 시설 투자해야 영리추구에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도 외국인을 배려해야 별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부에서 2002년 2월부터 5월에 걸쳐 그때까지 합법적으로 거주해 온 25만명 이상되는 모든 외국인에게 발행되었던 외국인등록증을 재교부했다. 물론 모두 외국인등록번호도 변경되었다. 목적은 외국인의 인터넷회원등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전에 발행한 외국인등록번호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모든 외국인이 불편함을 겪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모든 외국인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새 외국인등록증을 교부 받아야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저임금 3D업종에서 일하는데 회사 근무시간 중에 반나절 이상 시간 내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되었다고 생각해 봐라. 변경해야 할 은행계좌, 계약서, 보험, 학교기록등 얼마나 많은가. 더군다나 일선 상업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외국인등록번호가 변경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태반이다. 외국인들은 한국말도 익숙치 않을 텐데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그 불편을 감수하고 정부에서 약속했던 외국인 인터넷등록가능은 일년이 지났어도 아직 큰 변화를 볼 수가 없다. 아직도 외국인등록번호를 오류로 인식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이트는 한국야후사이트 외에 하나 밖에 보지 못했다. 네이트도 원천적으로 내국인만을 위한 사이트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회원이 될 수 없다고 관리자가 얘기한다. 주민등록번호 인식문제가 아니고 아예 정책상 외국인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외국인들에게는 유료사이트를 포함해 거의 모든 한국사이트의 회원등록이 불가능한 것이다. 수출만 해서 외화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도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소셜시큐리티번호가 있는데 인터넷사이트에서 회원등록시 소셜시큐리티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는 거의 없다. 통상적으로 이름, 주소, 전화번호등 입력하고 구매가 필요할 때면 신용카드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외국인도 내국인과 똑같이 전혀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경제활동에 관한 시스템은 합법적 거주자인 경우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이 불가능하다.
한국정부의 DB에는 분명히 모든 외국인이 등록되어 있다.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외국인등록번호 인식프로그램도 있다. 누구나 http://www.mic.go.kr/technology/soft_fore.jsp 에서다운로드해서 사용하면 되는 간단한 것이다. 외국인은 한국 인터넷에서는 장애인이나 다름 없다. 정책적으로 회원등록시 외국인등록이 가능하게 하도록 강제로 집행하지 않으면 외국인들의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어렵지도 않은데 외국인을 배려했으면 좋겠다. 근본적인 문제는 회원등록시 필수로 요구하는 주민등록번호인데 이것을 선택사항으로 입력할 수 있다면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한국 인터넷사이트의 세계화를 이루기가 훨씬 용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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