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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본주의로 티베트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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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中, 자본주의로 티베트 공략

윤재석의 지구촌 Q&A <40>

Q) 최근 미국을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면담하는 등 환대가 극진하자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죠.

사진 <1>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오른쪽)이 달라이 라마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연합

A) 이달초 열흘동안 샌프란시스코-블루밍턴-워싱턴DC-뉴욕-보스턴 등을 차례로 방문한 달라이 라마의 방미는 부시 대통령 면담은 물론,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회동-설법 강론-국회의사당 방문 및 연설-연방 상ㆍ하원 양당지도자 면담과 아울러 종교지도자로서의 활발한 활동도 벌여 미국 방문 사상 최고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로서야 당연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죠.

그래서 중국 정부는 10일 부시-라마 면담이 있은 후,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을 통해 “달라이 라마가 미국땅을 티베트 분리 운동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공식 항의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미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도록 배려했습니다.

Q) 그런데 최근에 티베트 현지에선 자본주의를 앞세운 ‘티베트 개조’ 공략이 활발하다고 하던데요.

A) 뉴욕타임스가 16일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지금 티베트의 수도 라싸는 중궁 중앙정부의 의도적인 공략에 의해 티베트 불교의 고유 특성이 점차 사라지고 급속한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티베트 불교 지도자가 거하는 성소이며 티베트 문화의 상징이기도 한 포탈라 궁전(Potala Palace)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중앙로는 티베트가 돌이킬 수 없이 중국화되고 있는 또 하나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길가 중국식당에선 만두를 파는 것이 예사이고,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 상점에선 중국음악이 수록된 CD와 DVD 그리고 중국 패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가 하면, 거리에서 만나는 얼굴 대부분인 중국인들이라는 것이죠.

이거리의 이름 또한 베이징거리(北京路)로 베이징의 번화가를 능가할 정도라고 합니다.

사진 <2> 티베트 분리독립운동을 주도하는 국제 NGO 인터내셔날 캠페인 포 티베트의 로고. 연합

Q) 분리 독립을 추구해 온 티베트 문제는 중국으로선 '뜨거운 감자'였지 않습니까?

A) 중국 정부로서는 지난 1950~51년 무력으로 티베트의 자유운동을 진압한 것이 항상 골치 아픈 국제 이슈였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지난 주 워싱턴DC 방문중에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분이며, 대만 역시 중국의 일개 성(省)”이라면서 “중국의 일부에 속하는 것이 티베트 이익에 유리한 만큼 티베트인들은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유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만, 티베트의 독립을 끈질기게 주장해 온 달라이 라마와의 대치는 중국으로선 골칫거리였죠.

중국 정부는 티베트를 놓고 벌이는 오랜 샅바싸움을 자본주의를 앞세운 경제 정책으로 끝내려 작심하고 몇 년전부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Q) 중국 중앙정부의 구체적인 조치는 어떤 것이고 그 목표는 무언지요.

A) 중앙 정부는 최근 호황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경제로 티베트를 개조키로 하고 거액의 자금과 수십만의 한족을 티베트지역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경제적 목표는 티베트의 농업본위 경제를 현대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목표는 티베트인들을 점진적으로 세속화하고 자본주의의 달콤한 과실로 중국에 대한 정치적 적대감을 도려내겠다는 것입니다.

티베트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주창한 ‘서부 대개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부대개발은 자금과 한족을 티베트와 신장 등 서부의 가난하고 반정부적인 지역에 대거 투입해 이 지역을 개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티베트 자치주의 샹바핑쿼(Xiang Ba Ping Cuo) 주장(州長)은 “티베트가 전체 예산의 90%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최대 수혜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3> 티베트의 수도 라싸의 티베트 불교 성소 포탈라 궁전을 한 한족 관광객이 거닐고 있다. 요즘 포탈라 궁전 인근은 자본주의의 물결로 거의 서구화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연합

Q) 티베트인들로서는 중앙정부의 의도에 의구심을 가질 만하겠죠?

A) 티베트인들은 중앙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제 개발이냐 아니면 경제 제국주의냐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족의 티베트 유입은 라싸를 티베트인의 라싸와 한족의 라싸로 갈라놓았습니다.

티베트인중 일부는 현대화 바람으로 어느 정도 혜택을 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티베트에서 진짜 재미를 본 쪽은 한족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5년전에 티베트로 이주해 정부 기관을 상대로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수지보(34ㆍ남)는 “여기에선 (다른 곳에서 보다) 좀더 부자가 될 수 있고 (성공할) 기회가 더 많다”고 털어놓기도 합니다.

Q) 인위적인 인구 이동 조치가 파생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A) 우선 티베트로 유입ㆍ유출되는 인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정확한 인구 조사가 어렵죠.

원래 2백66만 티베트 거주자중 92%(2백45만)가 티베트인이었는데, 경제가 활성화된 도시지역에선 한족의 비율이 훨씬 높아 전체의 40%가 한족이라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라싸같은 도시지역은 조만간 티베트인이 소수인종으로 전락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지역에 필요한 공익 요원의 확보도 문제인데요. 중앙 정부는 정례적으로 의사, 기술자, 관리자 등을 배치해주는데 이들은 벽지 근무에 대한 보상으로 의무 근무기간인 3년이 지나면 승진해서 고향으로 배치됩니다.

Q) 중국 정부가 최근엔 티베트의 변모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죠?

A) 8월하순 정부 관리는 외국 기자들에게 8일짜리 티베트 취재 여행을 제공했습니다. 예전엔 생각할 수도 없었을 이런 종류의 취재 여행은 이젠 그리 희귀하지 않은 행사가 되었습니다.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이 지역의 통제에 자신이 있다는 중국 정부 스스로의 믿음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티베트 자치주 정부당국은 최근에 “성지로 관광갑시다”라는 관광 구호까지 마련해 놓았을 정도입니다.

Q) 자본주의의 침투가 파생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텐데요.

A) 자본주의가 휘저어 놓은 혼돈상은 티베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현지 방문자의 목격담입니다.

건물 신축과 도로 신설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새로 조성된 홍등가가 점점 확산일로에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티베트인 매춘부와 한족 매춘부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광객의 쇄도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행렬만큼 호텔과 식당 또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티베트 불교의 영적인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조캉 사원에서 한 노승이 일단의 관광객들을 쳐다보면서 고조되고 있는 현 세계의 요구를 조용히 비감해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승려는 “사원을 찾는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고대 라마교 경전 학습 시간이 하루에 겨우 두시간 밖에 안 된다”고 고백했습니다.

Q) 중국 정부당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뭘까요?

지난 98년 중국에서는 금서가 된 티베트 관련 저술을 펴낸 왕리시옹(Wang Lixiong)은 “중국 정부 당국의 전략은 티베트를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만듦으로써 젊은 티베트인들로 하여금 티베트 분리주의에 대한 미련을 희석시키고 좀더 세속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것은 일종의 당근-채찍 전략으로 경제적인 당근과 정치적인 채찍이 연계된 일련의 억압책”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사회주의식 바람몰이와 자본주의식 햇볕정책을 구사하면서까지 티베트를 와해하려는 시도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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