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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부와 인터넷언론

<데스크 칼럼> 진정한 언론개혁을 이루려면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면서 인터넷 언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지난 대선기간 중 '인터넷 = 노무현‘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큼 거의 모든 인터넷언론들은 친노무현 성향을 보였다. 때문에 조중동의 친이회창적 보도가 편파라면 인터넷매체의 친노무현도 역편파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같은 편파지만 조중동의 편파는 몰상식, 인터넷매체의 그것은 상식’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기득권 세력의 지독한 편파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역편파가 불가피하다는 항변이었고, 이같은 항변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 같다.

어쨌거나 노무현 정권의 등장으로 인터넷언론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우선 신속성ㆍ쌍방향성으로 요약되는 인터넷매체의 특성과 기성언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콘텐츠의 결합이 시대의 정서와 맞아떨어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은 정치권력의 향방이 특정 언론의 위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긴 하지만 이같은 상관관계는 해방 이후 우리의 언론사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해방 직후의 사회공간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민족지’ 동아ㆍ조선이 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을 등에 업은 친미ㆍ반공 성향의 이승만 정권이 성립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 정권에 이르기까지 동아일보가 선도적 위치에 있었던 것은 - 물론 신문 자체의 질도 한몫했겠지만- 한국민주당이라는 ‘정통 유일 야당’과 같은 뿌리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한민당은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줄곧 반대했다는 점에서 정통 야당의 위치를 차지하지만 미국이 그어놓은 ‘친미.반공’이라는 한계를 절대로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 정권과 공통점을 갖는다. 물론 동아일보도 야당지라는 위상을 한번도 벗어난 적은 없다. 그러나 동아일보 출신 언론인들이 박정권에 대거 참여한 것이 이 신문의 정치적 위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말하자면 70년대까지는 ‘동아일보 헤게모니’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한국언론의 헤게모니는 동아일보에서 조선일보로 넘어간다. 조선일보가 박 정권 이후 정권과의 거래에 능란한 수완을 발휘한 탓도 있겠지만 1975년 이른바 동아사태에서 자사 소속의 엘리트 언론인 1백30여명을 길거리로 내몬 동아일보 사주 측의 자해적 조치가 더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어쨌거나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조선일보는 한국언론의 교과서였다. 조선일보는 전두환 정권에서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권력과의 유착, 나아가 정치권력의 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함으로써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조선일보가 수많은 특종을 터뜨릴 수 있었던 저력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전 편집인 김대중씨가 한 시사주간지의 여론조사에서 10년 가까이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선정된 것도 이러한 조선일보의 위상에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막강했던 ‘조선일보 헤게모니’도 90년대 후반 이후 무너지고 있다. ‘안티조선’과 같은 시민운동, 한경대로 지칭되는 제도언론 내의 대항세력의 성장, 그리고 인터넷 등 대안언론의 등장을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노무현 정권이 조중동 등 거대보수신문과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앞으로 노 정권은 조중동은 아예 외면한 채 방송과 인터넷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비서진 구성 등에서 그러한 의도가 읽힌다. 또한 권력에서 흘러나오는 고급정보의 흐름이 이같은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시대에 방송ㆍ인터넷의 위상이나 영향력은 현재보다 높아지고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점은 ‘언론의 자율성’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노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언론은 언론이고 정부는 정부다. 개혁을 이루는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의 역할은 명백히 다르다. 정부가 개혁의 주체라면 언론의 역할은 감시와 비판이다.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잊어버리고 노무현 정부의 개혁을 그저 복창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순간부터 언론의 타락은 시작된다.

해당 언론은 일정한 권력을 획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개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권력의 속성상 비판과 감시가 사라지면 자의와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해당 언론은 물론이고 정권에도, 전체 사회에도 커다란 비극이다. 또 다른 언론권력의 탄생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권과 언론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벌써부터 일부 방송은 이전의 보도태도를 벗어나 돌연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가 하면, 모 인터넷언론은 관영, 모 인터넷매체는 반관반민이라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또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21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난 (언론의) 영향력 같은 것에는 신경 안 쓴다. 뜻이 맞는 언론과 함께 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권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언론개혁이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해방 후 우리 언론사를 점철해온 정치권력과 언론간의 유착, 또는 결탁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는 특정 언론에 대한 호오에서 벗어나 공평무사한 태도를 갖기를 바란다. 인터넷언론은, 외부의 도움 없이도 자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인터넷언론에 종사하는 당사자로서 자성과 경계와 다짐의 의미로 몇 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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